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그린뉴딜 기조 고려하면서 에너지 기술・정책 개발해 나갈 것
원자력산업 보호 위해서는 중소기업 육성 지원부터
재학생 충원율 100% 이상 만들고 공기업 출연금 의존 비율 낮출 터

유기풍 KINGS 총장, 바다 건너 신고리1·2호기가 보인다.
유기풍 KINGS 총장, 바다 건너 신고리1·2호기가 보인다.

[전기신문 윤재현 기자] “KINGS 총장은 제가 학자로서, 교육자로서 국가에 충성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입니다.”

바다 건너 신고리 1·2호기가 보이는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KINGS) 총장실에서 만난 유기풍 총장은 에너지가 넘쳤다. 69세라는 고령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열정적이었고 2시간 넘는 인터뷰 시간 내내 어떤 민감한 질문을 던져도 머뭇거리지 않았고 거침이 없었다.

타고난 자신감일까. 아니면 서강대 총장을 지냈고 SCI급 학술지에 300편이 넘는 논문을 게재했던 과학자로서, 교육자로서, 그리고 교육행정가로서 최고의 길을 걸어왔다는 자부심 때문일까.

유 총장은 어디에도 연락하지 않고 지원서만 제출했다며 오로지 총장 추천위원회의 독자적 추천결과에 따라 KINGS 총장에 선임된 것으로 안다고 강조했다.

고려대 화공과를 졸업한 유 총장이 원자력과 인연을 맺은 것은 원자력연구원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당시 유공(SK에너지)이나 여천에 있던 호남정유가 화공과 출신으로는 월급을 제일 많이 주는 곳이었는데 마침 연애 중이던 서울 여자(지금의 아내)가 지방 가는 것을 마다해 서울에서 직장을 찾다 한국원자력연구소에 연구개발원으로 공채 입사해 핵연료 국산화 사업에 종사했다. 원자력발전기술 국산화 초기 연구개발진이었다고 할 수 있다.

유 총장은 당시만 해도 화공과 졸업생이 서울에서 구할 수 있었던 직장은 작은 무역회사, KIST(한국과학기술원), 원자력연구소 등 몇 곳이 없었다고 했다.

그의 이력을 보면 학자로서 독일, 일본, 미국을 경험했고, 원자력연구소에서부터, OCI사외이사를 경험하면서 원자력에서 신재생에너지까지 두루 거쳤다.

유 총장은 ‘환경오염을 유발하지 않고 낮은 가격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한 에너지’가 국가가 필요로 하는 좋은 에너지라며, 원자력 기술 수준이 곧 국가 과학기술 수준의 척도라고 강조했다.

3년 후 교수와 학생들을 섬기는 머슴 같은 총장으로 기억에 남고 싶다며, KINGS 총장은 학자로서 교육자로 마지막으로 국가에 충성하는 기회라고 포부를 밝혔다.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를 모르는 사람이 많다. KINGS 소개를 하면?

"KINGS는 2012년 개교했으며, 원자력발전기술을 선도하는 지도자급 전문가 양성을 위해 전일제 석사과정을 운영 중인 대학원대학교다. 국제학교답게 수업은 100% 영어로만 진행되며 학생 구성은 한국 학생과 해외 유학생의 비율이 거의 반반이다. 한국 학생의 경우 원자력을 비롯한 에너지 유관 공공기관에 재직 중인 직원이 대부분이며, 해외 유학생은 에너지 분야 공무원 또는 공공기관 재직자로 구성돼, 우리나라의 우수한 원자력 및 에너지 관련 기술을 해외의 에너지 분야 전문인력들에게 전수하고 나아가 한국형 원전의 해외수출을 지원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최근에는 정부의 그린뉴딜정책에 부응해 원전해체 분야 인력양성을 강화하고, 2019년에는 에너지정책학과를 개설해 에너지 전 분야로 교육스펙트럼을 확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해외 15개국의 학생이 재학하고 있으며, IAEA와 같은 국제에너지기구들과의 교육협력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국제화를 통해 일반대학교와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제4대 KINGS 총장으로서 취임 소감 및 KINGS 총장을 맡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역동적 혁신과 희망찬 미래를 위해 급격하게 변화하는 현실에서 우리 KINGS가 그 변화를 선도하면서 지속가능하게 발전하는 지구 생태계를 유지하는데 이바지하는 명실상부한 교육 전당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열역학을 전공하고 대학에서 한평생 교육, 연구, 국내외 학술 활동, 벤처창업 등 공대 교수의 본직에 충실해 왔다. 다른 한편으로는 대학의 학장 및 처장 등 각종 보직과 총장직을 경험했다. 이런 다양한 경험이 KINGS의 총장으로 봉사할 수 있게 된 계기가 아닌가 생각한다. KINGS에서의 총장직이 학자로서 국가에 충성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정도를 걸어가면서 지금보다는 더 일하기 좋고 더 학문하고 싶은 KINGS를 만들어 갈 것이다."

