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협정에 복귀한 미국이 기후정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일, 무역대표부(USTR)는 <2021년 무역정책 아젠다 보고서>를 통해 탄소국경조정제 도입 등 기후변화 대응에 무역정책을 연계할 것임을 밝혔다.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미국이 EU와 협력하면서 기후의제를 주도하는 형국이다. 다가오는 4월 22일, 지구의 날 미국이 주최하는 기후정상회의 의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은 오바마 정부 시기에 만든 주요경제국포럼(MEF)을 기후논의를 위해 재건할 예정이며, 주요경제국포럼에는 중국, 유럽연합, 한국, 멕시코 등 20여 개 국가가 참여하고 있다. 상징적인 ‘지구의 날’에 정상회의를 소집한 만큼 미국이 얼마나 모범을 보일 것인가가 관건이다. 미국은 정상회의에서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발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파리협정으로 약속한 2025년까지 2005년 대비 26~28% 감축 목표보다는 훨씬 높은 목표치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3월 2일, 민주당은 기후법안 ‘Clean Future Act’를 발의했는데, 그 법안에는 2005년 대비 2030년 온실가스 50% 저감을 목표로 명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정부 임기 내에 2030년 감축 목표를 수정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미국의 감축 수준에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기후정상회의에서 주목할 부분은 화석에너지에 대한 국제 자금 조달 중단과 화석연료 보조금 쟁점이다. EU는 그린 딜을 통해 신규 석탄발전 투자 금지와 환경적으로 유해한 화석연료 보조금을 분명한 목표연도 설정을 통해 없앨 것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도 바이든 대통령 행정명령에서 연방기관 예산으로 화석연료 보조금을 집행하는 것을 금지하고, 예산관리국 주도로 2022년 예산부터 화석연료보조금을 없앨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G20 국가들은 2009년부터 화석연료 보조금 폐지를 논의해왔으나 실질적인 진전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EU와 미국이 화석연료 보조금 폐지를 들고나오면 논의의 속도는 빨라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도 2018년 기준 화물차 유가보조금 2조원, 농업 면세유 1.1조원 등을 지급하고 있어, 화석연료보조금 폐지에 대한 대안을 시급히 모색해야 한다. 특히 물류와 농어업은 당사자는 물론이거니와 사회적 영향이 큰 분야로 사전에 충분한 논의와 대안 마련이 필요한 부분이다.

지난해 9월 중국의 2060년 탄소중립 선언 이후, 일본, 한국, 미국 등 2~3개월 사이에 주요국가들이 ‘탄소중립’을 결정했으며, 이제 ‘탄소중립’은 국제사회의 무역·경제·외교의 중심 이슈로 자리 잡았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 존 케리 전 국무부 장관 기후특사 임명했고, 중국도 셰전화 전 중국기후변화사무 특별대표를 기후특사로 임명했다. 우리나라도 본격화된 기후외교를 전담할 기후특사 임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는 탄소중립 기반구축에 집중해야 한다. 현재 논의되는 주요 기후규제는 2023년~2024년 본격 실행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EU는 탄소국경조정제 실시연도를 2023년으로, 배터리의 탄소발자국 부착 의무화 연도는 2024년이다. G7국가와 EU가 화석연료보조금의 단계적 폐지를 협의한 시점은 2025년이다. 우리가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은 2~3년 남짓이다.

탄소중립에 따른 새로운 무역질서와 기후규제에 대비하려면 전 주기 탄소발자국 측정·보고·평가 체계를 갖추는 것과 재생에너지 확대에 집중해야 한다. 탄소발자국 라벨링을 붙이려면 탄소배출량 전주기에 대한 투명한 측정과 검증 시스템이 필요하고, 탄소발자국을 낮추려면 핵심은 에너지이기 때문이다. EU는 탄소국경조정에서 국가 전력망의 탄소집약도를 고려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것은 전력부문의 탈탄소화가 국가 경제·통상에서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사회, 세계 기후통상의 흐름을 잘 파악하고 탄소중립 기반 구축작업과 에너지전환을 서둘러야 한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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