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서남해안 중심 대규모로 추진
계획대로 진행되는 사업 거의 없어
무분별 추진보다 세심한 검토 필요
전국서 40여 개 해상풍력발전단지 추진 중이지만 대부분 난항
주민 반대・계통 여건・경제성 문제…제주한림해상도 ‘표류 중’

[전기신문 정형석 기자]해상풍력이 그린뉴딜의 최대 수혜주로 떠오르면서 국내 서남해안을 중심으로 대규모 사업이 추진 중이지만 계획대로 진행되는 사업은 거의 없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추진 중인 해상풍력발전단지는 40여 개에 달하고, 설비용량도 14GW를 넘는다.

올해 들어 전기위원회에서 통과된 해상풍력발전 사업만도 ▲서남해 해상풍력 시범사업(400MW) ▲신안 대광 해상풍력 발전사업(400MW) ▲완도 금일 해상풍력 2단계(400MW) ▲전남 해상풍력 2단계(399MW) 및 3단계(399MW) ▲해남 궁항해상풍력 발전사업(240MW) ▲태안해상풍력 발전사업(504MW) ▲신안 어의 해상풍력 발전사업(99MW) ▲천사 어의 해상풍력 발전사업(99MW) ▲SK건설 울산 동남해안 해상풍력(136MW) ▲압해 해상풍력 발전사업(60MW) ▲여수 광평해상풍력(288MW) ▲여수 문도해상풍력(500MW) 등 13건이다. 설비규모로 3924MW에 달한다.

하지만 주민반대와 전력계통 여건, 갈수록 낮아지는 경제성 등을 감안할 때 무분별한 추진보다는 좀 더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갈수록 심해지는 주민 반대

제주시 한림읍 수원리 해상 일대에 조성 중인 한림해상풍력발전사업은 지난 2010년 사업 추진이 시작된 지 10년 만에 개발시행 승인 고시가 났다. 약 10년간 지역주민들과 소통하며 착실히 준비해 결실을 맺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아직도 주민수용성을 완전히 확보한 게 아니다.

한림읍수원리해상풍력사업 반대대책위원회는 최근 도의회 앞에서 회견을 열고, “반대활동에 서명한 주민이 대략 4700여 명에 이른다”며 “주민동의 없이 추진된 한림해상풍력사업을 즉각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부산 해운대구 중동 청사포 해안에서 추진 중인 청사포 해상풍력발전사업도 주민들의 반대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반대대책위는 “청사포 해상풍력단지의 입지상 해양생태계 파괴, 어업권 침해, 경관 저해, 소음피해, 항해 안전 위협 좌동 도심 전자파 등 문제점이 많다”며 사업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제주 대정해상풍력의 경우도 환경단체의 거센 반발로 시범지구 지정 단계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주민들의 반대로 정부와 지자체도 강하게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REC기준가격 하락으로 경제성 급락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의 수익은 전력시장가격(SMP)과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에 의해 결정된다.

지난해와 비교해 계통한계가격(SMP)이 높아지기는 했지만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격 하락으로 발전사업자의 수익성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REC는 재생에너지 시설비 또는 투자비가 많이 소요되는 사업에 가중치를 부여해 신재생사업의 수익을 보조하는 일종의 보조금인데, 태양광 발전단가가 낮아지면서 REC가격도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9년 12월 재생에너지의 발전단가를 낮추려는 의도에서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제시한 단가를 가이드라인으로 삼은 균등화발전비용(LCOE)을 도입하고 이를 기준으로 사업의 경제성을 판단하고 있다.

해상풍력의 LCOE는 ▲281.8원/kWh(국산 풍력터빈 적용 시) ▲238.4원/kWh(외산 풍력터빈 적용 시)이다.

문제는 대부분 해상풍력사업의 경우 이같은 LCOE로는 경제성 기준을 맞추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제주한림해상풍력도 난항...민간투자 위축 우려

우여곡절 끝에 최종 인허가까지 받아내며 10년 만에 첫 삽을 뜨게 된 국내 최대 해상풍력발전단지인 100MW급 제주한림해상풍력 사업의 경우 당초 외산 기종 터빈을 도입할 계획이었던 한전이 최종적으로 풍력발전설비 18기 전량을 두산중공업의 국산기종으로 설치하기로 함으로써 국내 관련 산업 생태계 구축과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아 왔다.

하지만 10년간 사업이 지연된 데다 해상에서 암초가 발견되며 대림산업이 사업을 포기하고 현대건설이 대신 참여하면서 사업비가 늘어난 반면, REC는 하락해 경제성이 크게 낮아졌다.

이대로는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한전과 중부발전도 사업 지속 여부를 심도 있게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림해상풍력 사업이 좌초될 경우 정부의 에너지전환과 그린뉴딜 정책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또 향후 재생에너지에 대한 대규모 민간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국산화 VS 국민부담 증가

정부로서도 고민은 많다. 국산 터빈과 관련 부품이 외산에 비해 가격경쟁력이나 성능 모두 뒤처지는 상황에서 국내 해상풍력 사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국산화 비율을 높일 경우 그만큼 경제성은 떨어지고 국민부담은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LCOE보다 발전단가가 높은 사업을 그대로 추진할 경우 그리드패리티 도달 시점은 계속해서 지연되고 재생에너지 보급이 증가할수록 국민부담은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렇다고 대만처럼 국산화보다는 보급 위주의 정책을 추진할 경우 재생에너지 보급 속도는 빨라질 수 있지만, 국내 풍력산업은 고사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업계 전문가는 “외산이 거의 100% 점령하고 있는 가스터빈 시장처럼 풍력산업도 외국 기업의 놀이터가 되게 해서는 안 된다”며 “다만 두산중공업과 유니슨 등 국내 터빈 기업들도 정부에만 기대 기술개발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집적화단지 조성과 계통연계 지원 필요

결국 해상풍력 보급 확대와 국내 산업 육성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정부와 공공기관, 민간기업이 역할분담을 통해 시장을 활성화하는 게 중요하다.

정부와 지자체는 입지발굴부터 단지계획 수립, 주민수용성 확보 등을 주도적으로 수행하는 집적화단지를 조성하고, 한전도 이곳에 계통연계를 해줌으로써 민간사업자가 이곳에서 자유롭게 발전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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