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열린 공청회에서도 주민과 서울에너지공사 간 온도차 ‘심각’
주민들은 ‘소통’ 먼저, 서울에너지공사는 “환경문제 없다”

서남집단에너지시설 공청회가 열린 강서구민회관 앞에 붙여진 주민들의 항의 현수막.
서남집단에너지시설 공청회가 열린 강서구민회관 앞에 붙여진 주민들의 항의 현수막.

[전기신문 정재원 기자] 마곡지구에 들어설 서남집단에너지설비(열병합발전소) 건설을 놓고 사업자와 주민들 간 갈등이 좀처럼 봉합되지 않고 있어 앞으로도 진통이 예상된다.

지난 3일 서울강서구민회관에서 열린 서남집단에너지시설 건설사업 환경영향평가 공청회에서도 사업자인 서울에너지공사 측과 지역주민들 사이에 고성이 오갔다.

서남집단에너지시설 건설사업은 강서구 양천로 255 위치에 열병합발전소 등을 설치하는 것으로 LNG 연료를 사용해 전기 285MW, 열 190Gcal/h 등을 생산한다.

서울에너지공사 측은 마곡지구 신도시개발이 완료되면 수요가 증가해 에너지가 부족하고, 목동 열병합발전소도 수명이 지났기 때문에 하루빨리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정부가 추진하는 ‘지역이 지역의 에너지를 책임진다’는 분산에너지 정책에 맞고, 환경에선 기준 초과가 사업 운영에 따른 기여율이 경미하고, 저감 방안도 마련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은 집단에너지발전소가 들어오면 미세먼지, 온실가스가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고 지난 환경영향평가에서 공사 시 대기질이 국가대기측정망 환경기준을 초과할 것으로 예측됐기에 ‘주민 건강 우선’과 ‘에너지 장사 반대’를 외치며 건설에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갈등으로 지난해 10월 열린 서남집단에너지시설 건설사업 환경영향평가서(초안) 주민설명회는 주민들의 진행방해 끝에 파행으로 끝나기도 했다.

따라서 이날 공청회는 설명회가 아닌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발표 및 토론으로 이어졌다. 공청회 초반은 사업자 측의 의도대로 환경평가 위주의 문답이 이어졌다.

공청회에 참여한 정준식 주민대표 는 “김포공항 근처에도 빈 땅이 많은데, 주거밀집 지역에 짓는 이유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에 김명호 서울에너지공사 집단에너지 본부장은 “정부에서는 도시개발 때 집단에너지 건설을 위한 부지를 마련하도록 법제화 돼 있다”며 “마곡도 계획단계부터 정해져 있고, 멀어질수록 많은 열배관을 설치해야 해서 투자비는 늘어나고 관리, 안전사고 문제도 생긴다”고 답했다.

현우석 주민대표는 “개별난방과 집단에너지시설의 배출 질소총량을 비교해야 한다”며 “발전소를 운영하며 눈에 보이는 굴뚝, 냉각탑에서 나오는 수증기뿐 아니라 나머지 기타 환경유해물질인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이산화질소 등이 개별난방보다 총량적으로 봤을 때 얼마나 유익한지 대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박재호 환경평가용역사 부장은 “가을, 겨울 조사 결과는 다음 평가서 작성 때 추가할 계획”이라며 “저감대책은 에너지공사에서도 검토 중이고 검토된 내용 반영해서 보고서에 작성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초반 환경영향평가 위주로 흘러가던 문답은 공청회가 진행됨에 따라 서울에너지공사와 주민 간 ‘소통’을 주제로 이어졌고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

강서구 주민 김 모 씨는 “사실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주말 시간대에 공청회 개최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서울에너지공사 측에서 소통 의도가 있는지조차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인 임 모 씨도 “과거 김포공항 뒤에 골프장을 짓는데 환경영향평가가 굉장히 부실한 내용이라 신뢰를 잃은 경험이 있다”며 “환경영향평가에 주민들이 납득할 수 있고 신뢰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야 한다”고 말했다.

임 씨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주민소통과 협의가 부족한다는 이야기가 꾸준히 나오고 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준협의체’라는 모호한 단체 대신 실질적으로 강서구민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해 독자적 활동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 본부장은 “주민소통단을 모시고 의견들을 구성해서 소통 중”이라며 “주민협의체 같은 경우는 강서구청과 구의회, 시의회 등이 참여해서 이분들을 통해서 가야 할 방향 등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운영단계에까지 주민들께서 주민협의회 등을 통하거나 직접 연락해서 서남집단에너지사업 원만하게 될 수 있도록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공청회에선 서울에너지공사 측에서 주민을 상대한 제기한 고소, 고발 건에 관한 이야기도 나왔다.

마곡동 주민 박모씨는 “사업자 측 이야기를 들어보면 주민소통이 1순위라고 했는데, 비대위원장이 공청회장 오면 고소한다 했다고 한다”며 “이번 사업과 관련해서 주민 측에서 가장 많은 지식을 가진 분이 비대위 쪽인데 왜 참석하면 고소한다고 했나”라며 항의했다.

또 다른 마곡동 주민 임모 씨도 “강서구에서는 우리와 전혀 협의가 없었다”며 “강서구청장이 만나자고 한 것도 한두 번밖에 없고 협의회에서도 그쪽이 원하는 사람만 뽑았다”고 말했다. 이에 김 본부장은 “주민 세 분이 고소당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부천, 목동 설명회 쪽에서 있었던 법 위반 상황에서 고발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업무방해나 위력 등 위법적인 사항 있을 땐 고소, 고발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지 주민들이 공청회에 들어오는 것에 대해 고소한다고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가슴 아픈 일이지만, 오늘처럼 차분하게 공청회가 진행되면 앞으로 그럴 일은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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