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안전공사, 다목적 정밀진단 플랫폼 차량 운행 1년
대규모 설비 갖춘 공장 등에서 ‘VLF 진단’ 활용 확대 추세
첨단장비 활용 고객 기술지원 확대, 국민 생명・재산 보호

[전기신문 조정훈 기자] 지난해 한국전기안전공사(사장 박지현)는 차량 한 대로 주요 시설의 전기설비 이상여부를 진단하고, 각종 시험분석이 가능한 정밀진단 플랫폼 차량을 본격 도입했다. 차량은 ‘VLF(Very Low Frequency) 진단 기능’을 갖추고 있어 케이블의 건전성 여부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또 차량은 ▲GIS설비 진단장비 ▲부분방전 진단장비 ▲6상 보호계전기 시험기 ▲AC절연진단장비 ▲SFRA 분석장비 ▲고압멀티시험기 ▲차단기 동작분석장비 ▲적외선열화상 진단장비 ▲자외선영상코로나 진단장비 ▲절연유 분석장비 ▲피뢰기 누설전류측정기 ▲전원품질분석장비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로 다양한 장비를 탑재하고 있다. 덕분에 정밀진단 플랫폼 차량은 그 자체로 다양한 점검 및 시험분석 업무를 거뜬히 해내는 ‘전기안전 항공모함’으로 도입 초기부터 많은 관심을 받아왔다.

눈발이 흩날리던 2021년의 마지막 날, 기자는 전북 완주군에 자리한 전기안전공사 본사에서 정밀진단 플랫폼 차량의 운행 및 점검 시연 현장을 동행 취재했다. 취재에는 전기안전공사 사업운영처 특수진단부 최광범 과장과 김요한 과장이 함께했다.

대형 밴(van)의 외형을 가진 정밀진단 플랫폼 차량을 직접 본 첫 느낌은 ‘거대하다’였다. 성인 규격 배구 네트 높이를 한 뼘 이상 상회하는 2.7m 남짓한 높이에 6m가 넘는 전장을 자랑하는 차량의 내부에는 VLF진단 장비인 ‘PHG80TDPD’ 모델을 비롯해 ▲HV케이블 ▲접지선 ▲외부전원연결선 ▲방전장치 ▲안전경보등 ▲커플링 커패시터(PD용) ▲발전기(7kVA) ▲통신커넥터 등의 진단 장비가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내부를 설명하기 위해 장비를 하나하나 꺼내고, 제자리에 들여놓는 데에도 꽤 오랜 시간이 걸릴 정도였다. ‘전기안전 항공모함’이라는 별명이 결코 과한 표현이 아니라고 느껴졌다.

“정밀진단 플랫폼 차량은 차량 한 대로 여러 가지의 진단 업무에 대응할 수 있는데요. 여러 기능이 탑재돼 있지만 그 중에서도 신규 케이블 포설 시에 결함이 없는지 진단하고, 기존에 포설된 케이블의 내구성과 향후 기대수명 등 건전성 여부를 측정하는 VLF 진단 기능을 갖추고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땅에 매립된 케이블에서 문제가 있는 부분(위치)을 정확히 찾아내고, 결함의 원인을 밝혀내는 ‘고장점 탐지’ 작업도 수행할 수 있습니다.”

VLF 진단이란 포설된 케이블에 0.1㎐의 낮은 주파수의 전압을 인가해 케이블의 이상여부 등을 측정하는 기법이다. 1초에 0.1번, 10초에 한 사이클이 변하는 미세한 전압을 케이블에 흘려보내면 케이블의 상태가 차량 내에 설치된 모니터 화면에 파형으로 표시된다. 이 때 결함이 의심되는 파형이 발생하면 해당 위치를 찾기 위한 고장점 탐지 등을 통해 결함 지점과 문제 원인 등을 파악·개선하고 있다는 게 최광범 전기안전공사 과장의 전언이다.

최 과장에 따르면 정밀진단 차량은 0.1㎐ 정현파전압을 상전압의 3배 크기로 가해 절연내력을 시험하는 ‘내전압테스트’와 케이블 열화발생 시 저항성분과 정전용량 성분의 변화에 따라 발생하는 전압-전류간 위상차를 측정해 케이블의 열화 정도를 판단하는 ‘VLF TD’ 진단을 수행할 수 있다.

