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생존, 디지털 수용 여부가 갈라”
“‘좋은 성장’ 가능한 기업에 투자 집중해야”
“제조업의 서비스화 목표…플랫폼 구축 추진”
“이노비즈제도 시행 20주년, 새 성장동력 모색”

코로나19 발발 3년. 세계 곳곳에서는 국가 간 질서를 비롯해 사회·경제·외교 전반에 걸친 대변혁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국내 산업계 또한 예외는 아니다. 비대면 산업의 부상이 기존 산업체계를 뿌리부터 흔들고 있는 한편 전통적인 제조업의 경우 생존을 위한 혁신을 요구받고 있다.

이노비즈협회(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 회장 임병훈)는 격랑에 휩싸인 산업계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산업 경쟁력을 확보한 기술혁신형 중소기업 2만개사가 모인 이 단체는 디지털전환·상생협업·글로벌화를 3개의 축을 삼아 국내 산업계의 발전을 선도하고 있다.

혁신의 방향타는 임병훈 회장이 잡았다. 지난해 3월 취임한 그는 스마트팩토리·플랫폼 분야에서 30여 년간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노비즈기업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취임 1년 차를 맞은 임 회장에게 국내 산업계 전망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코로나19가 재확산하는 엄중한 시기에 임기 첫해를 보냈다.

“마음은 급한데 시간만 빠르게 흐르는 기분이었다. 코로나19가 일상만 바꾼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 문화 전반을 흔들다보니 새 방향성을 제시하는 데 있어서 고심이 깊었다.

산업현장에서 기업들의 애로를 지켜보는 고통도 컸다. 지난 1년간 디지털전환을 받아들인 일부 기업들은 새로운 기회를 잡았지만, 그렇지 못한 대다수 기업들은 생존의 기로에 직면했다. 기업들의 발전을 위한 방안이 무엇인지 더욱 절실하게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

▶3년 이어진 코로나19로 인해 국내 산업계의 펀더멘털이 상당히 약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나.

“‘질’이 아닌 ‘양’에 정책의 초점을 맞춤으로써 누적된 병폐가 나타난 것이라고 본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인데, 이는 오직 기업들의 ‘좋은 성장’을 통해서만 달성할 수 있다. 그러나 그간의 정책을 살펴보면 질보다는 ‘정량적인 목표치 달성’에 방점이 찍힌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결국 선택과 집중의 문제다. 국가에서 대규모 예산을 투입할 때는 이제는 ‘보내줘야 할 산업’이 아닌 ‘앞으로 성장할 수 있는 산업’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이노비즈기업이 대표적인 예다. 이미 충분히 검증되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투자를 집중해 ‘좋은 성장’을 유도하는 것. 이것은 새 정부에서 우선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최근 국내 주요 경제단체 수장들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다양한 산업계 요구를 전달한 바 있다. 이노비즈협회는 '스마트 비즈니스 관련 정책의 확대'를 요구했는데, 그 배경은 무엇인가.

“스마트 비즈니스란 곧 ‘제조업의 선진국화’를 뜻한다. 제조업을 서비스업으로 진화시킴으로써 선진국형 산업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과거에는 산업 간의 경계가 분명했다. 제품을 생산하는 제조업과 이를 전달하는 서비스업이 엄격히 분리돼 있었고 통합도 불가능했다. 서비스업으로의 전환을 위해 제조업을 아예 포기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방식으로는 더 이상 국내 산업계가 활로를 찾기 어렵다. 산업계의 절대 다수를 구성하고 있는 제조업을 혁신할 방안이 우선적으로 모색돼야 한다. 이는 경제·사회적으로 선진국 못지 않은 인프라를 갖춘 한국만의 산업환경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러한 구상은 취임 당시부터 주창해 온 '가치사슬 클러스터' 개념과도 맥이 닿아 있는 듯 보인다.

