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욱 의원, 양춘승 사회책임투자포럼, 윤세웅 WWF 대표 3자 좌담회
"법·제도 정비만 돼면 세계에서 RE100을 가장 잘 실행할 수 있는 국가"

“글로벌 태양광 기업인 한화큐셀, 세계 최고 배터리 제조사인 삼성SDI와 LG화학 등 우리 기업은 이미 준비돼 있습니다. RE100(기업이 사용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는 자발적 협약) 활성화는 단지 법·제도 개선에 달렸을 뿐입니다. 정부와 정치권이 물꼬만 터주면 됩니다. 어떤 집단보다 기업이 똑똑합니다. 우리 기업들은 RE100 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장 좋은 해법을 찾아낼 것입니다”

지난해 11월 출범한 ‘재생에너지선택권 이니셔티브’는 국내 기업들의 RE100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결성됐다. 출범 당시 국회 신재생에너지포럼과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세계자연기금, 그린피스, 환경운동연합, 생명다양성재단, 에너지시민연대 등 시민·환경단체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신한금융그룹, KB금융그룹, DGB금융그룹, IBK기업은행, AB인베브 코리아(오비맥주 모회사), 이케아 코리아, DHL코리아, 대덕전자, 엘로티베큠 등 국내 유수 기업들이 참여했다.

본지는 이니셔티브 결성에 결정적인 공헌을 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이원욱 의원(국회신재생에너지포럼 공동대표, 더불어민주당, 경기 화성을)과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 윤세웅 세계자연기금(WWF) 사무총장과 국회에서 RE100 실현을 위한 3자 좌담회를 가졌다.

◆ 재생에너지선택권 이니셔티브 결정 이유는.

-이원욱 의원 : 기후변화는 전 세계 모든 인류가 겪는 중요한 문제다. 특히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국가 중 하나다. 애플, 구글 등 유명 글로벌 기업들이 RE100 참여 선언을 했다. 이 기업들이 부품 공급업체에게 RE100을 실천하지 않을 시 납품을 받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완제품뿐 아니라 많은 부품을 수출하는 나라다. 하지만 RE100에 대해 아무 준비가 돼 있지 않다. 이에 대해 여러 국내 기업과 다수 간담회를 치렀다. 당시 간담회에서 삼성전자 관계자는 “목에 칼이 들어오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발언이다. 정부와 기업 모두 RE 100 대응이 미비한 만큼 빨리 이슈화하지 않고, 확산하지 않을 경우, 우리 경제를 떠받치는 수출경쟁력뿐 아니라 국가경쟁력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다.

◆ 해외사례와 달리 우리 기업이 RE100 참여가 활발하지 않은 근본적인 원인을 진단해달라

-윤세웅 사무총장 : 우리 기업들은 이미 앞날을 예측하고 있다. 다만 전체를 설계할 자만 있으면 된다. 유럽 전문가들은 세계적인 태양광 분야 제조기업인 한화큐셀, 최고 배터리 제조기업인 LG화학과 삼성SDI 등이 있는데 물리적으로 RE100을 실현하는 게 왜 어렵냐고 질문한다. 단지 초기 법·제도상 물꼬를 트지 못했을 뿐이라 본다. 이미 태양광 셀·모듈, 에너지저장시스템(ESS) 등 모든 걸 갖추고 있다. 하지만 법·제도적 환경 조성과 관련해 에너지 문제를 너무 이념화된 시각으로 보는 게 큰 문제다. 에너지 분야는 지극히 실무적이다. 글로벌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 우리 기업들이 너무 답답해한다. 어떤 나라보다 RE100을 잘할 수 있는 국가다. 우리 정치권, 정책입안자들이 생각을 바꿔야 한다. 글로벌 수출경제력을 볼 때 시급한 문제다.

◆ 소비자들이 RE100 기업들을 선호하게 할 방법 또는 재생에너지 선호도 제고 방안은.

-양춘승 상임이사 : 단순히 말해 화석발전 가격을 올리고 재생에너지 전력사용 시 소비자에게 이득이 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재생에너지 전력생산단가가 유독 비싸다. 유럽과 미국은 재생에너지 전력 단가가 화석발전 대비 상당 부분 경쟁력을 확보했다. 세제 혜택 등 재생에너지 전력사용자에게 이득이 가는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 무엇보다 국민들이 석탄 화력 등 화석발전 때문에 발생하는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같은 문제로 생기는 비용과 친환경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누리는 이득을 알 수 있어야 한다. 이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재생에너지 확대로 발생할 수도 있는 요금 상승에 대해 국민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 우리 기업의 RE100 참여 확대 시, 민간 재생에너지 전력구매시장이 조성된다. 가장 바람직한 시장 형태는 무엇인가.

