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신문 윤대원 기자] 어려운 시간을 함께 보낸 아내를 일컬어 ‘조강지처’라고 부른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 생활이 편해지면서 그동안 힘든 시간을 함께 보낸 아내를 버리는 남편은 사회적으로도 용서를 받지 못한다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최근 태양광 발전업계를 보면 조강지처가 버림을 받는 일이 적지 않은 듯하다.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PS) 제도를 도입한 초기만 하더라도 발전공기업들의 부담이 적지 않았다. 해마다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구매해야 하는데, 필요한 수요만큼 재생에너지가 공급되지 않아서다.

그러다보니 정부 역시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여러 대책을 마련하는 동시에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기 시작했다.

시장 초기 태양광 사업이 돈이 된다는 인식 덕분일까. 중소규모 태양광이 노후 대비를 위한 좋은 방안 중 하나라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했고, 퇴직금을 털어 태양광 발전사업에 뛰어들었다는 사업자들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게 됐다.

덕분에 정부는 2017년 발표한 3020 재생에너지 이행계획에서 수립한 목표를 채울 수 있게 됐고, 이제는 오히려 남아도는 잉여 REC 덕분에 발전공기업의 REC 수급도 한층 수월해졌다.

그런데 최근 진행되는 RPS 개정안의 REC 가중치 개편은 조강지처에 대한 사업성은 줄이고, 대기업 위주의 대규모 사업에 대한 편익을 강화한다는 느낌이 적지 않다. 중소규모 사업자들의 반발이 심한 것도 이 탓이리라. 최근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사업을 강화하는 대기업이 눈에 보이니 그동안 함께 해 온 중소사업자들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는 것.

중소규모 태양광 발전사업자들도 시장 초기에 돈이 되니까 사업을 시작한 것일 뿐, 정부 에너지 정책에 기여하겠다는 생각이 없었는데 무슨 조강지처냐는 물음이 나올 법도 하다.

그러나 시장 초기의 어려움을 이런 방식으로 돌파하는 정책을 수립한 것도 정부고, 그로 인해 성과를 낸 것도 정부다. 또 그들에게 제도의 허점을 만들어 준 것도 정부다.

이제 와서 중소규모 사업자들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며 단숨에 그들을 내팽개쳐선 안된다. 적어도 시장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업계와 머리를 맞대고 순차적으로 시장을 교차해야 ‘조강지처’를 버렸다는 비난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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