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 4호기, 격납건물 공극 발생 장기간 가동중단
원전 가동률 회복세 더딘 가운데 손실액 불어나
건전성평가 검증 등 조치 남아 손실 더 커질 전망

한수원 한빛원자력본부 전경.
한수원 한빛원자력본부 전경.

[전기신문 정세영 기자] 한빛 4호기가 역대 최장기간 가동이 중단되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 원전 가동률이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는 가운데 손실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으로 추산됐다.

한빛 4호기가 재가동되기까지는 앞으로도 적지 않은 난관이 예상돼 누적 손실액은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25일 원자력업계에 따르면 한빛 4호기는 지난 2017년 원자로를 둘러싼 격납건물 내부철판에 공극(미세구멍)이 발견되면서 가동 중단 상태에 놓였다.

한빛 4호기는 지난 2017년 5월 실시된 16차 계획예방정비 기간 중 격납건물의 증기발생기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157cm 깊이의 공극이 최초로 발견됐다. 이어 같은 해 6월부터 2019년 7월까지 2년간 집중적으로 점검한 결과 140여 개의 공극이 최종 확인됐다.

조사 결과 격납건물 내에서 발견된 다수의 공극은 발전소 건설 당시 철근의 조밀성과 보강재 간섭 등으로 콘크리트 다짐이 부족해 생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계획예방정비를 시행한 지 3년여 만인 지난해 9월 시공사의 부실공사로 인해 공극이 발생했다고 밝히면서 공극의 발생원인 규명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계획예방정비 기간이 계속 연장됨에 따라 국내 운영 중인 원전의 전체 가동률은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못한 데다 한수원의 매출 손실을 비롯한 경제적 손실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으로 추산됐다.

먼저 한수원에 따르면 지난해 원전 가동률은 74.8%를 기록하며 지난 2019년 기록한 최저율인 66.5%에서 70%대를 회복했다. 그러나 한빛 4호기가 가동 중단되기 전까지 줄곧 80%대의 원전 가동률을 기록해 온 점을 고려하면 4년에 걸친 가동 중단 여파가 확연한 모습이다.

무엇보다 4년간의 가동 중단으로 누적 손실액은 총 2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추산됐다.

노동석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박사는 1000MW 규모의 한빛 4호기의 연간 이용률을 80%로 가정해 4년간 한수원의 매출 감소액과 대체발전원인 가스발전기를 가동하면서 발생한 한전의 비용 상승액을 계산했다.

노 박사는 “연간 발전량이 7008GWh인 한빛 4호기가 가동 중단됨에 따라 4년간 발생한 한수원의 매출 감소액은 1조5000여억원 으로 추정된다”며 “여기에 4년간 가스발전기를 가동하면서 발생한 한전의 전력구매 비용 상승액을 고려하면 1조7000여억원이 소요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박사는 또 “탄소배출이 없는 원전과 달리 가스발전은 일정 수준의 탄소를 배출한다”며 “한빛 4호기 가동 중단에 따른 탄소배출 증가량은 약 1000만CO2톤 발생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전의 구매비용 증가와 탄소비용을 고려하면 2조원이 넘는 수준이다.

한편 한빛 4호기가 재가동되려면 원안위의 건전성평가에 대한 검증을 거쳐야 하는 등 추가적인 절차가 남아 있다.

마찬가지로 격납건물 내 공극으로 가동 중단됐다가 2년 반 만에 재가동에 들어간 한빛 3호기의 전례를 고려할 때 검증 과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한빛 3호기 재가동 결정 당시 지역 주민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혔던 원안위가 한빛 4호기의 재가동을 흔쾌히 결정하기에는 부담이 따를 것이라는 얘기다.

이 경우 이미 2조원 넘게 손실액이 누적돼 온 한빛 4호기의 경제적 손실 규모는 기약 없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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