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I 가격 71.78달러까지 뛰어…“재생에너지 확대·화석에너지 투자 감소 때문”

[전기신문 최근주 기자]미국 정부의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가 오히려 유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석유 수요는 늘어나고 있지만 화석 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면서 공급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현지시간) “최근 70달러대에 안착한 국제유가가 앞으로도 계속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유가는 고공행진 중이다. 14일 기준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장중에 71.78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최근 2년 반 동안 가장 높은 가격으로 지난해 10월과 비교하면 두 배로 뛴 가격이다. 브렌트유와 두바이유도 이날 종가 기준으로 각각 72.86달러와 70.78달러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으로 재생에너지에 투자가 집중되며 화석 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급감한 것을 꼽았다.

리서치 회사인 우드매켄지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의 석유 채굴 비용은 약 3300억 달러(한화 약 369조 원)로 2014년(8070억 달러)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올해는 3480억 달러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경제활동이 늘고 있는 미국에서 석유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도 유가 상승의 요인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는 급증하고 있다. WSJ는 “최근 투자자들은 풍력과 태양광를 포함한 재생에너지에 수조 달러의 자금을 붓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적극적인 친환경 기조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바이든 정부는 2035년 탄소배출 ‘0’ 달성을 목표로 해상풍력을 비롯한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강조하고 있으며, 알래스카 원유 시추를 중단시키는 등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향후 최소 10년간 자동차 연료를 비롯해 플라스틱 등 각종 제품 생산에 석유가 사용돼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공급 부족과 수요 증가가 맞물리며 국제유가는 계속 오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WSJ은 “일부 선물 투자자들은 내년 말 국제유가가 10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WSJ에 따르면 선물 전문투자회사를 운영하는 리 게링은 석유 수요와 공급 상황과 관련해 “석유 위기를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2022년 이후에도 석유 수요가 꾸준하게 늘어난다면 화석 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줄인 에너지 업계가 제대로 공급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JP모건은 석유 업계가 2030년까지 수요를 맞추기 위해선 6000억 달러(약 671조 원)의 투자를 더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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