▶지금까지 KINGS에서 역점을 둔 사업 현안 및 앞으로 KINGS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총장으로서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은?

"KINGS는 한국형 원전 수출을 지원하고 글로벌 리더십을 갖춘 원자력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지난 10년간 큰 노력을 했다. 그동안 약 37개국 4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으며, 특히 UAE 바라카 발전소에는 수십 명의 졸업생이 UAE 및 한국을 대표해 에너지 산업현장의 리더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오고 있다. 최근 UAE와 사우디 정부로부터 정식 학위 인증을 받았는데, 이는 우리와 같은 소규모 대학 같은 경우 매우 이례적인 조치다.

또한, 변화된 정부 에너지 정책과 급변하는 외부환경에 발맞춰, 기존 발전 분야에 집중된 원자력 교육을 해체 분야로 확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방사선폐기물, 안전해석 등 원전해체 및 안전 분야의 교과 커리큘럼을 확대하고 있고, 지난 2019년에 신설한 에너지 정책학과를 통해 엔지니어링과 사회과학을 통합한 융합교육을 실시하고, 독일 Anhalt 대학과의 에너지 MBA 공동학위제를 운용하는 등 학생들에게 양질의 다양한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더불어 세계 곳곳에서 첨단 미래 대학 모형이 탄력적으로 실험되거나 실천되고 있는 고도의 대학 혁명의 물결에 맞춰, 우리도 닫힌 경계를 넘어서 열린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국내 유일의 원자력 전문대학원으로서의 소임을 다하기 위해 글로벌 그린 뉴딜 기조를 고려하면서 에너지 관련 첨단 기술과 정책을 개발하거나 협력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원자력공학과 지원 학생이 줄어드는 거 같은데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원자력공학과는 2009년 이전까지만 해도 전국에 5개 학교 정도에 불과했다. 원전 수출과 함께 많은 학교가 원자력학과를 신설하거나 원자력 전공 트랙을 개설하여 현재는 원자력 관련 교육을 하는 대학이 16개교에 이른다. 정책적 환경이 변한 만큼 지원자가 줄어드는 것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국제무대로 눈을 돌려보면 반드시 그렇지도 않다. 지금과 같은 상황을 원자력 분야 교육의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이미 KINGS는 에너지 전환정책에 맞춰 원자력산업학과 1개 과에 국한하지 않고 에너지 교육 영역 확대를 위해 에너지 정책학과를 개설했다. 또한, 향후 원자력산업의 핵심 분야로 떠오르고 있는 원전 해체분야 전문석사도 지속해서 배출해 오고 있으며, 이는 국내 단일 대학원 중 최대이다. 특히 국가지정 원자력 방제센터 및 인근 울산 지역에 설립할 원전 해체연구소와의 적극적 교류·협력을 통해 시너지효과를 가져온다면 국내외 지원 학생 수는 반드시 증가할 것이다."

▶한미원전 협력과 관련해 기대효과와 KINGS에서 계획은?

"한국의 원전산업은 높지는 않지만 일정 수준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이 한국과 협력하기로 한 이상, 원전 해외수출의 장애 요소 한 가지를 제거했다고 볼 수 있다. 반면에 파트너로서의 요구사항이 있을 수밖에 없다. 명실상부한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정부와 산학이 긴밀하게 협력을 해야 한다. UAE 프로젝트만 해도 건설은 한전이 하고, 운영은 다른 선진국들에게 주도권을 내주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적어도 인력 면에서는 국제적인 지도력을 가진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KINGS의 계획이다."

▶원자력업계와 원자력 학계가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은?

"‘원자력업계’ 라 함은 상당히 넓은 의미다. 원전을 운영하거나 관리하는 한수원을 비롯, 한전KPS, 한전기술, 한전KNF 등 공기업이 있다. 원전건설을 맡아서 하는 대형 건설사들이 있다. 그리고 원전 기자재 중에서 주기기를 제작 공급하는 중공업과 그 밖의 기기 제작 및 공급업체들이 있다.

