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산 원유 의존도, 86% → 57%
코로나 영향 석유 현물 공급 넘쳐
정유업계, 저가매수 기회로 활용

SK에너지 울산 정제설비 전경.
SK에너지 울산 정제설비 전경.

[전기신문 정세영 기자] 에너지안보 차원에서 중동지역으로 쏠린 석유 수입 비중을 줄여야 한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어느새 옛말이 되고 있다. 한 때 90%에 근접했던 중동 위주의 석유 수입선이 아시아, 아프리카, 미주 등으로 다변화되는 추세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전 세계의 석유 현물 공급량이 넘치는 상황을 정유업계가 저가매수의 기회로 활용한 점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23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원유 수입물량은 8096만배럴을 기록해 지난해 동월 대비 2.7% 증가했다. 원유 수입액은 FOB(본선 인도 가격; Free On Board) 기준으로 지난달 52억8486만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동월(18억6310달러) 대비 183.7% 증가했다. 원유 수입액 증가는 같은 기간 유가 상승 영향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 원유 수입 현황을 보면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지역이 4656만배럴(57.5%)로 가장 많고, 미주 1775만배럴(21.9%), 아시아 909만배럴(11.2%), 아프리카 448만배럴(5.5%), 유럽 306만배럴(3.7%) 순이다.

중동산 원유가 여전히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지난 2016년 전체 수입물량의 86%를 차지하며 압도적인 비중을 보였던 점을 감안하면 불과 5년 만에 중동 원유 의존도가 확연히 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특히 지난 5년간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의 가격이 중동 두바이유를 하회하면서 미주로부터의 수입물량이 계속해서 늘어났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등 각지에서 원유 도입량이 늘어난 것을 설명할 수 없다.

정유업계는 수입선 다변화에 성공한 배경으로 장기계약이 아닌 현물수입을 중심으로 원유 트레이딩에 적극 나선 점을 꼽는다. 지난해 전례 없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중동뿐 아니라 아시아, 아프리카, 미주 등 전 세계 각지의 석유 수요가 급감하면서 국제원유 시장은 공급 과잉 현상을 보였다. 이 때문에 원유 현물시장에서 저가로 원유를 확보할 수 있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편 이 같은 원유 도입 다변화로 인해 정유업계에서는 유종 변화에 따른 설비 관리능력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정유사의 원유 정제설비는 특종 유종이나 유종들의 배합에 맞게끔 최적화돼 있어 유종에 변화가 생기면 설비의 배관이나 압력 등을 각기 다르게 설정해야 한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유종 도입에 앞서 미리 샘플을 받아 시험가동을 하고 들여오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며 “시험가동을 통해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하고 계약을 진행하며 이는 다른 정유사들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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