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내년 1분기 전기요금 발표…인상 요인에도 물가 상승세에 부처 간 이견 팽팽
전문가들 "연료비 상승분 전기요금에 적절히 반영안돼…제도 개선해야"

원가연계형 전기요금 체계 개념도. 왼쪽이 개편 전, 오른쪽이 개편 후.
원가연계형 전기요금 체계 개념도. 왼쪽이 개편 전, 오른쪽이 개편 후.

[전기신문 김부미 기자]내년 전기요금을 두고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줄다리기를 벌이는 가운데, 20일 발표되는 전기요금 향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기재부는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관리 목표를 연 2%대로 설정하고 전기 및 도시가스 등 공공요금을 동결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반면 산업부는 거의 동결하다시피 한 전기요금을 또 묶어둔다면 한국전력의 경영난이 더욱 심화해 결국 그 피해가 국민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우려하고 있다. 여기에 상장사인 한전을 향한 소송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다.

정부 등에 따르면 한전은 20일께 내년 1분기(1~3월) 전기요금 인상 여부를 홈페이지에 고시한다. 정부는 올해부터 원가를 전기요금에 반영해 분기별로 연료비 조정단가를 발표하고 있다. 이를 위해 산업부와 기재부는 연료비 조정 단가를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요금 인상을 두고 양 부처간의 입장차이가 어느때보다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연료비 연동제 시행에 따라 분기마다 ㎾h당 최대 인상분(3원)까지 요금 인상이 가능하다. 최근 국제유가가 급등세를 보이면서 요금인상 요인이 충분한 상황이다.

그러나 올 4분기 연료비 인상이 이뤄진 만큼, 기재부가 2개 분기 연속 인상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내놓은 물가 대책이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는 분위기 속에서 기재부는 공공요금 인상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달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9년 11개월 만에 최고치인 3.7%를 기록했다. 연간 물가 상승률이 안정 목표치인 2%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에너지 총괄 부처인 산업부는 전기요금 인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기요금 동결로 인해 올해 관련 공기업들의 적자가 심화한 것으로 나탔났다.

실제로 한전과 발전사의 적자가 올해 4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지난 9월 국회에 제출한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조9515억원의 흑자를 냈던 한전은 올해 4조3843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보여진다.

또 한국수력원자력과 남동·남부·중부·서부·동서발전 등 6개 한전 자회사의 경우 지난해 총 3329억원의 순이익을 냈지만 올해는 7575억원 상당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2조2844억원 상당의 흑자를 냈던 한전 및 6개 발전자회사가 올해에는 4조1418억원 적자로 전환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양 부처가 공공요금 가격 결정에 대해 입장차이가 커질수록 시장에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정부가 공공요금 가격을 통제해 적시에 반영되지 못하면 이는 결국 국민과 미래 세대의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최근 열린 ‘원가연계형 전기요금과 정책 방향’ 긴급 토론회에서 에너지 전문가들은 정부의 ‘유보 권한’ 탓에 연료비 상승분이 전기요금에 적절히 반영되지 못하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정연제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연료비 연동제에 따라 올해 스페인은 35.7%, 이탈리아는 14.4%, 일본은 14.6%의 요금을 인상한 바 있다”면서 “한국의 도매 전기요금이 지난해의 2배 이상 오른 만큼 적기에 요금에 반영해 미래 세대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배 건국대 교수도 “한국은 신재생 발전 등 외부 비용이 해외 주요국보다 전기요금에 적게 반영됐다”면서 “낮은 요금 정책은 지속 가능하기 어려운 만큼 전기요금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용건 한국환경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격은 수요 공급에 의해 결정돼야 하고 정책적 개입은 최소화해야 한다”며 전기요금 인상을 유보하는 것은 탄소중립 정책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연료비 연동제의 개선 방안으로 ▲재량보다 준칙에 근거할 수 있는 정부의 유보 권한 개선 ▲원가 변동 요인을 적시에 반영할 수 있는 상하한 변동 폭 확대 ▲유보 권한 발동에 따른 전기요금 미수금 보전 대책 마련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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