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C, 탄소중립 전략에 SMR 등 원자력 포함돼
SMR 통해 노후 석탄발전 대체…그린수소 생산
혁신형 SMR, P5와 경쟁 위해 안정된 기반 필요

[전기신문 정세영 기자] 최근 불거진 에너지 대란으로 미국 등 5개 UN 안보리 상임이사국(P5)의 탄소중립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원자력을 활용해 탄소중립과 에너지안보를 동시에 달성한다는 구상이 눈길을 끌고 있다.

전통의 원자력 강국인 P5는 그동안 핵무기를 비롯해 대형원전 시장을 주도해 온 국가들이다. 이들은 향후 원전 시장의 중심이 소형원전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국가적인 역량을 결집해 개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혁신형 SMR을 개발하려는 우리나라도 결국엔 P5와의 경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내다본다. 이 때문에 개발정책 수립단계부터 잠재적 경쟁상대인 P5보다 앞서 있어야 경쟁력을 보일 수 있다고 진단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12일(현지시간) ‘프랑스 2030’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제공: 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12일(현지시간) ‘프랑스 2030’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제공: 연합뉴스

◆P5 탄소중립 전략 뜯어보니…키워드는 ‘SMR’

올해 P5가 내놓은 NDC 목표와 탄소중립 전략에는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무탄소 전원인 원자력을 활용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특히 SMR을 개발해 노후 석탄발전을 대체하고 수소를 생산한다는 방침이 눈길을 끈다.

영국은 대형원전 건설은 물론 SMR 개발 계획을 줄곧 공개해왔다.

영국 정부가 지난 4월 발표한 NDC에 따르면 오는 2035년까지 1990년 대비 78%의 탄소를 저감하도록 돼 있는데, 이 과정에서 대형 경수로를 추가 건설하고 UK-SMR과 고온가스로 노형인 UK-AMR을 개발한다는 구상이 담겨 있다.

또 지난 8월 발표한 ‘UK Hydrogen Strategy’에 따르면 대형원전과 고온가스로를 활용한 수소생산 등 그린수소 생산전략도 제시됐다.

미국도 지난 4월 오는 2030년까지 2005년 대비 50~52%의 탄소배출을 감축하는 신규 NDC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전력부문에서는 CCS와 원전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미 에너지부(DOE)가 올해 발표한 ‘Nuclear Energy Strategic Vision’에 따르면 운전 중인 대형원전은 유지하되 차세대원자로를 개발해 미국의 원자력 리더십을 유지한다는 구상을 밝히 고 있다. 이에 미국은 원전을 통한 수소 생산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과 함께 노후 석탄발전을 대체하기 위한 수단으로 SMR의 연구개발과 인허가를 대대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용윰염원자로, 고온가스로 등 4세대 SMR에 향후 7년간 최대 32억달러를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프랑스는 이달 들어 발표한 ‘프랑스 2030’을 통해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10가지 목표를 제시했는데, 첫 번째 목표인 SMR과 방사성 폐기물 관리 기술 개발에 10억유로를 투자할 계획이다.

러시아는 일찍이 SMR의 활용성에 주목해 시베리아 등 오지에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한 수단으로 부유식 해상 SMR을 건조한 바 있다. 중국도 오는 2025년 준공을 목표로 ACP100을 건설하고 있다.

뉴스케일 소형모듈원전(SMR) 플랜트 가상 조감도. 제공: 두산중공업
뉴스케일 소형모듈원전(SMR) 플랜트 가상 조감도. 제공: 두산중공업

◆SMR 경쟁 올라탄 韓, 개발단계부터 안정된 기반 필요

이처럼 P5는 원자력을 일관되게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인정하고, 장기적인 전략에 입각해 국가 주도로 SMR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는 안정적인 기반에서 기술개발에 집중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SMR 경쟁에 이제 막 올라탄 우리나라도 개발단계부터 사업화에 이르기까지 안정된 사업 추진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특히 원자력 기술개발 사업은 정부 정책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혁신형 SMR은 연구개발에서 향후 실증과 인허가 회득, 수출에 이르기까지 2~3개의 정권을 거치게 되는데 개발 정책에 변화가 발생할 우려가 충분히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한 전문가는 “혁신형 SMR의 개발속도와 기술력이 경쟁국에 뒤처지지 않도록 연구개발과 사업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외부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사업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명확한 목표 설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대형원전 시장을 소형원전이 잠식해 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적어도 APR1400의 경제성을 갖출 수 있는 노형을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또 다른 전문가는 “소형원전이 대형원전이 차지하던 시장 파이를 잠식할 가능성이 있다”며 “기술적으로 높은 성숙도를 자랑하는 뉴스케일을 목표로 하기 보다는 대형원전 수준의 경제성을 갖추는 게 중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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