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현장에서 구체적인 공사를 직접 지휘・감독한 경우 도급인도 책임

수급인이 공사 중 고의 또는 과실로 제3자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에 수급인은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 그런데 이 경우 수급인뿐만 아니라 도급인도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되는지 여부가 논란이다.

민법 제757조 본문은 ‘도급인은 수급인이 그 일에 관하여 제3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없다’라고 규정해 원칙적으로 도급인은 책임이 없다는 점을 규정하고 있다. 이는 일반적으로 수급인이 자기책임 하에 도급인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일을 하기 때문인 점을 고려한 것이다. 그런데 민법 제757조 단서는 ‘그러나 도급 또는 지시에 관하여 도급인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해 예외적으로 도급인도 수급인이 제3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

또 민법 제756조 제1항은 ‘타인을 사용하여 어느 사무에 종사하게 한 자는 피용자가 그 사무집행에 관하여 제삼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사용자가 피용자의 선임 및 그 사무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한 때 또는 상당한 주의를 하여도 손해가 있을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해 도급인이 수급인에 대해 사용자관계에 있을 때에는 사용자책임으로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결국 민법의 규정을 고려하면 도급인에게 중대한 과실이 존재하거나 도급인이 사용자로서 인정될 경우에는 도급인도 수급인이 제3자에게 가한 손해배상책임이 있게 된다.

대법원도 “도급인은 도급 또는 지시에 관하여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수급인이 그 일에 관하여 제3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없으나( 민법 제757조), 다만 도급인이 수급인의 일의 진행 및 방법에 관하여 구체적인 지휘 감독권을 유보한 경우에는 도급인과 수급인의 관계는 실질적으로 사용자 및 피용자의 관계와 다를 바 없으므로 수급인 또는 그 피용인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에 대하여 도급인은 민법 제756조에 의한 사용자 책임을 면할 수 없고 이러한 이치는 하도급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라고 판시해 도급인에게 구체적인 지휘감독권이 있는지 여부를 도급인의 손해배상책임 인정여부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위 기준에 따라 대법원에서 도급인의 책임을 부정한 사례를 살펴보면, “사용자 및 피용자 관계 인정의 기초가 되는 도급인의 수급인에 대한 지휘감독은 건설공사 같은 경우에는 현장에서 구체적인 공사의 운영 및 시행을 직접 지시·지도하고 감시·독려함으로써 시공자체를 관리함을 말하는 것이지 단순히 공사의 운영 및 시공의 정도가 설계도 또는 시방서대로 시행되고 있는가를 확인하여 공정을 감독하는 데에 불과한 이른바 감리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도급인이 수급인의 공사에 대하여 감리적인 감독을 함에 지나지 않을 때에는 양자의 관계를 사용자 및 피용자의 관계와 같이 볼 수 없다”라고 판시했다.

반면 도급인의 책임을 인정한 사례를 살펴보면 “도급인이 수급인에 대하여 특정한 행위를 지휘하거나 특정한 사업을 도급시키는 경우와 같은 이른바 노무도급의 경우에 있어서 도급인이라 하더라도 사용자로서의 배상책임이 있다”며 노무도급의 경우 책임을 인정했다.

이어 “도급인인 피고는 공사현장에 피고의 현장감독관을 두어 수급인이 행하는 구체적인 공사의 운영 및 시행을 직접 지휘 감독하기로 약정한 것으로 보이고 단순히 공사의 운영 및 시공의 정도가 설계도나 시방서대로 시행되고 있는 가를 확인하는 이른바 감리의 권한만을 유보한 취지라고는 보기 어렵다. 그리고 위와 같은 도급계약에서 정한 도급인의 수급인에 대한 지휘 감독권한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하수급인이나 노무수급인에게도 미치기로 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므로, 이들의 불법행위로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면 원고는 피고에게 사용자책임을 물을 수 있다.” 판시했다.

결론적으로 도급인이 감리적인 감독을 한 경우에는 도급인의 책임을 부정한 반면, 현장감독관을 파견하여 공사현장에서 구체적인 공사를 직접 지휘‧감독한 경우에는 도급인의 책임을 인정했다.

한편 건설산업기본법 제44조 제1항은 “건설사업자가 고의 또는 과실로 건설공사를 부실하게 시공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3항은 “수급인은 하수급인이 고의 또는 과실로 하도급받은 건설공사를 부실하게 시공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는 하수급인과 연대하여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건설산업기본법이 적용되는 공사의 경우에는 동법 제44조에 의하여 곧바로 하수급인이 제3자에게 가한 손해에 대해 수급인도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반면 전기공사업법의 경우 건설산업기본법 제44조와 같은 규정이 없으므로 전기공사업법이 적용되는 공사에 관해서는 앞서와 같이 민법 규정에 의해 도급인의 책임여부가 결정된다.

이상과 같이 도급인은 수급인이 제3자에게 가한 손해에 대해 당연히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고 예외적인 경우에 책임을 지게 된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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