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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권홍 교수의 등촌광장) 재앙이 될 수 있는 무모한 에너지전환
류권홍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변호사    작성 : 2021년 06월 21일(월) 08:09    게시 : 2021년 06월 22일(화) 09:11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선진국들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에서도 탄소중립, 에너지전환 그리고 석탄발전 폐지라는 공식이 진리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기후변화로 지구는 곧 인간이 살 수 없는 행성이 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조성되어 있고, 석탄은 인류를 멸망시키는 악마적 연료라는 것이다. 신재생만이 유일한 대안으로 주장되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가장 적게 배출하는 원자력발전은 위험성을 이유로 또 다른 악이 되었다.

심지어 친환경 화석연료로 인식되어 온 천연가스마저 수용성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석탄발전 폐지의 대안으로 건설하려던 천연가스 발전의 신설이 취소되는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 어느 순간 천연가스도 악이 되었다.

또 한 가지 거짓이지만 진리처럼 받아들이는 것이 2015년 파리협정의 구속력에 대한 믿음이다. 파리협정은 당사국들을 법적으로 구속하지 않는다. 아쉽게도 그것이 진실이다.

이런 주장들의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일반화에 있다.

일반화란 우리나라는 미국도 아니고 유럽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들과 동일한 수준의 에너지전환 정책을 따라야 한다는 의미이다. 일반화는 우리의 에너지 자원 현황, 국토 면적, 산업구조, 기후, 인구구조 등 모든 면에서 그들 국가들과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는다.

많은 급진적 에너지전환론자들이 드는 대표적 해외 사례는 독일이다. 독일이 원전과 석탄을 폐지하니 우리도 그래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독일과 우리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신재생에너지 역량에서 너무 차이가 나고, 유럽 전체의 송전망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급하면 언제나 프랑스 또는 다른 나라로부터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다. 1990년 독일 통일에 반대하던 프랑스 미테랑 대통령이 프랑스 원전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장기간 수입하겠다는 콜 수상의 약속과 함께 입장을 바꾼 사실을 우리는 잘 모른다.

천연가스망 또한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다. 러시아가 공급하는 천연가스의 주요 수요처가 독일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갈등으로 인해 동유럽 공급 루트의 위험성이 커지자, 야말반도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기존 노드스트림 1에 추가하여 노드스트림 2 해저 파이프라인을 건설하고 있다. 에너지원을 러시아에 의존하는 것을 우려하는 미국의 강력한 반대를 무릅쓰고 추진되는 프로젝트이고 거의 마지막 단계에 와 있다.

신재생 100%를 추진한다면 독일은 노드스트림 2 프로젝트는 무용한 투자다. 독일도 신재생 정책을 추진하지만, 그 한계를 너무도 잘 알기 때문에 안정적 에너지 안보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천연가스 공급원과 공급망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동북아시아 지역은 안정적 공급처와 직결되는 천연가스망이 없다. 러시아와 연결한다는 소문이 오래전부터 돌지만 그저 신기루 같은 희망에 불과하다. 그래서 우리는 신재생 전력 생산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 모든 산업이 일시에 중단되는 국가 위기에 처하게 된다.

미국을 우리와 비교하는 것은 그보다 더 비현실적이다. 석탄, 천연가스, 석유 모두 풍부하고, 토지는 평평하며 사람이 살지 않는 지역이 아주 넓다. 미국과 같은 나라가 신재생에서도 경쟁력이 있다.

땅은 남한의 70배에 이르고 인구는 우리의 절반이 조금 넘지만 막대한 에너지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호주는 미국보다 신재생 가능성이 더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주가 추진하는 정책들을 보면 어느 나라보다 자국의 산업을 걱정하고, 일자리를 고민하고 있다.

수소사회가 당장 다가온 것처럼 호돌갑 떨지만 잘 뜯어보면 그것은 수소사회가 아니라 천연가스 사회다. 신재생 전력을 통한 수소 생산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에서 가장 가능한 방법이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것이다. 그런데 천연가스도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에 이산화탄소를 포집해서 지하에 저장하는 기술까지 적용되어야 한다. 수소 액화에 수송까지 포함하면 경제성이 악화된다. 다시 말하면 수소가 아직은 비현실적인 연료라는 것이다.

더구나 최근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를 훌쩍 넘고 있으니 유가에 연동되는 천연가스 가격 떠한 급등하고 있다. 수소사회는 그렇게 쉽게 오지 않는다. 서두르지 않고 두루 살피는 에너지 정책이 필요하다.


류권홍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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