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측근, 석유 산업 투자 강조

이고르 세친 로스테프트 회장의 모습.
이고르 세친 로스테프트 회장의 모습.

[전기신문 나지운 기자] 탄소중립이 서구권 최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석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수출이 주력 산업인 러시아가 불편한 내색을 보이고 있다. 대통령 푸틴의 측근이자 유력 정계 인사가 지금의 탄소중립 전략은 실현 가능성이 낮다며 석유‧가스 산업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9일 러시아 관영 통신 타스 등 주요 외신에 의하면 지난 5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국제경제포럼(SPIEF) 행사에서 이고르 세친 로스네프트 회장은 석유 산업에 대한 투자가 증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스네프트는 한 해 매출이 100조원대에 달하는 러시아의 주요 국영 에너지 기업이다. 세친 회장은 푸틴 대통령의 측근으로서 러시아 부총리를 역임하는 등 푸틴 막후에서 강력한 힘을 행사하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세친 회장은 포럼에서 코로나19로 석유 수요가 줄어들었지만 팬데믹에서 세계 경제가 회복되면 수요는 다시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에너지의 적정 생산 수준을 앞으로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석유‧가스 산업에 17조 달러가 투자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세계의 석유 및 가스 채굴량이 최근 몇 년간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세친 회장은 지금의 추세가 계속되면 글로벌 주요 기업들은 물론 세계경제가 심각한 에너지 부족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이번 주장은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온실가스 배출량에 관한 보고서를 발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나와 이목을 글었다. IEA는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오는 2050년까지 세계가 온실가스 실질 배출량을 ‘0’으로 만들려면 화석연료 산업에 대한 신규 투자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러시아 정계의 유력 인사가 IEA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다.

외신들은 세친의 이런 주장이 러시아가 탄소중립을 달가워 하지 않는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세계적인 산유국이자 천연가스 생산국인 러시아는 관련 자원의 수출이 국가적으로 주요 산업이다. 과거 유럽의 서방 국가들과 외교적 마찰이 있을 때 유럽으로 보내는 가스관을 잠그는 등 자원을 외교적 무기로 사용하기도 했다.

로이터 통신은 러시아가 태양에너지, 수소에너지 등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있어 기술적으로 뒤쳐져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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