-이원욱 의원 : 굉장히 어려운 문제다. 전력시장구조 개편을 동반해야 한다. (RPS 등 기존 정부 주도 재생에너지 전력구매시장에서) 기존 이득을 보는 측의 저항이 만만치 않다. 자칫 잘못하면 전력시장을 민간에 개방하는 게 아니냐는 손가락질을 받을 수 있다. 전기요금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모든 이해관계자가 허심탄회하게 얘기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 재생에너지 전력구매 비용을 부담하는 ‘녹색요금제’ 도입을, 장기적으로 발전사업자가 직접 전력을 판매하는 PPA(전력거래계약) 시장을 조성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이 모든 게 단계적으로 세밀하게 조성돼야 한다. 정부나 국회가 나서서 풀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모든 이해관계자가 협력해 장·단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와 함께 왜곡된 전기요금 문제나 독점적인 전력산업구조 등 모든 문제를 함께 짚고 가야 할 듯하다.

왼쪽부터 윤세웅 대표, 이원욱 의원, 양춘승 상임이사가 좌담회 후 편안하게 담소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윤세웅 대표, 이원욱 의원, 양춘승 상임이사가 좌담회 후 편안하게 담소를 나누고 있다

◆ 우리 기업들이 충분한 재생에너지 전력을 확보할 방안은.

-양춘승 상임이사 : 최근 남북한이 종전보다 화해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북한이 재생에너지를 생산하고 남한기업이 구매해 이를 기업의 재생에너지 구매성과로 인정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또 자사 사업장에서 재생에너지를 생산하거나 소규모 재생에너지 발전업체를 지원하는 방법도 있다. 해외에서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매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RE100을 우선 선언해야 한다. 화석발전을 그만 이용하고,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겠다는 실천 약속과 의지표명이 가장 중요하다.

◆ 거시적 관점에서 탈원전 기조가 흔들리는 등 에너지전환정책이 쉽게 가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가장 선결 조건은 무엇인가.

-윤세웅 사무총장 : 세계자연기금은 매년 글로벌 CEO 컨퍼런스가 열리는데 이 컨퍼런스에는 개최국 지도자가 와 연설을 하곤 한다. 부탄 총리, 콜롬비아 대통령 등이 한 시간 동안 환경과 화석발전, 재생에너지, RE100 등의 이슈를 주제로 얘기했다. 국가 지도자가 환경과 에너지 이슈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중진국, 개발도상국 지도자 모두 이 같은 역량을 갖추고 있다. 선진국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우리나라에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이 에너지 전환에 관한 명확한 국민들의 이해와 전환방향에 대한 공감대라 하겠다. 대통령, 산업부, 환경부 장관, 국회 등 우리의 정치적 지도자들도 직접 국민 앞에 나서서 재생에너지가 왜 필요하고, 원자력과 석탄발전을 왜 줄여야 하는지 소상히 설명하며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가는 더욱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왜 우리 기업은 RE100 기업이 돼야 하는가.

-이원욱 의원 : 지난해 우리나라도 드디어 3050(GDP 3만 달러, 인구 5000만명)클럽에 일곱 번째 국가가 됐다. 우리 자신이 대한민국을 어떻게 생각하든, 다른 나라는 우리를 선진국으로 평가하고 있다. 앞선 기술력을 갖췄지만, 생존을 위해 좁은 땅에 안주할 수 없는 나라이다. 우리 경제는 수출 중심이다. 이미 경제와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전 세계 시민들의 인식이 변하고 있다. 애플과 구글이 착한 기업이 되기 위해 RE100을 하는 게 아니다. 더 좋은 기업 이미지, 더 많은 제품을 팔겠다는 기대가 있는 것이다. 전 세계 시민들이 기후변화에 따른 인류 공멸을 막자는 데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실상 우리 기업들은 준비가 돼 있다. 세계 시장에 더 많이 판매하기 위해 RE100이 필요한 것이다. 정부가 시키지 않아도, 하지 말라고 말려도 RE100은 하게 돼 있다. 민간은 이미 열리고 있다. 정부만 준비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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