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신호등 연정, 프랑스와 관계 고려 강경입장 선회
K-택소노미에 여전히 원전 배제돼 원전 수주 어려워
주기기 제작 등 협력업체 유럽시장 진출에 탄력 전망

지난 8일(현지시간) 올라프 숄츠(Olaf Scholz) 독일 신임 총리가 메르켈 전 총리에게 꽃다발을 건네고 있다. 새롭게 출범한 독일의 신호등 연정이 원전에 대한 강경한 자세를 누그러뜨리면서 올해 말로 예정된 유럽연합(EU)의 녹색분류체계 결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공: 연합뉴스
지난 8일(현지시간) 올라프 숄츠(Olaf Scholz) 독일 신임 총리가 메르켈 전 총리에게 꽃다발을 건네고 있다. 새롭게 출범한 독일의 신호등 연정이 원전에 대한 강경한 자세를 누그러뜨리면서 올해 말로 예정된 유럽연합(EU)의 녹색분류체계 결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공: 연합뉴스

[전기신문 정세영 기자] 원자력을 녹색분류체계에 포함할지를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 온 유럽이 점차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다. 새롭게 출범한 독일 숄츠 내각이 원전에 대해 강경한 자세를 누그러뜨리면서 올해 말로 예정된 유럽연합(EU)의 결정에 국내외 원자력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9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EU는 오는 16일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EU 집행위원회가 회부한 안건을 심사할 계획이다. 녹색분류체계에 원자력을 포함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도 함께 진행될 예정인 가운데, 이르면 오는 22일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녹색분류체계는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 활동’의 범위를 정하는 것으로, 당초 원자력 관련 기술은 EU의 녹색분류체계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10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EU 집행위원회가 천연가스와 원자력을 녹색분류체계에 포함할지에 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독일로 대표되는 원전 반대파와 프랑스가 이끄는 찬성파가 대립각을 세우면서 지난달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COP26까지 여론전을 이어갔다.

당시 독일과 오스트리아, 덴마크, 스페인, 아일랜드, 포르투갈, 룩셈부르크 등 7개국은 공식 성명을 통해 원전을 친환경 전원으로 분류하는 것에 반대하고 나섰다. 원전은 사용후핵연료 문제로 친환경적이지 않으며, 재생에너지에 투자돼야 할 자금이 원전 건설에 흘러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프랑스는 핀란드, 헝가리, 폴란드 등 10개국과 함께 값싸고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이유로 원전을 녹색분류체계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가장 강력한 반대의 목소리를 내온 독일이 새로운 내각 출범과 함께 그간의 강경입장에서 선회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유럽정책 뉴스매체 Euractiv는 “메르켈 전 총리와 마찬가지로 평소 원전이 녹색분류체계에 포함되는 데 반대 의사를 밝힌 올라프 숄츠 신임 총리가 프랑스와의 관계를 고려해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또 “당초 사민당과 자유민주당, 녹색당으로 구성된 신호등 연정 협정 초안에 녹색분류체계에 원전 포함을 반대한다는 문구가 수정안에는 삭제됐다”며 독일 내각의 입장 변화를 시사했다.

이에 대해 유럽 원자력 전문가인 존 키코펠(John Kickhofel) 아폴로플러스(Apollo Plus) 창립자는 본지와의 서면 질의에서 “새로운 독일 내각 내부의 원전에 대한 반대 기류는 여전히 확고한 편”이라며 “다만 숄츠 신임 총리가 프랑스와의 우호적인 관계 형성을 중시하면서 메르켈 전 총리처럼 강력하게 반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EU 내 녹색분류체계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원자력계에 미치는 영향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원자력업계 한 관계자는 “녹색분류체계는 단순히 자금조달을 넘어 원자력에 대한 해당국의 의지를 보여주는 잣대”라며 “EU 녹색분류체계에 원전이 포함되더라도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 원전이 배제된다면 여전히 국내 원자력계 입장에서는 호재가 아니”라고 진단했다.

다만 주기기 제작 등 우리나라가 강점을 보이는 분야에서 유럽 시장 진출이 활발해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또 다른 원자력업계 관계자는 “최근 동유럽을 중심으로 원전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데 EU 녹색분류체계에 원전이 포함되면 유럽 시장에서 우리 기업의 수주 활동에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