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장비 강화기준 맞춰 ‘종합시험회사’ 발족 만전
업무 중요성, 기술 집중도 비해 낮은 노임…인상 필요
공사물량 균등·적정 발주로 경영안정·전문성 강화해야

한전은 전력계통 최고의 엔지니어링 기업 육성을 목표로 전문기술자와 장비를 갖추고 시공능력평가에 합격한 전기시공업체를 대상으로 ‘변전전문회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변전분야는 전력계통 중에서 수많은 기기와 부품이 연결된 첨단장비들이 많아 전문 엔지니어의 손끝에서 전력공급의 신뢰도가 결정되므로 그만큼 고도의 테크닉이 요구되는 분야로 인식돼 왔다.

변전전문회사 제도는 지난 1996년부터 시행됐다. 당시 18개 회사로 출발해 현재 180개사에 340개팀으로 필수기술자 등 종사자가 4000여명에 이른다.

제도 도입 초기에는 한전으로부터 변전전문기술을 지도받았지만 전 회원사가 품질확보와 휴먼에러 제로화에 도전한 결과 변전설비 고장발생률을 세계 최저 수준까지 끌어내렸다. 2014년부터 주변압기의 핵심기술 부품인 OLTC(On Load Tab Changer·부하시 전압조정기)의 정밀 점검을 변전전문업체들이 수행하면서 변전설비 운영 국산화를 이뤘다.

장덕근 변전전문회사협의회 회장은 “변전전문업체들의 노력과 열정이 현재의 위치를 말해주고 있다”며 “20년 넘게 축적한 기술이 사장되지 않도록 협의회를 통해 업계 발전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변전전문회사협의회를 4년째 이끌고 있는 장덕근 회장을 찾아 변전전문회사의 현 상황에 대해 들어봤다.

▶변전전문회사의 현 상황과 최대 현안은 무엇입니까.

“올해는 변전전문회사 제도 도입 25년이 됐지만 변전전문회사 경영이 녹록지 않은 상황입니다. 전문회사들의 경영이 힘들다 보니 인력·장비에 대한 투자가 제대로 안 될까 우려됩니다.

전문성과 기술력이 있는 팀을 구성해 일을 하는 데 필수기술자, 필수기능 등 10명 정도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팀당 3억여원의 수익으로는 기준 인원의 임금 충당도 어려울 정도로 경제적으로 변전전문회사 유지에 애로사항이 많아 이에 대한 대책이 절실히 요구됩니다. 또 전력산업의 변화에 맞춰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합니다. 전력산업이 본격적인 정체기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죠. 따라서 ESS, Facts, 친환경 개폐장치 등 신기술분야의 사업영역을 확대하기 위한 기술력의 확보가 요구되며 송변전설비 고장예방진단 분야의 기술력 향상으로 휴전 후 각종 점검위주에서 활선상태에서 예방진단 위주의 설비관리도 예상돼 대비가 필요합니다.”

▶변전전문회사협의회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4년이 됐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점과 성과를 꼽는다면.

“변전전문회사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일반 전기공사 대표님들이 변전전문회사가 높은 문턱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하는 것에 대해 변전분야의 전문성과 특수성을 설명해 이해를 구했습니다. 개별설비를 연계 시스템으로 구축하는 변전소 건설공사는 각 구성설비에 작은 문제가 발생해도 그 파급은 전체 변전소 시스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고난도 전문기술공사입니다. 일반 전기공사 대표님들은 공동도급 문호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2개 이상 회사의 공동이행, 분담이행 방식으로는 공사 시행이 물리적으로 힘든 구조입니다. 단일 적격업체가 공사를 책임지고 시공품질을 높이는 것은 물론 공사관리 및 현장안전관리가 효율적입니다. 특히 추후 하자 책임을 명확히 할 수 있습니다. 또 취임 초기에 전문회사 내부적으로 전문회사공사 입찰관련으로 민원이나 가처분 소송 제기 등 반목이 있었지만 협의회 차원의 중재활동 등을 통해 해결하는 등 회원사 간의 화합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취임과 동시에 ‘인적실수 제로화 달성으로 한전으로부터 신뢰받는 협의회를 이끌 것’이라고 말씀드렸는데 협의회 소속 기술인력을 대상으로 매월 2회씩 안전의식 고취 문자 발송과 각종 모임에서 안전강조 활동 등의 노력으로 협의회 회원사는 지난해에 인적실수 제로화를 달성했습니다.”

▶올해 역점을 두고 추진할 사업은.

“내년 초 변전 시험분야 전문성을 한층 강화한 종합시험회사를 발족하는데 차질 없이 준비하겠습니다.

협의회는 추가 인력과 장비를 강화된 기준에 맞춰 종합시험회사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또한 한국전기공사협회가 내년 초 충북 오송으로 이전함에 따라 공사협회와의 업무협조와 변전실습장의 공동이용 및 회원사의 접근성 등을 감안해 협의회도 20여년의 서울생활을 접고 함께 이전할 계획입니다. 현재 사무실 약 200㎡와 장비창고 약 300㎡를 확보했습니다.”

▶업계는 경영난을 겪고 있는데 대책이 있다면.