"가치사슬 클러스터는 스마트팩토리·플랫폼 전문가로서 30여년 간 산업현장에서 고심한 끝에 내놓은 결과물이다. 연결성을 기반으로 한 데이터 제조시스템을 구축해 지역별·산업별 클러스터를 만들고, 더 나아가 원플랫폼·원브랜드를 창출함으로써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한다는 구상으로, 제조업의 서비스업 진화를 통해 달성해야 할 궁극적인 지향점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 구상은 디지털 기술로 시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전국에 산재한 ‘풀뿌리 기업’들의 협업을 촉진해 새로운 방식의 비즈니스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큰 틀에서만 서로 비즈니스를 모색할 수 있도록 만남과 교류의 장을 열어주면, 실제 매칭은 수요·공급기업들이 스스로 진행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 기업 간의 관계를 과거의 수직화된 ‘갑을관계’ 방식에서 탈피해 ‘파트너십’으로 발전시킬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가치사슬상의 협업을 통해 진정한 의미의 상생을 촉진한다는 게 목표다.

이는 동반성장위원회의 위원으로 활동하며 느낀 바가 그대로 적용된 구상이기도 하다. 현재 산업계에서 논의되는 동반성장은 쌍방향 소통은 배제한 채 ‘납품단가 후려치기’,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등의 지엽적인 부분에 치우친 경향이 있다.

하지만 변화한 산업 지형을 고려한다면 대-중소기업 간의 벽을 칠 것이 아니라 이들이 함께 상생할 수 있도록 생태계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 각각 잘하는 것을 하되, 함께 할 때 더 큰 시너지 효과가 나도록 판을 깔아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기업 간 쌍방향 소통을 확대하고, 가치사슬상 생성되는정보가 투명하게 전달되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가치사슬 클러스터 구축의 토대로 ‘데이터 제조시스템’을 거론한 이유다.”

▶계획 이행 과정에서 이노비즈협회는 어떤 역할을 해나갈 계획인가.

“우선은 변화한 산업환경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유도하며, 회원사 간의 접점을 확대하도록 하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현재 이노비즈협회는 회원사 간의 정보를 효율적으로 확인·공유할 수 있는 ‘디지털 검색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기존에는 단순히 산업분류상의 구분으로 기본적인 정보만 나와 있어 실질적인 협력관계 형성을 가로막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단순히 동일한 가치사슬 안에 있는 기업들의 정보를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가치사슬이 좌우, 상하에 위치한 다양한 기업군과 협업할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을 연내 구축 완료할 계획이다. 이는 이노지비즈 인증기관으로서 신뢰성을 가진 협회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아울러 궁극적으로는 협회의 역할을 확대해 컨설팅 조직으로 탈바꿈할 생각이다. 정부 정책의 홍보 및지원이라는 본연의 업무에 더해 보다 효율적으로 회원사들이 정책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이 과정에서 기술보증기금 출신의 고급인력들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년퇴임했으나 여전히 전문성과 역량을 갖춘 실버인력들을 채용해 올해 25명 규모로 조직을 갖출 예정이다.”

▶어느덧 올해도 1분기가 지났으나 여전히 국내 산업계는 불확실성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노비즈기업들, 더 나아가 산업계 종사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산업계가 아무리 변화한다 해도 제조업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제조업의 혁신은 어떤 상황에서든 지속돼야 한다.

이제 한국은 초일류 제조강국으로 나아가는 길목에 들어섰다. 현재 우리가 가진 인프라와 잠재성은 일본, 독일, 중국 등과 비교할 때 전혀 뒤처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특히 올해는 이노비즈제도가 시행된 지 20주년을 맞은 해이기도 하다. 우리 이노비즈협회는 2만개사 이노비즈기업의 상생 협업의 구심점이 되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다. 소비자 사용경험과 가치를 공유하는 수요자 중심의 ‘가치사슬 클러스터’ 구축해 제조혁신 기반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데 앞장서겠다.”

◆He is…

▲조선대학교 공과대학 정밀기계공학과 졸업(1981년)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최고산업전략과정 AIP 수료(1998년) ▲IMI 국제경영원 글로벌 최고 경영자 과정 수료(2004년) ▲텔스타 무역 창업(1987년) ▲텔스타홈멜 주식회사 사명 변경 및 대표이사 취임(2005년) ▲경기도외국인투자기업협의회 회장(2006~2012년) ▲현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2020년~) ▲한국인공지능제조이니셔티브 이사(2020년~) ▲이노비즈협회(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 제10대 회장(202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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