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이 2040세대의 압도적인 지지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당선 확정 후 1호 정책이 파리기후협약 재가입일 정도로 2040이 그를 지지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기후위기 대응 정책이었다. 트럼프 정책과 정확히 반대여서 혹자들은 이번 선거가 전 세계 최초 ’기후선거’였다고 한다. 미국 역사상 가장 과감한 에너지·환경 정책이라고 평가받는 조 바이든의 정책을 보며 우리나라에서 얻을 수 있는 3가지 큰 교훈을 나누고자 한다.

첫번째 교훈은 과감하지만 실행에 방점이 찍힌 계획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이미 바이든은 트럼프와 접전을 예상했다. 그가 국회를 장악하지 않는 이상 법제화가 필요한 그린뉴딜 정책은 분명히 공화당의 반대로 무력화되거나, 크게 변형될 것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는 공화당의 지지 없이도 대통령 권한만으로 실행 가능한 목표를 세웠다. 다시 말해 트럼프가 대통령 권한으로 지난 4년간 느슨하게 망쳐놨던 125개 환경 관련 규제를 다시 원상태로 되돌리거나 강화하는 것이다. 그린뉴딜 법안 통과는 어려울 수 있지만, 대통령령으로 기후변화를 국가 안보 위기로 선언하고 그린뉴딜 정책에서 이루려는 목표 중 많은 것들을 먼저 실행할 수 있다.

바이든 시대, 그린뉴딜 없는 그린뉴딜이 현실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린뉴딜 법안이 아니라, 법이 없이도 기후위기 문제를 하루라도 빠르게 해결하는 것이지 않을까. 결국 목표를 이루는 수완가로서 바이든의 실행 전략과 리더십은 우리나라 리더에게도 큰 교훈을 준다.

두 번째는 중장기 목표뿐 아니라, 임기 내에 추진 가능한 단기 목표를 코로나19 이후 경제회복을 고려하여 입체적으로 수립했다는 점이다. 2050년까지 장기 탄소 중립 및 재생에너지 100% 전환 목표를 수립했고, 2035년까지 전력 소비 부문을 가장 먼저 100%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는 목표도 수립하였다. 또 그 목표들을 이루기 위해 2025년까지 10년간 약 6000조원을 투자하여 재생에너지 전환과 탄소 중립을 이끄는 중기 계획과 그 목표의 신뢰를 주기 위해 2025년까지 임기 내 추진할 단기 목표를 구체적으로 세웠다.

더 나아가 기존에 추진하던 정책을 녹색으로 둔갑한 것이 아니라, 기후 위기에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원점에서 기존 정책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기술 혁신부터 취약계층 보호까지 사회환경 가치가 높은 정책들을 선별하였다.

뿐만 아니라, 기후위기와 코로나19는 세계 최고 강대국이라는 미국이 사실 얼마나 취약한지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바이든은 마치 몸의 면역력을 기르는 것과 같이 기후위기에 적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는 미국이 면역력을 기르기 위해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양질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훈련 프로그램을 만들고, 기후위기에 취약한 커뮤니티에 재산 손해보험료 인하를 통해 화재, 태풍, 해수면 상승 등 기후위기 피해에 대비할 수 있는 투자를 늘릴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결국 기후위기 대응이 코로나19와 경제 위기를 동시에 극복할 수 있는 최고의 전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중국과 일본에 이어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였지만 구체적인 계획과 충분한 국민들의 공감대 없이 갑작스럽게 선언만 한 것이라는 비판이 많다. 또 더 가까운 미래인 2030년 혹은 대통령 임기 내 구체적인 목표를 수립하여 국민 신뢰성을 높이고, 취약계층도 항상 뒤에 남기지 않는 진정성있는 정책이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 교훈은 여전히 좌우가 대립하는 정치적인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이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유사한 민주당과 공화당 두 개의 대형 정당이 대립하고 있다. 2020 대선도 박빙이었고, 여전히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미국 국민의 절반이다. 트럼프는 오바마의 정책을 거꾸로 추진했고, 바이든은 트럼프가 실행한 모든 것을 반대로 할 예정이다. 그리고 이러한 대립은 바이든 임기 동안에도 기후위기 해결 목표 달성을 끊임없이 방해할 것이며, 바이든 이후에도 분명히 다시 발생할 것이다. 문제는 정치적인 갈등으로 인한 피해는 미국인, 한국인을 포함한 전 인류가 취약계층일수록 더 많이 받게 된다는 점이다. 더 깨끗하고 안전한 환경은 인류 생존을 위한 기본적인 권리이고, 여야 정치적 갈등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환경문제에 대해서 만큼은 이런 정치적 갈등이 사라질 수 없을까.

민주당에 따르면 환경 정책을 최우선으로 투표를 한 민주당원이 약 50만명이라고 한다.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은 2040 청년들이 대부분인데, 이는 미국 인구 3억3000명의 단 0.15% 밖에 되지 않는다. 결국 정치적 갈등은 정치적으로 풀어야 하는데, 만약에 50만명이 1000만이 되고, 1억명이 된다면 어떨까? 과연 공화당이 환경 문제를 여전히 무시할 수 있을까? 혹은 1억명에 반대하는 정책을 입안 할 수 있을까?

여기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여야에 관계없이 정권이 바뀌어도 환경정책이 장기간 예측 가능하고, 탄소중립, 재생에너지 100% 전환이라는 큰 목표는 변하지 않아야 하는 미래를 하루 빨리 만들어야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한 여정에 국민들이 재생에너지에 누구나 쉽게 투자하고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뉴딜펀드, 내가 사는 지역에 운영되는 재생에너지에 직접 투자하는 커뮤니티 펀드, 지역 협동조합 등 이러한 에너지 시민들이 100만, 1000만이 된다면 우리나라의 그린뉴딜은 미국이 반복하는 실수를 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바이든 시대가 도래했다. 그리고 우리는 더 이상 낭비할 시간이 없다. 지구와 인류를 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생각하고 전 세계적인 기후위기 해결에 집합적 노력을 만들어가길 바란다.

윤태환 루트에너지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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