“전공들에 대한 노임 인상과 예산확대가 시급합니다. 변전전공노임(36만9045원) 인상이 필요한데 지난해 9% 인상이 있었지만 아직도 송전전공(43만6350원)에 비해 많이 낮은 수준입니다. 기술적 난이도나 기술자 양성의 장기화과정 등을 볼 때 적어도 송전전공수준 노임 정도로 상승되도록 적극적으로 추진할 예정입니다.

다음은 전문회사영역의 예산확보 입니다. 중요 공공시설에서 고장이 연달아 발생하고 있습니다. 고장의 이면을 살펴보니 유지보수예산의 삭감이 원인으로 밝혀졌습니다. 변전분야도 국가의 근간인 전력망을 다룬다는 점에서 예산부족으로 적정 시기에 해야 할 설비 점검을 미룬다면 자칫 광역 정전이 발생해 막대한 피해를 발생시킬 뿐만 아니라 큰 사회적 혼란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변전설비의 유지보수, 예산을 현재보다 대폭 증액하는 방향으로 나갔으면 합니다.”

▶인력 문제에 어려움은 없는지.

“필수기술인력의 적정한 확보와 자격 연령의 연장이 필요합니다. 현재 전문회사 작업팀의 핵심 기술인력인 필수기술자는 2021년 1월 현재 변압기 168명과 개폐장치 285명이 등록돼 있지만 실제 활동 중인 기술자는 변압기153명과 개폐장치 240명으로 파악됩니다. 현재 등록된 변압기 128팀과 개폐장치 209팀 수에 비해 여유인력이 적어 능력 있는 필수기술자 확보에 많은 애를 먹고 있습니다.

필수기술인력 적정 확보가 절실한 만큼 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개폐장치 필수기술자 교육과정은 연 2회에서 3회로 확대 운영 중이지만 입소인원 부족으로 어려움이 있어 교육인원확보에 대한 전문회사 대표님의 자세 변환이 필요합니다. 아울러 오는 2023년부터는 필수기술자에 대해 개폐장치, 변압기의 조립능력 평가 및 신규 기술평가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인 만큼 빠른 시행이 요구됩니다.”

▶변전협의회 회원의 변화도 이끌겠다고 했는데.

“지난 1996년 제도가 도입될 당시 18개 업체로 시작했습니다.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꾸준히 고급인력이 양성되면서 전문화가 확고해졌으며 당시에 비해 시장 규모는 수치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이 시장이 언제까지 성장할 것인가에 대해 항상 고민해야 합니다. 기술수준, 인력, 전체 매출 규모 등 모든 것이 비약적인 성장을 했지만,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것인가에 대해 마음 한 편에는 불안감이 있습니다.

실제 현재 협의회 회원 중 모든 업체가 경쟁력을 갖춘 것은 아닙니다. 쉽게 말해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한 해 동안 공사수주를 한 건도 못했거나, 1억원 이하의 업체가 전체회원사 중 30곳에 달할 정도입니다.

이러한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적격심사기준의 변경 등을 건의했으며, 전문회사소속 기술자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기술력을 높여나가야 합니다. 그래야 발주처와 신뢰를 쌓을 수 있습니다. 이런 신뢰를 바탕으로 우리의 노력과 땀의 가치를 인정받아야 합니다.

또 협의회가 설립된 지 이제 20여년이 됐고, 전국 모임으로 성장해 대외적으로 역할을 인정받고 있는 만큼 이제 변전인만의 품위를 유지해야 합니다. 사업을 하는 사람들의 모임이지만 우리만의 품위를 지킬 수 있는 경영을 하도록 유도할 생각입니다. 기술자 가로채기, 입찰관련 투서 등 동종업을 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손가락질받는 경영을 하지 못하도록 할 생각입니다.”

▶발주기관에 부탁하고 싶은 말은.

“한전과 변전전문업체가 진정한 의미의 동반성장과 상생 경영에 대한 고민과 소통을 강화하고 기술애로 해결 및 습득이 곧 함께 갈 수 있는 길이라는 인식을 같이해야 합니다. 변전보수원이나 협력업체 직원들은 현장에서 사선을 넘나들며 일을 하는 동료입니다. 또 현장에서 한순간의 실수가 광역정전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에 따른 경제적 파급도 큰 것이 사실입니다. 따라서 변전분야의 한전 종사자는 기술적 전문성과 특수성을 인정해 한 분야에서 좀 더 오래도록 근무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또한 혹서기와 혹한기의 휴전 불가기간을 제외하고 공사물량 균등발주로 업계 경영에도 도움을 주고 적정물량의 시공으로 전문성이 발휘될 수 있도록 협조가 필요합니다.”

▶회원사들에 하고 싶은 말씀은.

“회원사 전체의 이익이 무엇인지를 헤아려 어려울 때일수록 분열보다는 협력하고 단합해 혼자가 아닌 전 회원사 모두 함께한다면 어떤 난관도 헤쳐 나갈 수 있으며 못 이룰 것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 변전전문회사만의 영역을 허물려는 외부와 내부의 세력이 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전체 회원사를 아우르다 보면 개별회원사로서는 서운한 점도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엄중한 시기에 불만들이 표출돼 우리 협의회의 체계가 무너진다면 우리 모두에게 손해라 생각됩니다. 회장인 저도 그동안 부족했던 회원사 간의 협력과 단합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회원사­들의 적극적인 협조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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