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bubble)은 거품이고, 붐(boom)은 붐이다. 요즘 부동산은 거품이다. 거품은 어떤 재화의 내재적 가치와는 무관하게, 시장 가격이 과열 상태로 상승하거나 상승한 현상을 말하는 것으로, 언젠가는 터진다.

반면 붐은 거품보다는 약한 가격 상승 현상을 말하는 것으로서, 구매 의욕을 불러 일으켜 투자심리를 활성화시키는 긍정적 요인에 초점이 맞춰진 표현이다.

부동산 거품은 시한폭탄과 같아 언젠가는 터질 수 있는데, 가령 코로나 확산세가 주춤해지고 각국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줄이면, 자산 거품이 꺼지면서 시장에 큰 충격파를 던질 가능성이 있다.

코로나 사태에 대응해 각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로 내리고, 시중에서 채권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쏟아낸 결과, 통화량이 역대 최대 규모로 증가했는데, 한국은행의 경우 지난해 3월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5월 사상 최저인 연 0.50%로 내리면서 통화량이 크게 증가했다.

미국의 장폴 로드리그라는 학자가 개발한 '거품 모형'에 따르면, 1단계는 '생성기'로서 투자 성공담이 빠르게 확산되어 다른 투자자들이 거품에 동참하는 시기다. 2단계는 '유지기'로 전문가들이 그 거품을 더욱 확산시킨다. 3단계는 '붕괴기'로서, 어떠한 외부적 영향이 없어도 거품이 스스로 붕괴하고 마는 단계로, 투자자들을 수렁에 빠뜨리는 시기다.

우리 사회는 지금 부동산 거품 모형의 2단계일까, 아니면 2.5단계일까, 아니면 3단계에 이미 들어선걸까.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토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등재된 855,247건의 아파트 매매중 3만7965건(4.4%)은 이후 등록이 취소됐는데, 아파트 호가를 띄우기 위해 허위신고를 하고, 이후 취소한 것이 이 중 상당수 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일부 투기 세력, 투기 전문가들이 아파트값을 띄우기 위해 조직적으로 허위 신고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조만간 실거래 허위신고 의혹과 관련 실태파악에 나서기로 했다. 허위 신고가 드러날 경우, 신고인에 대해 부동산거래신고법 위반 사안으로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한다. 또 허위 신고가 반복되면 신고인을 경찰에 수사의뢰도 할 예정이다.

이른바 ‘꾼’들의 다양한 ‘거품’ ‘제조’ 및 ‘유지’ 시도는 2, 30대 젊은 계층까지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과 빚투(대출로 투자)를 하게끔 유도했고, 그러다 보니 지난해말 우리나라 가계 빚이 사상 처음으로 1,700조원을 넘어섰다.

특히 30대들의 아파트 매매 비중은 점점 증가해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에서 30대 비중은 40% 가까이나 됐다. 지난 1월 기준, 서울에서 아파트를 산 5명 중에 2명이 30대였다. 결혼 후에 아파트를 구매해도 되는 수요자들까지 초조함으로 미리 아파트를 ‘영끌’ ‘빚투’로 구매한 것이다.

SBS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에 의뢰해 지난 2월 6일부터 9일까지 서울시민 8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서울시장 후보 선택 기준으로 부동산 대책이 28.5%로 가장 많았고, 이어 후보의 도덕성 25.9%, 지역 경제 활성화 19.4% 순이었는데, 특히 30대 이하가 부동산 대책을 가장 중요한 선택 기준으로 꼽았다.

그런데 이제 ‘붕괴기’가 시작된 걸까? 올 1월 주택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일각에서 집값이 하락세로 접어드는 전조 아니냐는 의견을 내는 전문가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아니 대폭락을 할 것이라는 전문가도 있다. 때마침 한국은행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도 2개월 연속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허위 매물과 신고가 사라지고, 정확한 통계와 실수요에 기반한 투자가 이뤄지기 시작한다면, 거품은 곧 꺼질 것이다. 아니, 부디 그렇게 돼서, 로또에 버금가는 불로소득의 광풍이 없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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