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위나 용어 바르게 사용하지 않으면 잘못된 정책으로 귀결될 수도

장중구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교수
장중구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교수

석유나 석탄과 같은 1차 에너지를 비교할 때는 주로 에너지원의 열량을 석유 환산량(TOE; ton of Oil Equivalent)로 표기한다. 1 TOE의 열량은 원유 1톤에 해당하는 열량을 의미한다. 2차 에너지인 전기에너지는 전력량 kWh로 표기한다.

예를 들면 전기요금을 매길 때 사용하는 단위가 kWh이다. 반면 발전기나 전동기와 같은 전력기기의 용량 곧 힘의 세기는 kW로 표기한다.

느닷없이 웬 단위 이야기냐고 할지 모르겠으나, 이즈음 에너지 문제가 중요한 국정과제의 하나가 된 만큼 에너지 관련 용어가 언론에 매우 자주 등장하는데 종종 단어나 용어를 잘못 사용하여 큰 혼란을 야기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에너지 정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에너지믹스를 다룰 때 각종 에너지 관련 단위나 용어를 바르게 사용하지 않으면 잘못된 정책으로 귀결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 서남해안에 8.2GW 용량의 초대형 풍력단지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는 것과 그 첫 번째 프로젝트가 착공된다는 이야기가 이번 주 초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재계 주요인사가 대거 참여하였을 뿐만 아니라 풍력단지의 설비용량 면에서 가히 세계 최대라고 할 수도 있는 만큼 언론의 관심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8.2GW 라고 하면 발전설비의 규모가 얼른 짐작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를 의식한 듯 문 대통령께서 연설문에서 직접 원전과 비교하여 설명하였다. 이를 받아서 각종 언론에서는 ‘총 48조원을 투자하여 신형원전 6기와 맞먹는 세계최대 풍력단지 건설’이라는 제목의 기사들을 쏟아냈다.

단위기의 용량으로는 원전이 현존하는 최대용량 발전설비이기 때문에 발전설비를 비교할 때 종종 원전과 비교하곤 한다.

한국 표준형원전의 용량이 100만 kW 즉 1GW이며, 가장 최근에 준공된 신고리 3·4호기는 APR1400이라는 명칭이 암시하듯 호기 당 1.4GW이다. 8.2GW 규모 풍력발전 단지가 원전 8기 혹은 6기와 맞먹는 설비라고 주장하는 근거이다. 그런데 여기에 인식의 오류를 일으킬 수도 있는 함정이 있다. 설비용량(GW)와 에너지의 양(GWh)는 전혀 다른 의미이기 때문이다.

전력설비의 용량을 표기할 때는 힘의 세기인 와트(W)를 발전설비가 생산한 에너지의 양은 힘과 시간의 곱인 와트시(Wh)로 표기한다. 물리시간에 배운 기억을 되살려보면 이미 알고 있는 것이지만 자주 사용하지 않다보면 혼동이 될 수도 있겠다.

원전이 되었든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 발전이 되었든 결국 얻고자 하는 것은 에너지이기 때문에 발전설비에 대한 투자를 결정할 때는 에너지의 양(Wh)으로 비교 하여야 한다. 단, 설비용량을 비교할 때는 유효설비 용량으로 비교하여야 한다.

우리나라 원전의 평균 이용률은 한 때 90%까지 이르렀으나 최근에는 80%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략 85%로 가정하면 1년은 8760 시간이므로, 1.4 GW 용량의 원전이 1년간 발전을 하면 1.4GW x 8760h x 0.85 = 10만4244GWh의 전력을 생산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풍력발전의 설비이용률은 25%를 기준으로 경제성을 판단한다.

해상풍력은 육상풍력에 비해 이용률이 높은 편을 감안하여 30%로 가정하면, 8.2GW의 발전설비를 1년간 운전할 경우 대략 8.2GW x 8760 x 0.3 = 2만1549.6[GWh]의 전력을 생산하게 된다. 8.2GW 의 풍력발전설비는 1.4GW 원전 2.1기와 맞먹는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투자비용은 어떤가?

보도내용에 따르면 8.2GW 풍력발전설비 건설에 48조가 든다고 한다. 현재 건설 중인 신고리 5·6호기의 총 공사비용은 약 11조가 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원전 6기에 맞먹는 풍력발전 단지라는 서남해안 풍력단지가 실제로는 원전 8~9기 건설비용보다 많은 비용을 투자하여 원전 2기 정도의 전력을 생산하게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쯤 되면 올바른 단위사용이 얼마나 중요한지 두말할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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