아울러 전선에 전압을 인가해 전계가 집중된 곳의 부분적 방전을 측정하고, 발생된 파형을 분석해 부분방전 등 국부 결함 위치를 파악하는 ‘VLF PD’ 진단과 TDR장비를 이용해 고장점에 대한 절연파괴, 전자계의 변화량 등을 감지함으로써 정확한 고장점의 위치를 탐지하는 ‘고장점 탐지’ 기능도 갖추고 있다.

최 과장은 “이전까지는 케이블의 건전성 측정 시 DC전압(45kV)을 이용했지만 이 방식이 자칫 케이블의 수명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케이블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보다 정밀한 측정이 가능한 VLF 진단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며 “특히 전기의 안정적인 공급과 케이블의 내구성 등이 중요한 대규모 설비공장 등에서 VLF 진단 기법을 이용하는 사례가 확산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고용량의 장비를 탑재하고 있는 덕분에 이전 진단 장비들보다 케이블의 측정거리가 크게 늘어났다는 점도 정밀진단 플랫폼 차량의 장점이다.

“특히 공사의 정밀진단 플랫폼 차량에는 ‘소프트웨어 4’ 버전이 탑재돼 있어요. 제조사 측에 따르면 국내에 이 버전을 갖춘 진단 차량은 2대뿐이라고 해요. 이는 이전 버전보다 높은 전압을 측정할 수 있기 때문에 측정거리 등에서 비교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고객들이 느끼기에 진단 비용 측면에서도 장점이 뚜렷하고요.”

차량 내 측정 장비들에 대한 설명을 마친 뒤 최 과장과 김요한 과장이 차량 내 탑재된 케이블 측정 장비(커패시터)와 케이블 등을 결선해 VLF 부분방전 진단 작업을 시연했다. 측정 장비와 기기를 연결하자 차량 내부에 설치된 PC 모니터를 통해 일정한 패턴을 보이는 그래프가 표시되는 게 보였다.

김 과장은 “설비의 상태 등을 분석하기 위해 커패시터를 연결해 그래프를 확인하고 있다”며 “현재는 (모니터에) 비슷한 유형의 그래프가 반복적으로 나타나지만 이상(결함)이 있을 경우 비정상적인 파형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김 과장은 일정한 시간 동안 이상 파형이 지속적으로 되풀이되거나 결함이 있는 케이블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그래프의 형태가 나타나면 케이블에 이상이 있다고 판단, 정확한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게 된다고 귀띔했다. 해당 이상이 발생한 지점에 대한 시간을 분석해 정확한 위치 등을 확인할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공사의 정밀진단 플랫폼 차량은 지난해 2월과 3월, 4월 현대케미칼 공장에서 VLF 내압시험(21개 선로)을 진행했습니다. 7월에는 현대오일뱅크에서도 3개 선로를 대상으로 같은 방식의 시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고요. LG전자 창원 공장과 곤지암CC 등에서는 케이블의 고장점을 파악하고, 선로의 건전성을 진단하는 고장점 탐지 업무도 차질없이 완료했습니다.”

이와 관련 안전공사 측은 지난해 4월 창원에서 접수된 케이블 소손지점 탐지 기술자문 요청에 신속하게 대응, 현장 확인 20여분 만에 고장점을 발견해 조치한 바 있다. 김 과장은 당시 케이블은 작은 나사못에 의해 발생한 작은 손상이 시간 경과에 따라 급격한 절연성능 저하를 가져왔다고 추정했다. 하지만 워낙 작은 손상이었기 때문에 발견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김요한 과장은 “해당 소손 부분은 지하공동구와 지상 트레이 접속 부위라 발견하기 어려운 위치였다”면서 “케이블에 펄스를 보낸 뒤 이상이 있는 위치에서 펄스가 반사돼 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해 고장점의 거리를 판단하는 TDR 기법을 활용해 정확한 지점을 파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설비의 결함 상태를 진단할 수 있다는 장점에 힘입어 정밀진단 플랫폼 차량에 대한 고객들의 문의 및 활용 범위가 올해에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