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학자 엘빈 토플러는 ‘제3의 물결’(1982년)에서 일찍이 재택근무 개념을 “지식 근로자들이 전자 오두막(electronic cottage)에서 일하게 된다. 개인용 컴퓨터와 영상 장치, 통신장비 등을 이용해 새로운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네트워크로 연결된 컴퓨터로 일하는 시대가 되면 재택근무가 가능해질 것으로 본 것이다. 이후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하면서 기업들이 재택근무와 원격근무를 도입하였으나 재택근무의 효능이 업무 성과로 이어지는지 불분명, 창의성 저해 등의 이유로 중단되었다.

지난해 COVID-19 팬데믹을 겪으면서 이동제한 또는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이어지고, 이 과정에서 재택근무가 확산되었다. 그리고 코로나19가 진정된 이후에도 국내외에서 재택근무가 상당부분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늘어나고 있다. 애플의 CEO 팀쿡은 지난해 9월 월스트리트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비대면으로 일을 꽤 잘하고 있기 때문에 예전 방식으로 돌아갈꺼라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에 발표된 논문 ‘왜 재택근무가 유지될 것인가’에서 몇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COVID-19 위기로 인해 많은 직원이 강제적으로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경영진과 직원의 재택근무 인식이 크게 개선됐다.

이번 위기를 계기로 직원과 기업이 재택근무가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이미 많은 시간(IT기술 습득)과 자원을 투자했다.

설문 결과에 따르면 대다수 기업이 기대했던 것보다 재택근무가 잘 작동했다고 평가됐다는 것 등이다.

그러면 재택근무는 온실가스 감축을 가져올까? 지난해 6월 발간한 IEA 보고서에 따르면 자동차로 통근하는 가구가 일주일에 하루 재택근무을 한다고 가정할 경우 글로벌 이산화탄소 배출이 연간 2400만t(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약 0.05%이며 런던 도시권 총 배출량 수준) 감소하며, 재택 빈도 증가에 따라 감소량이 비례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였다. 미국의 경우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28%를 수송부문이 차지하고, 이중 통근으로 인한 배출량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국내 역시 수송 부분 배출량 중 도로 수송 비중이 96%로 압도적으로 높으며, 서울 및 수도권을 제외하면 대중교통 인프라 부족으로 승용차 이용이 매우 높다. 더불어 COVID-19로 자가용 이용은 더 높아졌다.

반면 재택근무로 가정에서의 IT기기 사용이 늘고 냉∙난방 에너지 사용량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규모가 있는 사무실 건물의 냉·난방 에너지는 가정에서 사용하는 냉·난방보다 에너지 효율이 훨씬 높다. 가정이 개별적으로 사용하는 에너지원에 따라 차이는 더 커질 수 있다. 또한 사무실에서 공용으로 사용되던 PC, 프린터 등의 용품들이 늘어나는 것도 환경적으로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언뜻 수송 부문의 절감량과 가정과 사무실 에너지 사용의 증감량의 비교를 통해서 실제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분석해야 하는 연구도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재택 또는 원격근무로 인해 통근 시간을 아낌으로써 삶의 질이 높아져 개인의 만족도가 높아지는 가치를 비용으로 계산한다면, 개인과 가정의 에너지 절감 노력을 위한 방안과 정책 지원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실제로 20~30대 직원들에게 재택근무는 기업이 제공하는 가장 만족도 높은 복리후생제도 중 하나이기도 하다.

앞으로 COVID-19 이전의 근무 형태로 돌아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래서 개인과 가정의 에너지 절감을 위해 재생에너지 설치, 단열 등을 포함한 저탄소 건물로의 리모델링, 에너지 효율이 높은 가전제품 구매, IoT를 활용한 에너지 수요 관리 등을 지원하는 정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펼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재택 또는 원격 근무가 가진 기후∙환경적 장점을 개인, 기업, 국가 차원에서 극대화할 수 있다. 아울러 이동시간 단축으로 직장 근로자뿐만 아니라, 프리랜서, 사업자들이 더 많은 경제∙사회 활동 기회가 만들어질 수 있다. 이게 바로 그린 뉴딜 아니겠는가.

김소희 재단법인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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