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신규 대형원전·SMR 투자계획 공개 방침
신규 원전 건설비용 절감 위한 금융모델 발표

영국의 원자력발전소 현황. 영국 정부는 탄소중립 전략을 발표하면서 올해 안으로 최소 1기의 대형원전 투자계획을 마무리 짓겠다고 밝혔다. 출처: BBC
영국의 원자력발전소 현황. 영국 정부는 탄소중립 전략을 발표하면서 올해 안으로 최소 1기의 대형원전 투자계획을 마무리 짓겠다고 밝혔다. 출처: BBC

[전기신문 정세영 기자] 풍력의 나라 영국이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핵심수단으로 원자력을 낙점했다. 최근 해상풍력 출력 저하와 함께 LNG 가격 폭등을 경험한 영국은 신규 원전 건설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려고 한다.

1일 원자력계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제26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에 앞서 탄소중립 전략을 공식 발표했다. 에너지믹스에 원자력을 포함해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는 한편, 에너지수급 위기로부터 자유로운 탄소중립 경로를 제시했다.

현재 영국이 운영 중인 원전은 총 15기로, 자국 전력생산의 약 21%를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오는 2025년까지 절반 이상이 폐쇄될 예정이기 때문에 노후 원전을 대체하기 위한 신규 원전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여기에 영국은 일찍이 값싸고 청정한 에너지원으로서 원자력의 역할에 주목해 왔다.

지난해 말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대형 경수로 건설과 소형원자로(UK-SMR) 개발에 나선다고 발표한 데 이어 영국 의회도 에너지백서를 통해 원전을 친환경 전원으로 인정하고 대형원전과 SMR 개발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영국 정부와 의회가 합심해 신규 원전 건설 방침을 밝힌 것은 탄소중립 달성에 원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력화에 따라 향후 전력수요가 2배 이상 늘어난다는 관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에너지수급 위기로부터 자유로운 전력생산을 위해서는 원전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는 게 영국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다.

이에 따라 영국 정부는 탄소중립 전략에 올해 안으로 최소 1기의 대형원전 투자계획을 마무리 짓고, 1억2000만파운드(약 2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SMR을 비롯한 차세대 원전기술 개발에 나선다는 계획을 담았다.

이와 관련해 영국매체 가디언은 “영국 정부가 신규 원전 건설에 17억파운드(약 2조7000억원)를 투입하기로 했다”며 “이는 총 사업비 200억파운드 규모의 서포크(Suffolk) 시즈웰C 원전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특히 이러한 투자 계획은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BEIS)가 신규 원전 건설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새로운 금융모델을 발표하면서 가시화되고 있다.

원전 건설비용을 가정용 전기요금에 우선 부과하고, 추후 원전이 가동되면 전기요금을 인하해 주는 방식이다. 모델에 따르면 소비자는 월 평균 1파운드(약 1600원) 미만의 전기요금을 추가 부담함으로써 원전 건설자금 조달을 위한 이자비용 약 300억파운드(약 48조원)를 절약할 수 있다.

이처럼 영국 정부가 원전 건설 방침과 함께 구체적인 자금조달 계획까지 내세우면서 우리나라도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전문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노동석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박사는 “영국은 오래 전부터 풍력과 무탄소 전원인 원자력을 확충해 오는 2025년까지 탈석탄을 완료하는 동시에 에너지안보를 달성한다는 전략을 표명해 왔다”며 “우리나라도 무작정 원자력을 배제하기 보다는 에너지믹스에 적정 수준의 원자력 비중을 가져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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