EU, 휘발유・디젤 신차 판매 금지…업체들, 전기차 가속화
“車는 탄소배출 계산 어려워...당분간 포함 안 될 것"
현대차는 2040년 전략 수정 불가피...기아는 계획대로
폭스바겐, 2035년 내연차 판매 중단...2050년 탄소제로
벤츠, 내년까지 각 세그먼트에 전기차 보유...EQS가 선봉
[전기신문 오철 기자] 유럽연합(EU)이 지난달 14일 기후변화 해결을 위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입법안을 발표하면서 2035년부터 가솔린·디젤 등 내연기관차의 EU 내 신차 판매를 사실상 금지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EU의 내연기관차 퇴출 움직임이 분명해지면서 자동차 업체들은 기존에 추진하고 있던 수송 부문 전동화 전략에 속도를 내 환경규제를 돌파한다는 방침이다.
◆자동차 산업, ‘탄소국경’ 넘을 시간 있다
EU 집행위원회가 최근 ‘유럽그린딜’의 핵심 12개 법안 패키지를 담은 ‘핏 포 55(Fit For 55)’를 발표했다. 핏 포 55에는 2030년까지 EU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의 55%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내용이 담겼다.
여기에는 탄소국경조정제도와 관련한 내용도 비중 있게 실렸다.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비료, 전기제품 등 탄소배출 위험이 큰 품목들이 첫 부과 대상으로 선정됐다. 법안이 시행되면 한국 철강·자동차 산업 또한 영향권에 들어 매년 1조원에 이르는 청구서를 받아들 것으로 전망된다.
EU 집행위의 핏 포 55에는 가솔린·디젤 등 내연기관차 차량 판매를 금지한다는 제안도 포함됐다. EU 전체 차원에서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조치가 발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자동차 업계가 마주할 타격이 우려하는 만큼 부정적이지는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상준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자동차는 가장 복잡한 복합재로 탄소배출 계산이 굉장히 어려워 CBAM 품목에 당분간은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연구위원에 따르면 CBAM의 인증(declaration)은 총 수입량(톤, MWh 등) × 제품에 결부된 단위 탄소배출량으로 결정된다. 단순재는 직접과 간접 배출량 활동 수준으로 나눠 계산하며 복합재는 제품에 적용된 투입재에 결부된 배출량까지 추가해 계산한다. 다만 간접배출은 제외됐으며 복합재는 범위 계산이 복잡하므로 포함시키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는 고도화된 복합재에 속한다.
그는 “품목 확장은 되겠지만 다배출 업종이면서 온실가스 배출량 계측이 상대적으로 쉬운 품목이 그 대상이 될 것”이라며 “자동차는 그 반대의 성격으로 복잡한 복합재”라고 말했다. 이어 “EU는 당분간 업종을 추가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EU 규제가 수송 부문 전동화 가속...현대차·벤츠 등 대응
EU는 이번 내연기관차 퇴출 전인 지난해부터 제조사별로 판매한 자동차의 평균 CO2 배출량을 계산해 비용을 부과하는 규제를 시행해 왔다. 법적인 최소 요건인 95g/km를 기준으로 당해 판매된 모든 자동차에 기준치를 1g/km 초과 시 95EUR 의 비용을 부과하는 정책이다. 최근 발표된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를 사실상 퇴출하는 방안도 탄소 규제 조류에 따른 조치다. 이 같은 EU의 CO2 규제는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전동화 전략 가속화를 가져왔다.
현대차는 전동화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2040년까지 유럽 등 핵심시장에 전면 전동화를 달성하겠다는 일정을 5년 더 앞당겨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아는 2030년까지 선진시장에서 전동화를 완료한다는 방침이어서 이를 계획대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완성차업체들은 이미 친환경차 판매에 공을 들여왔다. 올해 상반기 현대차 친환경차 판매량은 8만3465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3만3914대에 비해 146.1% 급증했다. 기아 역시 전년 동기 대비 86.9% 성장한 6만8228대의 친환경차를 판매했다.
폭스바겐그룹은 지난 6월 27일 2050년까지 모든 폭스바겐 자동차의 온실가스 배출을 제로화하고 이를 위해 2033년~2035년 유럽 내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중단할 계획을 발표했다. 폭스바겐은 지난 3월 유럽 시장에서 판매하는 전체 자동차 중 전기자동차의 비중을 70%까지 올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는 등 전기차 생산 확대에 주력하고 있으며 아우디는 지난주 2026년부터는 순수 전기자동차만 출시하고 2033년까지는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을 중단한다는 계획을 발표, 볼보도 2030년부터 순수 전기자동차만을 판매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이 2035년부터 EU 시장 내 가솔린·디젤 등 내연기관차 신차 판매를 금지하면서 세계 완성차 업체 간 전기차 경쟁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