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기자재업계 ‘연구개발의 산실’…매출 1100억 고지 올라
“연구개발로 성장 동력 창출하고 위기 극복에 머리 맞대야”

전력기자재 전문기업 인텍전기전자에는 으레 ‘연구개발의 산실’이라는 수식이 따라붙는다. 1996년 설립과 동시에 연구소를 개설, 매년 매출액의 10% 이상을 지속적으로 연구·개발에 투자해온 결과다.

기업 전면에 내건 ‘기술 고도화’의 기치는 수년 전부터 성과로 가시화되고 있다. 대내외적인 기업환경 변화로 산업계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인텍전기전자는 지난해 1100억여 원의 매출고를 달성하며 업계 리딩기업으로서 진면목을 입증했다.

인텍전기전자 성장의 근저에는 기업을 이끌고 있는 고인석 인텍전기전자 회장<사진>의 남다른 경영철학이 자리하고 있다. 일진전기 연구소 출신으로 일찍이 기술·제품 고도화의 중요성을 인식한 그는 현재 100여 명의 연구인력을 운용하며 연구·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경영방침은 코로나19로 표면화된 전력기자재업계의 위기 속에 더욱 주목받고 있다. 고 회장은 “최근 산업계에 불어닥친 어려움은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고난의 역사’의 시작을 뜻한다”며 “중소제조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선 연구·개발을 통해 신성장동력을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년째 이어진 경기침체가 코로나19 사태를 맞으며 가속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중소제조기업이 밀집한 전력기자재업계의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는데요.

“진짜 어려움은 지금부터가 시작입니다. 일차적으로는 국내시장이 위축되고 있지만 더욱 크게 보면 세계시장 전체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게 더 큰 문제죠. 유럽, 남미 등에서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하고 있는데 사태를 진정시킬 수 있을 만한 방법은 전무한 상태입니다. 해운·항공이 먼저 무너졌고, 산업 또한 비대면 서비스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산업패러다임이 크게 바뀌는 기로에 섰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전력기자재업계도 4차 산업혁명 기술 도입을 골자로 한 산업혁신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요즘 제조업계의 화두는 스마트팩토리의 도입이죠. 그러나 전력기자재업계의 경우에는 ‘스마트화’가 쉽지 않습니다. 제조·생산 과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스마트팩토리는 대량생산체제에 적합한데, 전력기자재는 산업 특성상 다품종 소량생산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죠. 앞으로 다양한 고객의 요구에 대응하는 게 더 중요해질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산업 특성에 맞춰 대응책을 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인텍전기전자는 업계에서 과감한 연구·개발 투자로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차별화된 기술력은 중소제조기업의 생존과 직결되는 요소입니다. 시장규모가 작든, 기술개발의 난관이 있든 간에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찾아서 새 시장을 개척해야만 중장기적인 성장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일례로, 인텍전기전자는 국내 수요가 거의 없는 수력발전소 보호계전기 연구·개발을 다년간 추진해왔습니다. 매년 발주량이 10억원도 되지 않는 작은 시장이죠. 하지만 이 제품·기술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은 사업 규모 이상의 가치를 지닙니다. 제품과 기술의 수준이 곧 기업의 브랜드이고,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인텍전기전자가 미래 신산업 분야로 주목하고 있는 영역이 있다면.

“다양한 산업 분야를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한전뿐만 아니라 철도·IT 등 영역이 중장기적으로 부가가치가 커질 것이라고 봅니다. 특히 IT 분야의 경우 통합감시제어시스템 등의 관련 품목을 연구·개발하며 사업영역을 키워나가고 있습니다. 인텍전기전자의 통신 분야 기술은 한국공학한림원의 ‘해방 이후 100대 기술’에 선정될 정도로 높은 기술력을 자랑합니다. 국내 사업 초창기부터 연구·개발을 시작해 국가별로 다른 통신규격에 모두 적용할 수 있는 제어시스템을 갖췄습니다.”

▶정부가 역점 과제로 추진 중인 신재생에너지 확대 또한 전력기자재업계에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중장기적으로 산업 패러다임을 전환할 주요한 흐름이기는 하나, 이를 사업화하기 위해서는 전체 전력산업의 미래를 놓고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극단적인 예로, 근래 들어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 태양광 사업은 늘어나는 수요에 비해 창출되는 가치는 다소 아쉬움이 남습니다. 패널 등 주요 기자재가 가격경쟁력에 앞선 중국에 의존하고 있고, 중소제조기업이 대기업 혹은 글로벌기업에 비해 기술우위를 점하기도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죠.”

▶우리 전력산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이미 보유한 높은 기술력을 활용하고, 산업의 근간이 되는 핵심인력을 위해 지키기 노력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원자력 산업의 경우 우리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반면 실제 산업은 글로벌 서플라이체인(공급망)이 망가져 시장 성장세가 주춤한 상태입니다. 국내 핵심인력들의 유출도 본격화되고 있어 여러모로 안타까움이 큽니다.”

▶업계, 더 나아가 전력산업계에 제언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코로나19 이후의 기업 방향성을 모색하며 안갯속을 걷고 있다는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산업계가 크게 변화하면서 각 기업은 대대적인 혁신을 요구받고 있으나 방향을 설정하기가 쉽지 않아서죠. 어려운 시기일수록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전체 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또 개별 기업은 필달의 집념을 가지고 기업 혁신 및 연구·개발을 지속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의 위기가 장래에 우리 산업계가 한 단계 도약하는 발판이 되길 바랍니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