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넘버원, 엑손모빌 이사회 의석 2석 확보 성공
지난해 사상 최대 적자 이어 경영전략 수정 불가피

대런 우즈 엑손모빌 CEO가 지난 26일(현지시간) 열린 기자회견에서 답변하고 있다.
대런 우즈 엑손모빌 CEO가 지난 26일(현지시간) 열린 기자회견에서 답변하고 있다.

[전기신문 정세영 기자] 세계 최대의 에너지 기업 엑손모빌이 주주총회에서 탈(脫) 화석연료를 주장하는 인사 2명이 이사로 선출돼 경영전략의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외신은 미국의 행동주의 펀드인 ‘엔진넘버원(Engine No.1)’이 표결을 통해 엑손모빌 이사회에 2명의 이사 자리를 확보했다고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엔진넘버원은 미국 기업의 기후변화 문제와 관련해 사실상 환경단체와 같은 목소리를 내온 헤지펀드다. 그동안 엑손모빌의 경영정책에 뜻을 반영하기 위해 화석연료 부문에 집중된 사업 모델의 전환을 촉구해왔다.

엔진넘버원의 엑손모빌 지분은 0.02%에 불과하지만, 2대 주주인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등 기관투자자들의 지지를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블랙록은 지난 1월 ESG(환경·책임·투명경영) 요소를 자산 운용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엔진넘버원과 블랙록 등 기관투자자들은 엑손모빌의 경영진에게 기후변화 문제와 관련해 투자자들의 미래 가치 보장을 요구하며 전략 수정을 압박해왔다.

엑손모빌은 석유·가스 수요 성장세를 상대적으로 더 낙관적으로 예측하는 등 기후변화 문제에 있어 다른 정유 메이저사들의 행보에 뒤처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최근 수년 동안 부채가 급격히 늘어난 엑손모빌은 지난해 224억달러(약 25조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40여년 만에 처음으로 사상 최대의 연간 적자를 내기도 했다.

기후변화 대처를 내세운 엔진넘버원 측 인사들의 이사회 진출로 엑손모빌은 경영전략의 일부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대런 우즈 최고경영자(CEO)의 입지도 흔들리게 됐다.

우즈 CEO는 성명을 내고 “두 이사를 환영한다”며 “이분들과 모든 주주를 위해 건설적으로 함께 일하기를 고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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