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리파이 아메리카(Electrify America)가 구축한 전기차 충전소. (사진=EA)
일렉트리파이 아메리카(Electrify America)가 구축한 전기차 충전소. (사진=EA)

[전기신문 오철 기자]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전기차 충전기 구축에 75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미국은 수송부문 탄소배출 저감을 위해 2030년까지 전기차 충전소 50만개 이상을 구축할 계획이다. 특히 완속 및 중속 충전기인 ‘레벨2’ 충전기 보급이 주를 이룰 것으로 보여 관련 업체들의 맞춤 전략이 필요할 전망이다.

◆美 전역 12만개 충전기 구축...레벨1·2·DC급속 등 국내와 비슷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11월 중순 기준 미국에 5만 여기의 전기차 충전소와 12만 여개의 충전기가 설치된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콜로라도, 유타, 미국 북동부 지역의 전기차 지원 정책으로 전기차 충전소가 다수 세워졌으나 아직은 주로 캘리포니아 지역에 몰려있는 상황이다. 캘리포니아 주에 설치된 충전소는 1만4360개로 미국 전체 충전소 수의 30% 수준이다.

북미 지역에는 약 100여개의 전기차 충전회사가 존재한다. 브이고(EVgo)나 차지포인트(ChargePoint), 일렉트리파이아메리카(Electrify America) 등 이미 상장했거나 상장을 준비하는 등 큰 몸집의 업체부터 설립한지 채 1년도 되지 않는 신생업체 등 다양한 충전회사가 공존하고 있다. 토요타나 다임러 등 완성차 업체부터 석유회사 Shell, IT기업 퀄컴 등이 지난 5년간 2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한 결과다.

전기차 충전기는 충전 장비 수준, 차량 범위, 배터리 수용률,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량 등 여러 요인에 따라 레벨1, 레벨2, DC 고속충전기 총 세 가지로 분류한다. 교류(AC) 완속 충전기가 가장 일반적인 레벨1과 레벨2 충전기다.

우선 레벨1 충전기는 미국 가정에서 흔히 사용되는 120V 전압을 사용한다. 벽 콘센트만 있다며 어디서든지 충전할 수 있다. 전력이 1~3kW 수준이라 배터리를 충전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단점이 있지만 보통 가격이 가장 저렴하고 하룻밤 충전으로 50~65km를 운전하는 정도의 양을 충전할 수 있다.

레벨2 충전은 의류 건조기나 에어컨 등에 쓰이는 240V 콘센트를 사용한다. 레벨1 충전보다 높은 출력을 제공하며 쇼핑몰 및 주차장과 같은 주거 및 상업 시설에 주로 사용된다. 전력은 3kW 저전력부터 19kW의 중속 충전 전력까지 속한다. 우리나라도 레벨2 수준의 완속충전기가 가장 많이 설치돼 있으며 중속 충전기는 최근에서야 구축되기 시작했다.

레벨3은 DC 고속, DC 급속 충전기 등으로 불린다. DC 고속충전기는 480V 이상의 전압으로 전력망에서 전력을 직류로 공급받는다. 전력은 50kW~350kW까지 다양하다. 우리나라도 일반적으로 50kW 이상부터 급속충전기로 부르며 최근에는 350kW 급 초급속 충전기도 운영되고 있다.

레벨1과 2 충전은 우리나라와 같은 북미 표준 커넥터 SAE J1772를 사용한다. DC 급속은 CCS콤보, 차데모, 테슬라 슈퍼차저 등 세 가지를 사용한다. 우리나라도 예전에는 여러 개를 동시에 사용했으나 2017년부터 DC콤보(CCS1)로 통일했다.

◆ 시장 진출 장벽은 존재...레벨2를 잡아라

미국은 전기차 이용자들은 대부분 가정과 직장에서 충전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전력연구소는 2019년 전기차의 80%가 가정에서, 15%가 직장에서 충전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공공 충전소는 5%정도다. 주로 가정과 직장 중심의 완속, 중속 충전기가 주로 구축되는 만큼 전력망 부하에 큰 부담은 없겠지만 DC 고속충전소, 상업용 EV 충전소 설치를 지원하려면 지역 배전 인프라 확장도 불가피하다.

전기차 충전기 제조업체와 충전 네트워크 사업자 간의 기술 및 장비 차이 등 통일성 부족도 보급 확대에 있어서 애로점이다. 일부 서부 주에서는 하드웨어, 지불방법, 디스플레이화면 등에 통일된 규정을 적용했다. 국내 미국 진출 업체들도 주로 제조사들 중심이라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운영사와의 협력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업체 중 대영채비의 경우는 생산뿐 아니라 현지 운영도 직접 할 계획이다.

수익 창출에서도 의문부호는 여전하다. 충전소 하나를 건설하는 데 자본금이 50~100만달러가 들어가는데 충전소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규모의 경제를 수립하기 위한 업체들의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다.

배성봉 미국 시카고무역관은 “우리 기업이 진출하기 위해 충전 기술뿐만 아니라 정부, 전력망 공급자, 충전 운영사 간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며 “특히 시간과 비용 때문에 레벨2 충전기 설치가 주를 이룰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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