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부터 글로벌 자동차 제작사의 차량 반도체 부족 현상으로 정상적인 차량 생산이 어려워지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는 자동차의 각종 제어에 소요되는 핵심적인 부품으로 내연기관차는 약 100개, 전기차는 200여개가 소요되는 핵심 소재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국내 자동차 제작사까지 큰 영향을 주기 시작하면서 역시 차량 출고가 지체되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신차 판매가 급감하면서 차량용 반도체 주문을 줄였고 해당 반도체 회사들은 차량용 반도체를 대신하여 모바일이나 가전제품 위주로 반도체 생산을 늘렸다고 할 수 있다. 다시 신차 판매가 회복되고 차량용 반도체 재 주문을 하자 돌아선 반도체 회사들의 생산량을 늘리기가 어렵게 된 것이다. 그나마 현대차 및 기아차는 작년 신차 판매가 그리 크게 줄지 않을 정도로 괜찮은 실적이었고 이미 다른 부품 공급으로 공장이 정지된 사례도 있어 미리 차량용 반도체를 확보하다보니 다른 글로벌 제작사 대비 4~5개월 정도는 여유 있게 준비하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준비된 반도체도 모두 소진되면서 이제 부족 현상이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다.

현대차 그룹 등 글로벌 제작사들은 비상 체계로 운영된다고 할 수 있다. 적어도 가을까지는 부족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백신 부족현상과 마찬가지로 곳곳에서 모두가 노력하여 차량용 반도체를 수급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또한 인기 없는 차종은 생산을 줄이고 인기 차종으로 생산한다든지 아예 차량용 반도체가 없는 특정 옵션을 제외하고 판매하는 ‘마이너스 옵션’도 등장하고 있을 정도이다.

문제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이 가을쯤 해결된다고 해도 다시 반복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 등 각 국가나 지역에서는 자국 등에서 해결할 수 있는 차량용 반도체 내재화를 선언하기 시작했다. 즉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내재화’를 선언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미 차량용 반도체는 각국 산업과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전략물자로 전환되어 각자도생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차량용 반도체는 다른 반도체에 비하여 하이 테크 기술은 아니면서 내구성과 신뢰성이 극히 높다는 까다로움이 있다. 여기에 공정기술은 주문에 따라 달라지는 특성이 있어서 투자 대비 수익률이 떨어지는 가성비가 낮은 주문형 반도체라 할 수 있다. 국내 반도체 회사들이 진입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고 자동차 산업 자체가 배타적인 부분도 많아서 진입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았다고 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 차지하는 차량 반도체 부분은 약 3%에 불과하여 해외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결국 전략물자로 변하여 내재화를 선언하는 마당에 우리는 반도체와 자동차라는 국가 경제의 기틀을 내세우는 분야인 만큼 문제점을 해결해야 하는 심각한 과제를 안고 있다고 하겠다.

잘못하면 반도체 주권을 뺏길 수가 있고 선진국 진입을 한 자동차 산업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만큼 제대로 된 준비와 국가 차원의 내재화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대통령 주재 하에 이에 대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는 의미도 바로 국내 내재화를 통한 확실한 준비라 할 수 있다. 산·학·연·관의 유기적인 역할은 물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책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연구개발비와 세제 해택은 물론 낮은 영업이익률을 보장할 수 있는 각종 지원책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역할 분담을 통한 시너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국내에는 중견 반도체 회사들이 즐비하고 충분한 역량을 갖춘 반도체 설계회사인 펩 리스가 있는 만큼 역할 분담을 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글로벌 반도체 회사들은 위탁 생산이 가능한 파운드리 운영이나 반도체 기술을 공유하며, 현대 모비스를 비롯한 현대차 그룹 등은 생산한 차량용 반도체를 충분한 시험을 통하여 활용하고 양산형 모델에 적용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유기적인 역할과 시너지 효과를 위한 자양분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차량용 반도체는 국가 경제를 위협하는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철저한 준비 하에 신속하게 준비하여 굳건한 미래 모빌리티 선도국으로 자리매김 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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