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요가 등 체험의 장부터 숲길 산책까지

오대산 자연명상마을의 전경
오대산 자연명상마을의 전경

[전기신문 양진영 기자] 스트레스 해소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책이나 영화를 보며 문화생활을 즐기거나, 농구, 배드민턴 등 운동을 통해 활력을 재충전할 수 있다.

모두가 알고 있는 스트레스 해소법이지만 그렇다고 시간을 내서 행동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다.

강원도 평창군 월정사 인근의 해발 700m 고지에 자리 잡은 ‘오대산 자연명상마을’은 이처럼 일과 경쟁에 지친 사람들에게 자연의 휴식처에서 명상을 통해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제공한다.

줄여서 ‘옴뷔(OMV; Odaesan Meditation Village)’로 불리는 자연마을은 축구장 14배에 달하는 약 9만9170㎡ 대지에 들어선 마을은 숙박시설, 문화체험시설, 식당, 정원과 숲길 등을 갖췄다.

새벽 6시 20분, 자연마을 입구에 마련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리자마자 감탄이 나온다.

저 멀리 안개 낀 오대산을 두르고 탁 트인 산책길과 곳곳에 심어놓은 나무들이 조화를 이뤘는데 그 고요함과 적막함이 시간의 걸음마저 붙잡은듯했다.

이른 시간에 옴뷔를 찾은 이유는 아침 7시에 진행되는 요가 프로그램에 참석하기 위해서. 옴뷔는 아침저녁으로 요가와 명상을 번갈아 가며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시국에 맞춰 아침에만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주차장부터 느긋한 걸음으로 5분 정도 걸어 동림선원 입구에 도착했다. 커다란 문 뒤로 오대천을 가로지르는 동림교를 건너면 동림선원을 가운데 두고 성적당, 동림재를 만날 수 있다. 예전에는 성적당에서 프로그램이 진행됐지만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코로나19에 따른 거리두기를 실천하기 위해 더 넓은 동림선원을 사용하고 있다.

동림선원에서 바라보는 오대산에는 새벽 안개가 끼어 신비하고 아름다운 자태를 뽐냈다.

동림선원에서 바라본 새벽녘 오대산.
동림선원에서 바라본 새벽녘 오대산.

옴뷔를 찾은 방문객들은 ‘공감인’으로 불린다. 수련에 참여한 10여명의 공감인들은 익숙한 듯 수행홀 한쪽에서 매트를 가져와 각자 자리에 깔았다.

공감인들은 선공 스님의 지도로 약 1시간 동안 가벼운 요가와 함께 명상을 실시했다. 명상을 처음 하는 사람들도 따라할 수 있도록 친절하고 자세한 설명으로 이뤄진다.

선공 스님은 “2018년 문을 연 명상마을을 구상한 것은 10년 전”이라며 “국민소득이 증가하고 사회와 경제가 급격히 발전하며 정신적인 부분에서 혼란을 겪는 국민들에게 사찰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을 찾다 마음치유의 수행을 제공하기 위한 장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명상홀을 찾은 공감인들이 선공 스님의 지도 아래 명상수련을 하고 있다.
명상홀을 찾은 공감인들이 선공 스님의 지도 아래 명상수련을 하고 있다.

약 1시간의 수련 시간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발길은 레스토랑 ‘수피다(Supida)’로 향하게 된다. 아침 8시부터 9시, 저녁은 7시30분부터 8시30분까지 운영되는 수피다는 매 끼니마다 10가지가 넘는 자연밥상이 제공된다. 사찰음식을 공감인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퓨전음식이다.

수피다에서 먹는 퓨전 산채 음식.
수피다에서 먹는 퓨전 산채 음식.

버섯, 애호박, 고사리, 양배추 등 강원도에서 수확된 나물과 채소들부터 콩으로 만든 콩고기 돈가스까지. 도시에서는 만나기 힘든 신선한 식재료와 다양한 메뉴가 공감인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특히 수피다는 높은 천정고에 단아한 조명들로 저녁에는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의 분위기를 자아내며 아침에는 통창을 배경으로 자연에서 식사하는 편안함을 제공한다.

수피다의 밤낮.
수피다의 밤낮.

식사 후 숙소로 안내됐다. 옴뷔의 숙소는 크게 ‘가람채’와 ‘별채’로 나뉜다.

‘절’의 옛말인 ‘가람’에서 따온 가람채는 2층의 목재건물로 봄, 여름, 가을, 겨울 4개 동으로 이뤄졌다. 침대를 갖춘 싱글룸과 트윈룸부터 온돌방까지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가람채보다 좀 더 넓은 공간을 제공하는 단독빌라 개념의 별채는 1월부터 12월까지 총 12개의 동으로 구성됐다.

나무로 지어진 가람채는 마치 일본의 전통 숙소처럼 예쁘다.

