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24기 모두 불가능” vs 일부 전문가 “APR1400 가능”
관건은 실제 운전 경험…ESS 등 유연성 전원 여전히 필요

한수원은 공식적으로 국내에 가동 중인 원전 24기는 모두 부하추종운전이 불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지난 10월 열린 국정감사에서 “부하추종운전은 애초 설계에 반영돼 있으면 몰라도 함부로 하는 게 아니다. (국내원전은) 부하추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원자력 전문가는 APR1400은 처음부터 부하추종운전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고 반론한다.
한수원은 공식적으로 국내에 가동 중인 원전 24기는 모두 부하추종운전이 불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지난 10월 열린 국정감사에서 “부하추종운전은 애초 설계에 반영돼 있으면 몰라도 함부로 하는 게 아니다. (국내원전은) 부하추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원자력 전문가는 APR1400은 처음부터 부하추종운전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고 반론한다.

[전기신문 정세영 기자] 최근 정부는 2030년 원자력, 신재생 발전량이 전체 발전량의 23.9%, 30.2%를 차지한다는 내용의 NDC 상향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6.6%에 불과한 신재생은 급격한 확대를 예고하고 있다.

원자력은 신재생과 함께 출력 조절이 불가능한 ‘경직성 전원’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신재생의 확대 과정에서 간헐성 문제를 해결하려면 같은 경직성 전원인 원자력의 퇴출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신재생 비중이 일정 수준을 초과하면 원자력이 계통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원자력은 그간 기저부하용으로 운용됐기 때문에 경직성 전원으로 분류됐을 뿐, 석탄이나 가스발전과 같은 출력조절이 가능해 신재생과 공존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독일과 프랑스 등 일부 유럽 국가가 원전의 출력을 완벽하게 조절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전문가는 국내 원전도 출력 조절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독·프는 이미 부하추종운전 시행…석탄·가스발전보다 출력조절량 높아

부하추종운전은 전력계통의 부하 변동에 대응해 발전기의 출력량을 조정하는 운전을 말한다. 원자력 발전기의 부하추종운전은 두 가지 방식이 사용된다.

석탄이나 가스발전기와 같이 터빈을 이용해 주파수를 제어하는 방식과 하루를 단위로 전력 수요가 많은 시간에는 100%로 운전하다가 수요가 없거나 낮 시간대에는 출력을 50%까지 낮춰 운전하는 일일 부하추종운전이 있다.

독일과 프랑스는 주파수 제어와 일일 부하추종운전을 모두 사용해 변동하는 전력수요에 대응하는 대표적인 국가다.

프랑스 EDF가 공개한 1300MW급 원자력 발전기 한 대의 24시간 부하추종운전 기록. EDF는 주파수 제어와 일일 부하추종운전을 활용해 원전의 출력을 조절하고 있다.
프랑스 EDF가 공개한 1300MW급 원자력 발전기 한 대의 24시간 부하추종운전 기록. EDF는 주파수 제어와 일일 부하추종운전을 활용해 원전의 출력을 조절하고 있다.

프랑스는 전력수요가 줄어드는 밤 시간대나 재생에너지가 충분한 전력을 생산하는 낮 시간대에 발전기당 900MW에 이르는 출력을 변동하는 한편 미세한 주파수 변동에는 터빈이 자동으로 응동하도록 운영하고 있다.

독일도 석탄, 가스발전기와 함께 원자력 발전기를 활용해 부하추종에 나서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박문규 세종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원전의 부하추종운전 실시 여부는 전적으로 각국의 에너지믹스에 따라 결정된다”며 “수력발전이 풍부한 스웨덴이나 화석연료 발전비중이 높은 국가는 상대적으로 원전의 부하추종이 경제적으로 매력적인 대안이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원전은 기본적으로 석탄화력이나 가스발전보다 큰 설비용량을 자랑하기 때문에 출력조절량 역시 월등히 크다”며 “비슷한 출력변동 운전을 하더라도 원전이 훨씬 많은 출력량 조절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독·프와 달리 출력 조절 힘들어…정재훈 사장 “힘들다” 국감서 답변

한수원은 공식적으로 국내에 가동 중인 원전 24기는 모두 부하추종운전이 불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일례로 지난 10월 열린 국정감사에서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부하추종운전은 애초 설계에 반영돼 있으면 몰라도 함부로 하는 게 아니다. (국내원전은) 부하추종하기 어렵다”며 선을 그었다.

전영환 홍익대 전기공학과 교수도 “우리나라의 원전은 독일, 프랑스 등 국가의 원전과 달리 출력조정이 어렵다”며 “이들 국가의 원전 정책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지금 지어진 국내 원전을 다시 지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국내 원자력 전문가는 첫 수출형 원전인 APR 1400은 처음부터 부하추종운전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고 말한다.

미국, 유럽 등 원전 발주자가 공급자에게 공통적으로 요구하는 게 바로 부하추종운전으로, APR1400도 이러한 수요에 대응해 관련 기능이 갖춰져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UAE 바라카 원전도 부하추종운전 기능을 갖추고 있는데, 똑같은 레퍼런스 모델인 신고리 3, 4호기가 부하추종운전 기능이 없다는 건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최근에 건설된 6기의 APR 1400은 모두 개발단계부터 부하추종운전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며 “원전을 부하추종용으로 사용할 것인지 한수원이 의사결정을 하면 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APR1400뿐 아니라 그 이전에 설치된 원전도 부하추종운전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박문규 세종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원전인 고리 3, 4호기도 최종 인허가 당시 부하추종운전 테스트를 거쳤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미 1990년대 초부터 부하추종운전은 국제적으로 통용된 설계요건”이라고 강조했다.

◆중요한 것은 실제 ‘운전’ 경험…고립계통 특성상 ESS·가스 등 여전히 필요

국내 원자력 전문가들은 적어도 APR1400은 부하추종운전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면서도 실제 운전 경험을 쌓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말한다.

정범진 경희대 교수는 “프랑스나 독일의 경우에도 초기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서 자신들만을 제어방법을 개발해서 적용하고 있다”며 “일일 부하추종운전을 포함한 탄력운전은 실제로 해봐야 경험도 쌓이고 운전 기술도 향상된다”고 말했다.

박문규 교수도 “부하추종운전은 연구는 많이 돼 있다”면서도 “다만 지금까지 연구된 바를 현장에 적용하고 확인하는 일련의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일각에서는 외딴 섬과 같은 우리나라의 전력계통 특성상 설령 원전의 부하추종운전이 가능하더라도 여기에만 의존해서는 안 되고, ESS를 비롯한 양수발전, 가스발전 등 유연성 전원에 대한 투자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동석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박사는 “대형원전의 부하추종운전이 가능하더라도, 대형원전은 마치 큰 배와 같아서 급격하게 출력을 조절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결국에는 ESS 등 유연성 전원에 대한 추가적인 투자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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