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이사(지역에너지전환을위한 전국네트워크 공동대표)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이사(지역에너지전환을위한 전국네트워크 공동대표)

새해가 밝았다. 2020년을 잘 견딘 우리 모두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세상이 거칠수록 따뜻한 말과 위로가 소중하게 느껴진다. 지난해는 코로나19, 경제난, 기후재난이 한꺼번에 들이닥쳐서 혼란 그 자체였다. 그래서인지 2021년 언론사들은 문명의 대전환을 화두로 경제사회 시스템 전환이 필요하다는 기획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2021년의 화두는 코로나19와 경제난 극복, 대안으로서의 ‘탄소중립’이 될 것 같다. 코로나19와 같은 인수공통감염병과 기후재난은 화석에너지에 기반한 경제체제에서 벗어나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지난해 9월 중국, 10월 일본과 한국, 11월 미국이 연달아 향후 30~40년 내에 대기중 온실가스 순배출 ‘0’를 목표로 하는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탄소중립은 엄청난 선언이다. 에너지, 산업, 건물, 교통, 농업, 폐기물에서 소비량을 줄이고,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면서 재생에너지로 빠르게 전환해야 하는 일이다. 세계 주요국가들이 이 엄청난 선언을 한 배경에는 말로만 하던 ‘기후변화’ 타령에서, 이제야말로 온실가스를 줄이지 않으면 인류의 생존을 보장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퍼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기후위기는 인류앞에 놓인 가장 강력한 위기이다. 지난해 호주와 캘리포니아 산불, 중국의 샨샤댐 붕괴까지도 위협했던 대홍수, 빙하의 붕괴와 해수면 상승은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이 위기의 시대에 언론의 역할이 그 어떤 때보다 중요해졌다.

핵심은 언론사의 일관된 가치설정과 맥락이다. 한 일간지에서 같은날 탄소중립하면 경제가 무너진다는 사설과 탄소중립은 반드시 가야할 길이라는 제레미 리프킨의 인터뷰가 실린다. ‘전력중독사회를 넘어서’라는 기획기사로 요금체계 문제를 깊이 다뤘던 언론사가 얼마뒤 ‘전기요금 폭탄’ 기사를 쓴다. 하루는 RE100 제도 도입으로 재생에너지확대가 시급하다는 기사를 쓰고, 다음날 은 태양광 중금속·폐기물 기사를 쏟아낸다. 독자들은 헷갈릴 수밖에 없다.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전환은 앞으로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가야 할 길이다. 정쟁의 대상으로 시간을 보낼 사안이 아닌 것이다. 그러기에 언론사들도 우리사회가 나아갈 방향과 가치를 정하고 논조의 일관성을 맞출 필요가 있다. 특히 2021년은 파리협정이 실행되고, 국내외 탄소중립 논의가 본격화되는 해이다.

우리 정부도 2050탄소중립 위원회를 구성해서 로드맵을 마련할 예정이다. 일본과 중국도 곧 탄소중립을 위한 구체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고,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 제도에 대한 윤곽은 상반기 중에 드러날 것으로 전망한다. 온실가스 감축은 늦추고 미룰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질서로 자리잡았다. 이제 탈탄소사회로의 빠른 전환을 위해 언론이 나서야 할 때이다.

2019년 영국의 가디언지는 ‘기후변화’가 단순히 변화는 과정에 대한 표현이기에, 위기에 긴급하게 대응하는 가치지향을 담아 ‘기후위기’를 사용하기로 했다. 가디언지가 ‘기후위기’를 쓰기로 했다는 사실 자체가 큰 반향을 일으켰다. 블룸버그는 ‘그린’ 특별세션을 운영하고 있는데, 데이터 대시보드 서비스로 기후변화와 에너지전환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현재 대기중 100만개 공기분자 중 이산화탄소는 415개이며, 지난해 세계 온실가스배출량이 508억200만t이었음을 알려준다. 우리나라도 지난해부터 한겨레 신문이 기후변화 전담팀을 구성하고, 심층보도를 하고 있으며 주간 온실가스 농도를 보도하고 있다.

물론 기자마다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이 다르고, 출입처에 따라 관점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2050년 탄소중립을 지향하는 사회에서, 언론이 어떤 관점과 철학을 갖고 저널리즘의 역할을 할지를 정해야 한다. 가짜뉴스만큼 해로운 것이 사회의 전환을 가로막는 일관성없고, 단편적인 뉴스이다. 2021년에는 기후위기의 절박한 상황을 통감하며, 대안을 제시하는 언론의 역할을 기대한다. 부디 기후위기 시대, 시민들의 기댈 언덕이 되어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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