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존재물 CO2·O2 활용한 ‘저탄소 가스·개폐장치’ 개발
SF6 준하는 절연·아크소호 성능 갖춰…분산전원 확대 ‘맞춤’

[전기신문 김광국 기자] 최근 한국전기연구원 신전력기기연구센터 송기동·오연호 연구원팀은 육불화황(SF6)을 친환경가스로 대체한 72.5kV 31.5kA급 개폐장치 설계기술 개발에 국내 최초로 성공했다.

이 기술은 인공적으로 합성한 물질이 아닌 지구상에 자연 존재하는 이산화탄소(CO2)와 산소(O2)를 적절한 비율로 혼합한 가스를 개폐장치에 적용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 가스를 절연매질로 활용할 경우 기존 2만3500에 달했던 SF6의 지구온난화 지수를 ‘1 미만’까지 낮출 수 있다. 해당 장치를 우리나라 설비 전체에 확대 보급하면 연간 온실가스 600만t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 기술은 소규모 분산전원 확대 및 신송전선망 구축 등 본격화된 에너지전환 흐름 속에 사용 확대가 기대되고 있다. 이번 개발 성공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배경이다.

오연호 책임연구원(신전력기기연구센터장)은 2010년대 초부터 전기연구원의 친환경 개폐장치 개발을 주도해온 핵심 인물로 꼽힌다. 그에게 기술 개발의 의의와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장기간 개발 끝에 국내 최초로 설계기술을 완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개발 성공이 어떤 의의를 갖는지.

“이번 개발은 전기연구원이 오랫동안 독자적으로 연구하고 개발했던 CO2/O2 차단부의 기술들을 적용해 성공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앞서 개발한 사례가 없는 가운데 제한된 연구기간과 예산 안에서 개발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특히 큰 보람을 느낀다. 함께 고생한 선도전기(제작·시험 담당)와 한일차단기(차단부 담당)에도 감사드린다.”

▶최초 개발에 착수한 배경은.

“온실가스 감축이 전력산업계 화두로 부상함에 따라 외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여기에 대비한 개폐장치를 개발해온 반면 국내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던 게 사실이다. 전기연구원의 역할을 감안해 선제적으로 연구를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으로 2010년 초부터 관련 연구에 착수했다.”

▶이 기술은 국내 최초임은 물론 해외에서도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신기술이다. 개발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는지.

“가스차단기 내부에서 발생하는 수 만도에 이르는 고온의 아크플라즈마가 비선형의 물리적 현상인 탓에 일반적인 수치해석이나 실험식으로는 분석할 수 없어 어려움이 컸다. 이에 따라 필요한 물리적 현상들을 따로 공부해 해석기술을 자체 개발하고 시험결과와 비교 분석하는 등 부단한 노력을 통해 기술을 완성시켰다.”

▶이번 기술이 유사 친환경 제품 및 설계기술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일례로 해외에서 개발된 g3(CO2, O2, 프로오니트릴 혼합가스) 가스를 적용한 개폐장치는 지구온난화지수가 300 이상이고 끓는점이 영하 25도로 이보다 추운 지역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문제점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 개발된 가스개폐장치는 지구온난화지수가 1 미만으로 끓는점이 영하 70도 이하로 극한 지역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업계에서는 이 기술의 활용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향후 계획은.

“우선 72.5kV 31.5kA급 개폐장치 설계기술은 함께 개발에 참여한 선도전기에서 사업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초고전압으로 갈수록 절연내력과 아크소호성능이 더욱 보강돼야 하겠지만 기술 자체는 가스개폐장치의 사양과 무관하게 적용 가능하기 때문에 충분히 145kV급에도 확장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친환경 개폐장치 연구과제를 통해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개발이 완료되면 145kV급 이상의 개폐장치도 국내 기업체에 기술이전을 수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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