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개봉한 영화 ‘컨테이젼(Contagion)’을 다시 챙겨보고 벌어진 입을 한 동안 다물지 못했다.

영화 속 장면들이 영화가 나온 지 10여 년이 지난 지금 현실로 나타나고 있었다. 영화를 보면서 마치 코로나19 뉴스특보 생중계를 보고 있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였다.

코로나19에 대한 심각성을 깨닫고, 경각심을 높이는 데 이 영화 한 편을 보여주는 것보다 더 큰 효과가 없을 거라는 생각까지 든다.

바이러스는 우리 일상에서 원래의 생물학적 의미보다는 컴퓨터 바이러스나 바이럴(viral)마케팅처럼 IT 마케팅 등 다른 경제 사회 분야에서 더 많이 차용돼 사용해왔던 ‘용어’이다. 사스와 메르스 경험이 있었지만, 지금의 사태와는 비교가 안된다.

눈에 보이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우리 일상에서도 존재감이 미미했던 바이러스가 본래의 생물학적 의미를 되찾으며, 이제 우리의 일상을 송두리째 흔들어놓고 바꾸는 ‘지배자’가 되었다.

바이러스는 원래 숙주(인간 또는 동물)에 기생해 ‘생명’을 유지하고 이어간다. 코로나바이러스는 RNA라는 유전자를 갖고 자신을 복제하며 퍼져나간다.

일종의 종족 번식인데, 숙주에 종속돼야 할 코로나19가, 어찌된 영문인지,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으로 숙주를 제멋대로 지배하는 양상이다.

바이러스의 이러한 강력한 전파력을 차단하면서, 바이럴마케팅처럼 영향력을 ‘선하게’ 사용할 방안은 없을까.

선한 방향으로 이용할 수 있다면 바이러스에게도 배울 자세가 돼있다. 이미 기술한 대로 바이러스 또는 바이러스의 확산 메커니즘은 컴퓨터나 마케팅 등에서 차용하고 있지 않은가.

많은 사회 현상들이 자연 현상을 닮았다는 점에 착안해보자. 커뮤니케이션의 현상과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 생물학책을 다시 들여봤다.

바이러스의 확산과 정보 확산 현상을 각각 설명하고 있는 생물학(몸)과 심리학(마음)이 묘하게 동일한 원리로 움직이는 있는 것을 느끼게 된다. 다시 말해, 정신과 육체의 문제가 각각 따론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DNA의 이중나선처럼 하나로 연결돼있는 듯했다.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가 사용한 ‘밈(meme)’이라는 개념도 유전자 복제 현상과 문화 전승 현상을 하나로 묶어 설명하고 있다.

‘밈’의 개념을 완전히 설명하는 것은 필자의 능력 밖에 있지만, 사회문화적 현상과 원인을 해석하는 데 나름의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사실 코로나19 사태는 생물학적 차원뿐만 아니라 사회 경제 문화적 차원에서 다루어야 할 복합적 문제이다.

개인 위생관리와 사회적 거리두기, 그리고 국가적, 사회적 방역체계, 나아가 항체를 만들 백신을 개발하는 일과 함께, 신속한 정보 공유 등의 커뮤니케이션 활동, 자신과 이웃을 배려하는 사회적 책임 행위까지 동반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 전망이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여러 가지 견해와 예상들이 있지만 복잡다단한 코로나19 이후의 문제를 정확히 예측하고 해결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현재 진행형인 코로나사태의 해결을 위해 우리 모두의 지혜와 협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뉴욕에 있는 국제기구에서 오랫동안 근무하고 있는 후배가 재택근무 중에 최근 1000명의 코로나 희생자들의 부음 뉴스로 가득 채운 뉴욕타임스 1면을 카톡으로 공유하면서 전해온 말이 절절하고 생생하게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human being(사람들)은 resilient(회복력 있는)하니 큰 도시를 다시 부팅시킬 새로운 방법이 나오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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