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신문 정세영]

1. 바다의 시간

책과함께 / 자크 아탈리 지음, 전경훈 옮김

유럽 최고의 석학으로 불리는 자크 아탈리가 명료하게 정리한 바다의 총체적 역사. 바다의 탄생부터 바다에서 탄생한 생명의 이야기를 거쳐 바다에서 바라본 인류의 역사와 만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이 모든 것이 바다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에 놀라게 된다.

경제, 정치, 군사, 사회, 문화의 주도권은 늘 바다와 항구를 지배할 줄 아는 이들에게 귀속돼왔다. 제국은 해양 패권을 확보함으로써 품고 있던 야망을 이루었고, 바다를 통제하지 못할 때 쇠퇴했다. 인간 사회를 뒤집은 혁신들은 대개 바다에서 일어났거나 바다를 항해하기 위해 이루어졌다. 예나 지금이나 바다를 통해 사상과 상품이 유통되고, 노동의 경쟁과 분업이 이루어진다.

우주의 첫 순간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바다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것은 인류의 역사와 생명의 영속에서 바다가 하는 필수불가결한 역할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인류의 생존에 필요한 바다의 근본 역할을 이해하기 시작한다면 우리는 바다를 보호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게 될 것이다.

2. 걷기를 생각하는 걷기

두시의나무 / 울리 하우저 지음, 박지희 옮김

독일 유명지 슈테른의 30년 경력 기자 울리 하우저가 함부르크에서 로마까지 ‘그냥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싶어서’ 떠난 100일간의 특별한 걷기 여행 이야기를 담은 책. 저자는 걷는 일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계속 오래 걸으면 우리의 머리와 다리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도 무척 궁금했다. 이 가벼운 생각은 꽤나 긴 여정이 됐다. 저자는 치열하게 걷지 않는다. 집을 나서는 순간에도 몇 시간 후에 가볍게 돌아올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떠난 길이었다.

매일 걷고 있지만 우리는 우리 자신의 걸음걸이를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여타 걷기 여행기와 색다르게 이 책에서는 걷기와 발에 관한 보다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이야기가 에세이로 펼쳐진다. ‘걷는 일’에 대해 저자가 풀어놓는 이야기는 물리적인 측면의 걷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고속도로를 멀리하고 최대한 야생과 가까워지려고 한 경험 많은 중년 여행자의 시선은 더 풍성한 이야기로 우리를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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