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면 : 제3774호 15면
(이서혜 실장의 등촌광장)전기요금에 대한 소비자 수용성을 높이는 방안
이서혜 E컨슈머 연구실장    작성 : 2020년 10월 05일(월) 08:25    게시 : 2020년 10월 06일(화) 09:17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에 확진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가 급락했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 제품처럼 전기요금도 국제유가의 영향을 받는다. 이처럼 전기를 발전하는 에너지원의 요금이 변화했으므로 전기요금이 변화한다고 하면 누구나 이해하기 쉽다. 하지만 최근 여러 세미나, 포럼을 통해 전기요금에 대한 논의에서 전기요금에 대한 소비자의 수용성을 높일 필요성에 대부분 동감한다. 그렇다면 전기요금에 대한 수용성이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요금을 결정하는 사람들은 전기요금을 정책 실행 수단으로 보지만 소비자들은 에너지 정책 전반에 대한 동의의 의미로 본다. 전기요금이 전력의 공급과 수요가 만나는 점에서 결정된다고 하면 전력의 공급은 에너지 안보, 에너지 믹스 등으로 도출된 곡선이고 수요는 에너지효율 기술, 스마트그리드, 수요관리 등으로 도출된 곡선이다. 그러므로 소비자가 전기요금을 수용한다는 것은 단순히 요금 증가가 아닌 에너지 정책 전반에 대해 이해하고 동의한다는 관점으로 보아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전기요금에 대한 소비자 수용성을 높이는 방안은 다음과 같다. 우선 전기요금에 대한 방향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은 싸고 질 좋은 전기를 마음껏 쓰고 있고, 피크에도 예비율은 충분하며, 에너지 전환에도 전기요금의 인상은 없다고 인식한다. 현 정책 방향은 전기요금을 인상할 많은 요인이 있음에도 소비자가 접하는 정보는 정반대이다. 에너지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없는 상황에서 이런 정보에 익숙한 소비자는 전기요금 인상에 쉽게 동의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 정책과 그로 인한 전기요금 방향성의 정보를 일관되게 전달해 소비자도 공감·수용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는 전기요금의 방향성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 전기요금이 인상된다면 왜 인상돼야 하는가에 대해 충분한 근거로 설명해야 한다. 외국보다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이 저렴한 것은 사실이지만 전기요금이 저렴해서 소비자들이 전기를 아끼지 않는 것은 아니다. 2018년 OECD 주요국 통계를 보면 한국은 에너지 소비가 크지만, 가정에서 사용하는 에너지 소비와 가정 부문 1인당 최종에너지소비는 적다. 즉 전기요금이 저렴해 전기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올려야 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그렇다면 미세먼지, 온실가스의 이유로 설명하는 것은 적절할까? 물론 소비자들을 이해시키기 쉽고 동의를 얻기 쉬운 방식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런 결과론적인 이유로 소비자를 설득하려면 상황에 따라 설득의 동력이 약해지거나 정치적인 논쟁으로 가기 쉽다. 그러므로 에너지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정책을 시행했을 때 발생하는 비용과 잠재적인 이익 등 정확한 정보를 줘 소비자가 수용할 수 있는 적정선을 조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다양한 전기요금을 도입해 선택하도록 했을 때, 과연 소비자가 충분한 정보를 얻고 합리적인 선택을 할 것인가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 전력시장에 다양한 요금제가 도입되고 다른 서비스와 결합상품이 등장한다면 소비자의 선택권이 넓어지고 경쟁시장에서 소비자가 이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다양한 요금제가 항상 소비자에게 이익이 되는 것은 아니며 소비자의 이익은 소비자가 전기요금, 사용패턴 등에 대해 정확히 알고 합리적인 선택을 했을 때만 확보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새로운 제도가 소비자의 행동 변화, 수요관리, 에너지의 효율적인 사용으로 이어지는지를 검증해 피드백을 제공할 때 소비자의 전기요금에 대한 수용성이 높아질 것이다.
에너지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은 증가하지만 정부와 한전은 아직도 설문 조사 결과 몇 %의 응답자가 요금 인상에 동의했다, 가정용 전기요금은 너무 저렴하며 이것은 한전의 경영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논리로 접근하고 있다. 이전과 같이 전기 공급이 부족해 사용을 억제해야 하는 시대라면 이런 접근법이 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에너지 시장의 구조가 변화하고 소비자가 시장참여자로 등장하는 상황에서 요금을 단순히 사용 억제, 미세먼지나 온실가스를 줄이는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에너지 정책의 방향성을 정하고, 정당성을 확보해 소비자를 이해시키고, 정책에 필요한 비용과 소비자의 편익에 대한 시나리오를 제공해 소비자가 수용할 수 있는 적정수준을 조정하는 노력이 있을 때 전기요금에 대한 수용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프로필
▲Columbia University 통계학 석사 ▲연세대학교 경영학 박사 ▲사단법인 이컨슈머 ▲산업통상자원부 전력심의위원 ▲법제처 국민법제관 ▲국가기후환경회의 전문위원


이서혜 E컨슈머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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