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권 원전, 사업비 절반 가까이 직접 조달해야
수출금융 지원 등 자금조달 능력 대폭 강화 필요

체코 두보카니 원자력발전소 전경.
체코 두보카니 원자력발전소 전경.

[전기신문 정세영 기자] 체코, 폴란드 신규원전 수주 시계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동구권 원전사업은 자금조달 능력이 사업 수주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UAE 원전 수주 당시와 달라진 금융 환경을 감안할 때 정부의 수출금융 지원을 포함해 자금조달 능력을 대폭 강화해야만 원전 수주가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원자력업계에 따르면 한수원은 내년 상반기 중 체코와 폴란드 신규원전 사업 제안서 제출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새 정부를 구성 중인 체코는 여야 모두 두코바니 신규원전 건설을 지지하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신규원전 사업 일정에 변동이 없다면 한수원은 내년 6월까지 입찰제안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또 내년 1분기 중 폴란드 원전사업 제안서도 제출할 계획이다.

특히 체코와 폴란드 정부가 처음부터 중국과 러시아의 입찰 참여를 배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에서는 UAE 바라카 원전에 이어 10여년만의 해외원전 수주에 대한 기대감이 일고 있다.

그러나 동구권 원전사업은 UAE 원전 수주 당시와 비교할 때 한층 더 어려워진 자금조달 환경에 놓여 있다는 게 전문가의 공통된 목소리다.

원전 프로젝트는 주로 수출금융과 기업금융의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추진된다. 순수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방식을 활용한 자금조달은 여태껏 이뤄지지 않았다.

이는 원전 특유의 건설공기 지연과 방사능 누출 사고 위험문제로 PF 방식의 자금 조달을 추진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UAE 바라카 원전 프로젝트도 사업 초기에는 순수 PF 방식으로 추진됐지만 기업금융과 수출금융을 혼합한 하이브리드 형태로 변형돼 자금조달이 이뤄졌다.

여기에 UAE 정부가 바라카 원전 운영법인에 대한 대출금의 상당부분을 직접 제공하는 한편, 수출입은행 등의 대출금에 대한 원리금도 보증해주는 등 자금조달 측면에서 파격적인 지원이 이뤄졌다.

동유럽 원전수주는 UAE 사업과 달리 우리나라가 전체 사업비의 절반 가까이를 수출금융과 기업금융을 활용해 직접 조달해야 한다.

한 전문가는 “기업금융은 신용도를 담보로 투자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제공받는 건데 우리나라는 JP모건과 같은 글로벌 투자은행이 없어 한전과 한수원이 사채 발행 등을 통한 자금조달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실적인 선택지는 수출금융인데 이것도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수출입은행은 하나의 사업 또는 기업에 제공할 수 있는 자금규모에 한계가 있다. 이른바 동일인 여신한도라는 제약이다.

또 국제결제은행(BIS)의 바젤3 규제에 따라 수출입은행도 일정 금액을 자기자본으로 유보해둬야 한다.

이 때문에 또 다른 전문가는 “우리나라의 파이낸싱 경쟁력은 미국이나 프랑스 등 경쟁국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편”이라며 “특히 BIS의 바젤3 규제를 우회하려면 수출입은행의 자본 확충 등 정부의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K-택소노미에 원자력이 배제돼 있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무리 수출금융이라 해도 K-택소노미에 포함되지 않은 원전에 우선적으로 자금이 제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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