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현 회장‧부회장 해임 건의안 의결
회장단측 “이사회 의결 권한 없다” 맞서
협회 미래 미궁 속으로 빠져

[전기신문 나지운 기자] 철도신호기술협회의 내부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부정선거 의혹으로 혼란이 끊이질 않자 보다 못한 이사회가 칼을 빼들었다. 반면 회장단측은 이사회에 권한이 없다며 맞서는 상태다.

4일 철도신호업계에 따르면 한국철도신호기술협회 이사들은 지난달 29일 긴급 이사회 회의를 개최하고 협회 회장‧부회장의 직무정지 및 해임 건의안을 의결했다.

이사회에는 총 이사 19명중 8명이 참석했고 5명은 권한을 위임했다. 과반수인 13명이 박재영 현 협회장과 최준영 현 부회장에 대한 해임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사회 관계자에 따르면 “새로운 회장이 직무를 맡을 때까지 비상대책위원장이 직무를 대행하게 될 것”이라며 “당분간 비대위체제로 협회가 운영되리라 예상한다”고 말했다. 비대위원장에는 과거 협회 이사를 역임한 이종록 서우건설산업 회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회장단측은 이사회의 이번 의결이 효력이 없다며 맞서고 있다.

최준영 부회장은 “회장 선임은 대의원 선거와 총회 인준을 거친다. 해임 절차도 총회를 통해야 하는 것”이라며 “정관에 위배된 결의를 했다”고 반박했다.

또 이사회 개최 자체도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입장이다. 개최 권한은 회장에게 있음에도 회장을 통하지 않고 이사들이 자체적으로 이사회를 개최한 만큼 문제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양측의 주장이 배치되는 이유는 협회 정관에 회장‧부회장 해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명시돼있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해임을 위해서는 정관의 여타 규정을 해석해야만 하는데 이 과정에서 차이가 발생하는 것.

이사회 관계자는 “법무법인에 자문을 구해본 결과 절차상 무리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사단법인의 최고 의결기구는 이사회인 만큼 이사회 의결이 충분히 효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회장단 측은 회장을 선출하는것은 대의원과 총회인데 이사회만으로 해임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맞서고 있다.

이러한 이사들과 현 회장단과의 갈등은 지난 2월로 예정됐던 신임 협회장 선거의 부정 의혹에서 비롯된다. 앞서 철도신호협회는 2월에 신임회장 선출을 위한 대의원 투표를 진행했으나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 개표가 무기한 중단됐다. 이후 여러차례 이사회를 개최해 해결 방안을 논의했으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급기야 선거관리위원장이 지난 3월에 박재영 현 회장과 최준영 현 부회장을 ‘선거업무방해’ 혐의로 경찰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협회가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워지자 주요 회원사들이 긴급 회의를 열어 조건부 개표를 건의했으나 이조차 받아들여지지 못한 상황이다.

회장단 측은 “경찰 조사가 나오면 시시비비가 가려질 것이니 그때까지 기다리자”는 입장이지만 이사회는 시일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무작정 기다리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 장고 끝에 이번 결의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일단 결의안은 의결됐지만 추후 협회 운영이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는 현재로서는 지켜봐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해임 결의안에 대한 법적인 논쟁이 붙으면 상황이 새로운 양상으로 흐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사회 결의안이 의결됐어도 현 회장단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앞으로도 협회 운영에 난항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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