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삼영기계 12건 분쟁 해결
2018년 제도 도입 이후 첫 성과 주목

[전기신문 김광국 기자] 중기부가 행정조사를 통해 기술분쟁을 해결한 첫 사례를 발표했다. 이는 2018년 12월 ‘중소기업기술 보호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으로 기술침해 행정조사가 도입된 이래 분쟁이 해결된 첫 번째 사례다.

중소벤처기업부(장관 권칠승)은 9월 27일 기술침해 행정조사를 통해 현대중공업과 삼영기계사이의 분쟁(총 12건)을 해결하는 합의를 도출하고 조사를 종결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삼영기계가 “현대중공업이 납품업체 이원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자사의 피스톤 제조기술과 공동 개발한 피스톤 설계도면을 타 중소기업에 무단으로 제공했다”며 2019년 6월 중기부에 신고한 사안이다.

현대중공업과 삼영기계의 피스톤 관련 기술분쟁은 합의 전까지 형사, 민사, 행정소송 등의 절차가 진행 중이었고, 중기부 신고 후 지금까지 상생조정위원회에 4차례 안건으로 상정된 바 있다.

중기부는 기술자료 소유권을 둘러싸고 민형사 소송전이 길어지면서 양측의 피해가 심화되는 상황을 고려해 행정조사 결론을 내리기 전인 지난 4월 현대중공업과 삼영기계에 대해 분쟁해결을 위해 관련 법률에 따른 조정을 권고했다.

중기부는 조정권고 후 당사자 사이의 협상을 주선하는 한편 외부전문가(기술침해자문단)와 함께 법원의 손해배상액 산정 기준 등을 분석했고,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보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현대중공업과 삼영기계의 합의 가능성을 타진했다.

지난 4월부터 9월까지 현대중공업과 삼영기계는 중기부의 주선으로 8차례 실무자 미팅을 가졌는데, 이 과정에서 삼영기계는 손해배상을 요구한 반면 현대중공업은 일부 위로금만 지급 가능하다는 입장을 견지해 합의 도달 여부가 불투명했다.

이에 중기부는 교착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삼영기계는 위로금 명목의 일시금 지급을 수용하고 현대중공업은 거래재개을 위해 적극적인 협력안을 마련하며 중기부는 삼영기계가 납품을 위한 신제품을 개발할 경우 기술개발 지원사업을 통해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했고, 이를 현대중공업과 삼영기계가 받아들여 최종적인 합의에 이르게 됐다.

중기부는 기술침해 행정조사에 따른 현대중공업과 삼영기계의 합의가 상생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상생조정위원회에 안건으로 상정해 유관기관의 협력을 구하는 한편 중기부 기술개발 지원제도를 삼영기계가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지침을 정비하기로 했다.

기술침해 행정조사 제도는 2018년 2월 발표된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대책’ 가운데 하나로 시행됐다.

중기부는 기술침해 행정조사에 따른 후속조치로 시정권고보다 조정권고를 통한 합의 도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이는 대기업이 시정권고를 따르지 않을 경우 피해 중소기업은 민·형사 소송을 장기간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중기부는 조정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 지난 2019년 5월 검찰, 공정위, 경찰청, 특허청과 함께 상생조정위원회를 출범시켜 범부처 협업체계를 구축했고, 올해 8월에는 소송의 장기화로 인한 중소기업의 피해확대를 차단하기 위해 민사소송에서 기술침해 피해 중소기업에게 불리했던 요소들을 해소하는 내용의 상생협력법 개정을 완료했다.

기술침해 행정조사 결과에 따라 분쟁당사자가 합의할 경우 상생조정위원회에 안건으로 상정해 당사자 사이의 모든 분쟁들이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당사자가 거래를 재개할 경우 구매 조건부(또는 공동투자형) 기술개발 사업을 활용해 시제품 제작 비용 등을 지원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발전시켜 나갈 예정이다.

권 장관은 “이번 사례는 개별사건의 해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기술분쟁을 처벌이 아닌 상생으로 해결하기 위해 중기부가 일관되게 추진한 프로세스를 실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중기부는 기술침해 행정조사로 당사자 간 합의를 촉진하고, 상생조정위원회와 기술개발 지원사업을 통해 이러한 합의를 살려나가는 상생의 프로세스를 계속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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