가람채 2층에서 바라본 모습.
가람채 2층에서 바라본 모습.

싱글룸의 문을 열자 방안 가득 편백나무 향이 먼저 맞이했다. 월정사가 운영하는 만큼 보통 사찰을 지을 때 사용되는 소나무가 쓰일 것 같지만, 옴뷔는 스트레스 해소에 탁월한 편백나무를 사용됐다.

정면에는 너무 좁지도, 넓지도 않은 명상실이, 그 옆에는 앉아서 독서가 가능한 의자와 테이블, 침대, 옷장 등이 비치돼 있다.

옴뷔의 모든 숙소에는 공감인들이 언제든 개인 명상을 할 수 있도록 명상실이 마련돼 있다.

‘디지털 디톡스’의 컨셉으로 TV는 물론이고, 인터넷, 심지어 냉장고도 없다.

가람채 싱글룸.
가람채 싱글룸.

공감인은 명상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아니면 산책을 거닐거나 원하는 방식으로 쉬면 된다.

그 중 추천하고 싶은 것은 산책이다. 옴뷔의 산책길 자체도 이쁜데, 이를 감싸고 있는 오대산의 풍경을 보며 거닐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옴뷔에는 정원과 숲길이 존재한다.

깨달음을 찾아가는 화엄세계를 표현한 미로 형태의 ‘깨달음의 정원’, 세 곳의 꼬마정원이 하늘을 먹고 바람을 타며 모든 생각을 내려놓고 맑은 지혜를 얻을 수 있다는 ‘지혜의 정원’, 한강의 시원지인 오대산 서대 우통수에서 첫물이 흘러 모인 강가에 일품송이 가득 찬 ‘아리야 숲’, 동림선원 한 켠에 숨겨진 오솔길을 따라 걸을 수 있는 ‘비밀의 정원’ 등이다.

옴뷔에서 시작되는 산책길도 눈여겨볼 만하다.

숲길 ‘비밀의 정원’에 햇빛이 스며들고 있다.
숲길 ‘비밀의 정원’에 햇빛이 스며들고 있다.

‘바람의 바깥 길’은 비밀의 정원에서 월정다리까지 1㎞의 구간으로 붉은 소나무를 사이에 두고 걸을 수 있다.

‘월정사 전나무 숲길’은 오대산의 대표적인 산책로로 2㎞ 구간을 거닐며 전나무 살림욕을 할 수 있다.

옴뷔에서 선재길 종점까지는 약 11㎞로 왕복 5시간이 소요된다. 선재는 불교경전인 화엄경에 나오는 구도자로 깨달음을 찾아 수행하는 사람을 뜻한다.

산책길보다 문화체험에 더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도 옴뷔는 추천할만한 공간이다.

옴뷔 한쪽에는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등으로 대표되는 조정래 작가가 명예촌장으로 거주했던 ‘조정래 문학관’이 있다.

또 길 하나만 건너면 강원도 남부 60여 사찰의 불상, 불화, 불교장엄구, 불교의식구 및 경전류의 성보를 전시, 연구, 보존 관리 중인 ‘월정사 성보박물관’이 있다.

불교전문박물관인 성보박물관에는 국보 제292호인 상원사중창권선문, 보물 제139호 월정사석보좌상 보물 제1375호 월정사 팔각구층석탑에서 출토된 사리구 12점, 보물 제793호 상원사 문수동자좌상 복장유물 23점, 강원도 유형문화재 등 620여점의 우수한 성보문화재 등이 소장돼 있다.

박물관에서는 내년 3월 말까지 ‘사진으로 만나는 오대산 三大和尙(삼대화상)’ 특별전을 진행한다. 일제강점기 이후 한국불교의 중추적인 구심점 역할을 했던 오대산 삼대화상 한암, 탄허 만화스님을 주제로 기록사진을 모아 스님의 생애와 업적을 재조명하고 한국 근현대불교사를 살펴볼 기회다.

한국불교의 큰 버팀목이었던 오대산 삼대화상의 삶과 수행, 불사, 그리고 여러 스님 및 대중들과 함께한 일상의 자취와 생생한 순간을 담은 사진 300여점이 전시된다.

성보박물관에는 5000원을 내야 입장할 수 있지만, 옴뷔를 찾은 공감인들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오대산 산채백반거리.
오대산 산채백반거리.

박물관 아래에는 맛집이 즐비한 ‘오대산 산채백반거리’가 있다. 정갈하게 차려진 산채정식부터 곤드레돌솥비빔밥, 한우 건더기가 가득한 육칼밥 등 건강하면서 푸짐한 먹거리들을 만날 수 있다.

몸도, 마음도 지쳤다면 훌쩍 오대산 명상마을로 떠나 나를 돌아보고, 심신을 충전할 수 있는 ‘힐링 타임’을 즐겨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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