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신문 김광국 기자] “글로벌 기업이 요구하는 기술·제품 수준이 상당히 높습니다. 반면 국내 산업계의 기술 수준은 아직 기준치에 한참 못 미치고 있죠. 시장 성장에 따른 과실이 해외로 빠져나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최근 취재 차 만난 한 전력기자재기업 대표의 변이다. 인터넷데이터센터(IDC)가 급성장하고 있으나 사실상 몇몇 글로벌 기업의 과점시장화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대표는 “이대로라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플레이어들은 점점 제한될 텐데, 좀처럼 오지 않는 시장 재편의 호기라는 점에서 안타까움이 크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국내 IDC 산업은 코로나19 이후 부상한 언택트(비대면)산업으로 가파른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다. 특히 유수의 글로벌 기업을 필두로, 세계 각국의 이목이 국내 시장으로 쏠리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높은 전기품질과 세계 최고수준인 IT·통신 네트워크 인프라를 갖춘 데다, K-방역의 성과로 경제활동이 중단 없이 이어지면서 전 세계 IDC산업의 새로운 거점으로 주목받고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성장세가 가파라질 수록 체계적인 산업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소프트웨어 등 일부 핵심 부문에서 국내 기업들이 성과를 내고 있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전력기자재 부문에서는 여전히 외산 제품의 의존도가 높아서다.

또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선결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 국내 산업의 성장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해외시장 진출까지 이룩하기 위해서는 효율성·호환성을 확보한 산업 표준화 작업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아직 국내 시장은 사업 주체에 따라 각기 다른 기준이 통용되는 등 미비점이 속속 노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IDC산업의 부상은 성장 한계점을 맞은 전력기자재업계에는 언제 다시올지 모르는 천우일회다. 모처럼 찾아온 호기를 놓치지 않기 위한 정부 차원의 국산화 지원정책, 그리고 산업계의 표준화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남의 집 잔치’에 축포를 터트리기에는 아직 우리 산업계가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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