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지난달 DR시장 개편안 전력거래소 제출
명분은 신뢰도 강화지만 속내는 전력구입비 절약
업계 “신뢰도 100% 이상 유지…민원 크게 늘 것”

수요자원 거래시장의 감축 이행률 (출처=전력거래소)
수요자원 거래시장의 감축 이행률 (출처=전력거래소)

[전기신문 오철 기자] 수요자원 거래시장(DR)이 절반 규모로 축소될 위기에 처했다. 한전이 DR의 신뢰도 향상을 이유로 DR 참여 기준 강화 등 방안을 전력거래소에 제출했기 때문이다. 최근 2년간 기본금 감축 등을 감행, 비용 대비 성능을 높이며 안정적인 전력수급 제도로 정착한 DR 시장에 또다시 칼바람이 불지 주목된다.

3일 DR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수요자원 거래시장의 의무감축 대기시간 축소, DR 참여고객의 전기소비형태 검증 기준(RRMSE) 강화 등을 담은 DR 시장 규칙 개정 제안서를 지난달 30일 전력거래소에 제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소비형태 검증(RRMSE, Relative Root Mean Squared Error)은 DR에 참여하고자 하는 고객사의 등록 전력사용량과 실제 사용량의 평균 오차를 확인해보는 하나의 기준이다. 현행 기준으로는 두 전력량의 차이가 30% 이하여야만 DR 거래가 가능하다.

한전의 주장은 기존 30% 기준을 20%로 내려 기준을 강화하자는 것. 명분은 신뢰도 강화다. 등록기준과 실제 전력량 오차율을 줄이면 보다 신뢰도 높은 DR 운영이 가능하다는 게 한전의 의견이다.

이에 대해 한국전력수요관리협회 관계자는 “전력거래소 통계자료를 보면 2019년 이후 수요자원 거래시장의 신뢰도는 100% 이상 꾸준히 유지해오고 있는데 왜 한전이 갑자기 DR의 신뢰도를 문제 삼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또 RRMSE가 수요 자원의 신뢰도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고 보는 것도 무리”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와 미국의 산업, 전력시장 구조 등 전혀 다른 환경은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선진 사례라며 그대로 적용하겠다는 것도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꼬집었다.

이 때문에 DR 제도 신뢰성 강화는 표면적인 이유고 ‘정산금 감축’이 실제 속내라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 DR 시장에서 참여 고객의 감축 전력을 보상해주는 곳은 판매사업자인 한국전력이다. 즉, DR 자원이 빠질수록 한전의 지출 비용은 줄어들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DR 자원의 46%가 RRMSE 기준 20~30% 사이에 걸려있다”며 “RRMSE 기준이 20%로 줄면 감축량이 줄어들든지 자원이 탈락하든지 한전은 어쨌든 이익”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급 비상 시나 경제성DR로 전력시장에 참여하는 DR 용량만큼 DR 보다 더 비싼 발전기가 가동돼야 해 한전의 전력구입 비용은 오히려 늘어나게 된다”며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DR 용량 4.3GW에도 크게 못 미쳐 수급 계획에도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력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DR 용량이 2GW 감소할 경우 전력시장 용량 정산금이 753억원 증가하며 경제성 DR 참여로 연간 SMP 하락 및 전력구입비 절감 효과도 6차연도 기준으로 28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발표된 바 있다.

협회 관계자는 “지난 2019년 말 DR 제도가 대대적으로 개편돼 기본정산금이 참여 실적에 따라 차등하여 지급되고 감축 시험 통과 기준도 상향되는 등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가 취해진 바 있다”며 “또다시 대규모 DR 제도 개편이 이뤄진다면 잦은 제도 변경으로 인한 안정적인 운영이 어려워질뿐더러 DR에 참여하고 있는 5000여개 사업장에서도 엄청난 민원이 제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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