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신문 안상민 기자]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저서 ‘총, 균, 쇠’는 지리적 요인이 인류의 진화와 문화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쳐왔는지 설명해 준다. 인류는 당연하게도 정착한 지역의 기후, 토양, 환경 등에 따라 다른 삶과 문화를 형성하게 됐다.

예컨대 일본과 한국은 동해를 끼고 붙어 있어 근접한 지리적 환경을 공유하고 있지만 많은 문화가 다르다. 그리고 그 중 대표적인 것인 지진 설계다.

일본은 환태평양 조산대에 위치한 지진위험국이다. 고대부터 지진이 일어났던 기록이 있는 만큼 지진은 일본이란 국가에서는 땔 수 없는 환경적 요소다. 결과적으로 일본의 내진설계를 공부한 국내 전문가들은 지금의 일본을 ‘내진 선진국’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운다. 국내에선 상상하지 못한 내진 아이디어들이 일본에서는 무수히 실사화 되고 있다.

국내의 상황은 어떨까. 국내 내진 제품 판매자들에게 물어보면 하나같이 고개를 젖는다. 일본 수준의 내진은커녕 아직까지도 ‘우리나라는 지진 안전지대’라는 생각이 만연하다는 설명이다.

2016년 경주 지진, 2017년 포항 지진은 규모가 엄청나게 큰 지진은 아니였지만 해당 지역을 패닉상태로 만들었다. 그만큼 국내에서는 안일했던 국내 지진 대책에 대한 통열한 반성이 이어지기도 했다.

당시 이 충격이 국내 시장에서 많은 것을 바꿔 놓을 것이라는 기대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4~5년이 지나고 지진의 상처가 어느덧 지워진 지금, 그다지 많은 것들이 바뀌지 않았다. 현장에서는 여전히 비싼 내진 제품을 사용하지 않으려 하고 이에 내진 제품을 개발하는 업체들은 내진 설계 이전으로 회귀하고 있다.

경주, 포항의 지진은 국내에 지진 안전 의식을 심어주기엔 약했던 모양이다.

다음번 대형 지진이 발생했을 때 경주, 포항에서 있었던 패닉이 반복된다면 소잃고 외양간도 잃은 격이 된다. 그리고 운 나쁘게 그 때 지진이 지목한 대상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한 비판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안전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안전 의식이 국내에 자리잡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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