몇몇 공기업을 제외하면 원자력산업 정책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기업들은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들이 많다. 대기업들은 원자력 분야 사업의 비중이 절대적이지 않다. 따라서 원자력산업의 보호를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육성을 지원해야 한다. 그러한 측면에서 올해부터 시행하는 ‘부산∙울산 지역에너지 클러스터 인재양성사업’이 원자력 학계가 원자력업계와 협력하고 지원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임기 중 꼭 하고 싶은 것은?

"임기를 마치고 학교를 떠나더라도 학교가 지속적으로 발전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놓고 가는 것이 목표다. 대외 경쟁력향상을 통해 재학생 충원율을 100% 이상으로 만들고, 현재 공기업의 출연금에 의존하고 있는 비율을 낮추고 재정자립도를 향상시키고 싶다. 또한, 계약학과나 평생교육 과정 운영을 통하여 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교육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R&D 기능 확대, 지역사회와의 네트워크 강화를 통해 열린 혁신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소임이라고 생각한다."

▶원자력업계의 당면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한국의 원자력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다른 무엇보다도 건강한 공급망(Supply Chain)에 근거한다. 정부의 에너지 전환정책으로 원전 전반에 걸친 인력양성, 플랜트 설계, 건설, 운영 및 기자재 공급에 이르는 Supply Chain이 약해진다면 기존 원자력발전소도 안전하게 운영할 수 없게 된다. 당분간 원전의 숫자를 유지하는 선에서 폐로와 신규건설의 균형을 맞춰 나가면서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에너지 전환정책이 진행돼야 한다."

▶정부의 기본정책이 국내는 탈원전하고 수출에 매진하는 것인데 이와 관련 학교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KINGS의 주된 설립목적이 원전 해외수출 지원이다. 정부가 해외 원전수출에 대한 의지는 계속 천명하고 있으므로 학교 존립의 근거는 살아있다고 본다. 그러나 해외수출을 위해서는 내국인 기술자들도 필요한데, 내국인 지원자 수가 절반 이하로 줄었다. 정부의 정책에 부응하고 학생 부족 사태를 보완하고자 ‘에너지정책학과’를 2019년에 신설했다.

현재 원자력산업학과와 에너지정책학과 2개의 학과를 운영하고 있음에도 총 학생 수는 2018년 이전 수준에 못 미친다. 한 마디로, 운영이 어렵지만, 추가적인 원전 수출을 위한 출연사 지원에 힘을 쏟고 있다."

▶북한에 경수로 원전을 세워주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KEDO가 북한에 원전건설을 시도할 당시와 현재는 정치적, 경제적 및 사회적 환경이 많이 달라져 있다. 지금은 일방적으로 북한에 원전을 세워주는 것이 전보다 더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북한의 전력망 사정을 고려할 때 대형 원전보다는 SMR이나 재생에너지처럼 분산전원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 만약에 남북 교육/연구 기관들이 협동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면 좋은 시발점이 될 것이다."

▶탄소Zero 사회로의 진입을 위한 KINGS의 역할은?

"2050 국제 탄소 중립화 협약에 대비하여 전기 에너지 생산과 소비 과정에 탄소 배출 제로가 되어야 선진국으로 살아남게 된다. 그리고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원자력 발전이 탄소 제로 달성을 위해 필수적인 에너지원이라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이런 중차대한 인류 문명의 핵심 과제를 떠맡고 있는 대학이 바로 우리 KINGS이다. 우리의 연구와 교육의 성과에 따라 우리나라는 물론 인류 문명 전체에 획기적으로 이바지할 수 있는 국제적 교육기관으로 우리 KINGS가 웅비할 수 있을 것이다."

He is....

1952.3 경기도 의정부 출생

학력

1967.3 ~ 1970.1 의정부고 졸업

1970.3 ~ 1977.2 고려대 공과대학 화학공학과 졸업

1978.3 ~ 1980.2 고려대 공과대학원 화학공학 석사

1980.1 ~ 1984.2 미국 코네티컷대 대학원 화학공학 공학 박사

경력사항

1977.1 ~ 1979.12 한국원자력 연구소 연구원

1984.3 ~ 2016.10 서강대 공학부 화학공학전공 교수

1990.6 ~ 1991.8 독일 A.V.Humboldt 초청, U. of Oldenburg 초빙교수

2007.1 ~ 한국공학한림원 회원

2013.3 ~ 2016.9 서강대 제14대 총장

2016.3 ~ 현 OCI 사외이사

2019.12 ~ 현 고려대 공과대 화공생명공학과 웅산석좌교수

2020.4 ~ 현 한전공과대학교 교육이사

2021.5 ~ 현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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