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BO리그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 4일 인천 SK 행복드림구장 외야석에 ‘무 관중’ 캐릭터가 그려진 현수막이 설치돼 있는 모습.(제공: 연합뉴스)
프로야구 KBO리그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 4일 인천 SK 행복드림구장 외야석에 ‘무 관중’ 캐릭터가 그려진 현수막이 설치돼 있는 모습.(제공: 연합뉴스)

부부의 세계 마지막회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네 곁에 있는 사람이 제일 소중한 사람이야. 나를 아껴주는 사람을 잃으면 모든 걸 잃는다는 걸 명심해.”

코로나19의 국내 재확산에 따라 5월 5일 프로야구 개막에 이어 5월 8일 프로축구도 관중 없이 개막했다. 의도치 않게 코로나19로 야구에 이어 축구까지 무관중으로 개막한 대한민국 스포츠는 당장 보기엔 곁에서 늘 아껴주었던 소중한 관중을 잃어 쓸쓸해 보인다.

무관중 경기로 인해 양팀 더그아웃에서는 선수들이 힘껏 소리를 질러대고, 치어리더와 마스코트 인형들이 선수들을 향해 열띤 응원을 펼친다. 녹음된 육성 응원을 경기장에 울려 퍼지게 해 흡사 관중이 있는 것 같은 효과를 내는 팀도 있다. 역시 스포츠에는 그만큼 관중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한다.

한 스포츠 선수는 무관중 경기를 하며 익숙했던 아드레날린이 뿜어져 나오지는 않는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경기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관중의 야유와 질타, 함성의 극한 심리전이 사라졌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이런 무관중 상황이 스포츠 경기장 주변 상권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관중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잃어가는 것 같지만 국내 스포츠는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있다.

우선 조용한 관람석 덕분에 경기 자체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면서 경기력이 향상된다는 팬들도 있다. 게다가 KBO리그는 올해부터 감독과 심판 등에 마이크를 착용하게 해 작은 말소리도 선명하게 들리게 되면서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코치는 “불편한 점이 있고, 상대에게 패를 보여줄 수도 있지만 새로운 야구 중계로 신선한 재미를 느낄 수도 있고 야구가 발전할 수 있다”고도 했다.

KBO리그, K리그 이어 KLPGA도 전 세계 생중계가 확정하면서 국내 스포츠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이제 국내 스포츠 선수들이 관객석을 가득 채운 것처럼 열심히 경기에 나서 좋은 플레이를 많이 보여준다면, 그동안 한국 스포츠를 접할 기회가 없었던 해외에 K-스포츠를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비록 지금은 함성을 보내주는 팬들이 경기장에는 없지만 코로나19 종식 이후 한국 스포츠에 환호할 세계인들을 기대하면서 선수들의 멋진 플레이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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