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전영환 홍익대 교수가 원자력발전소가 경직성 전원이라고 재차 주장하는 바, 사실을 알리는 글을 올린다.

그가 제기하는 기술적 문제점은 ‘원자력발전소에서 국부제어와 원격제어를 합해서 12%의 출력제어를 하기 위해서 터빈에 투입되는 증기의 양을 제어해야 하는데 이 경우에 증기압력이 변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운전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운전방식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원자로를 제어할 때 냉각수의 입구 온도와 출구 온도의 평균이 일정하도록 하는 항온제어(Constant Tavg) 방식이 있고 평균온도가 출력에 따라서 변화하는 변온제어(Sliding Tavg) 방식이 있다. 후자는 전영환 교수가 말한 대로 증기압에 영향을 준다. 따라서 기저부하용원전에 사용한다.

그러나 전자의 방식으로 운전하면 증기압의 큰 변화가 없이 출력제어를 할 수 있다. APR1400 원전이 부하추종 운전능력이 있다는 것은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운전 프로그램을 변경했고 검증을 완료했다는 것이다.

전영환 교수가 언급한 바와 같이 미국의 원전은 부하추종 운전을 하지 않는다. 이유는 여러 가지이다.

미국의 원자력발전소는 1980년 이전에 착공된 원전이다. 40년 이전의 기술인데다가 부하추종 운전을 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그런 운전방식으로 설계하지 않았다. 또한 현재에도 미국의 원전비중이 20% 수준이기 때문에 부하추종운전을 할 이유가 없다.

더욱이 미국의 경우 재생에너지 발전이 우리나라보다 이용률도 높고 간헐성 영향도 적다. 우선 재생에너지 자원이 좋은 지역에 설치되기 때문이다. 또 재생에너지 발전업자가 전력저장장치(ESS) 등을 구비하여 어느 정도 안정화된 전력을 공급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그 부담을 발전사업자가 아니라 한전에 떠넘기고 있다.

2017년 APR1400 원전이 유럽 원전요건(EU Requirements for LWR Nuclear Power Plants)을 통과했다. 이 유럽 원전요건을 통과하려면 일정한 부하추종 능력이 있어야 한다. EUR Rev.E에는 조속기(Governor valve)를 사용하지 않는 방식의 운전요건을 기술하고 있다. 이는 50~100% 출력에서 수 시간 운전이 가능해야 하고, 이때 출력변화 폭은 최소 ±3%, 최대 ±5%이내에서 운전 가능해야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전영환 교수가 언급하는 국정감사에서의 한수원의 답변은 ‘설 연휴 기간 신고리3·4호기에서 이루어진 출력감소 운전이 부하추종 운전이었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실제로 설 연휴 기간에 출력을 줄여서 운전해야 할 상황이 발생하자 신고리3·4호기의 출력을 낮춰서 운전한 바 있다.

그러나 그것은 부하추종운전으로 보기 어렵다는 ‘겸손한 답변’으로 보아야 한다. 출력을 낮추거나 높일 수 있지만 급격한 변동은 쉽지 않다. 또 답변의 과정에서 신고리3·4호기는 부하추종을 하도록 설계되지 않았다는 뜻은 APR1400의 운전능력 가운데 국내에 필요하지 않은 기능을 떼었다는 것이다. 자동차를 살 때 풀 옵션으로 구매할 필요는 없는 것이니까.

또한 원자력발전소의 운영허가 과정에서 운전방식에 대해서도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우리나라 여건에서 그런 방식으로 운전할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한 운영허가를 신청하지 않은 상태일 뿐이다.

따라서 APR1400이 부하추종운전이 가능하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부하추종운전을 하라는 얘기도 제도에 대한 이해를 못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전력망에서 60헤르츠(Hz)로 일정한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육지부는 약 20%, 제주는 30%를 넘을 수 없다. 재생에너지가 많이 보급된 제주도와 전라남도 지역의 경우에 해당한다. 따라서 재생에너지로 기저발전을 모두 채울 수 없다.

전력망을 안정화할 수 있는 기술이 혁신적으로 발전하고 그것이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충분히 싸진다면 재생에너지의 비중은 늘어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건 꽤 오랜 시간이 지나야 할 것이다. 따라서 그가 최초로 제기한 원전이 기저발전이 아니라는 얘기도 맞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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