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대 글로벌 SMR 시장 선도자 지위 목표
i-SMR 혁신기술 담을 선진 규제체제 마련 시급

김윤호 한수원 SMR 추진단장.
김윤호 한수원 SMR 추진단장.

[전기신문 정세영 기자] “최근 미국 등 여러 국가에서는 중소형 원전이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게임체인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노후 화력발전을 대체하면서 간헐적인 재생에너지를 보완하고, 기존 전력망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죠. 저희는 2030년대에 중소형 원전 시장이 크게 열릴 것이란 판단 아래 혁신형 SMR(이하 i-SMR)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김윤호 한수원 SMR 단장은 “전 세계에 70개의 SMR 노형이 이미 나와 있어 시장 진입이 다소 늦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많은데, 한국은 그간 원전건설을 차질 없이 본래 일정대로 추진해 온 저력이 있다”며 i-SMR 개발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 단장에 따르면 한수원은 지난 1월 자체 예산 500억원을 투입해 국내 산학연과 함께 i-SMR의 개념요건과 기본설계 개발에 한창이다.

김 단장은 “예타 심사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2023년부터 표준설계와 혁신기술 개발에 들어가 2028년까지 인허가를 취득하는 일정”이라며 “한수원이 추진 중인 기본설계는 2023년에 본격화될 i-SMR 기술개발 사업을 효과적으로 뒷받침한다는 목표로 기획됐다”고 설명했다.

i-SMR은 안전성과 경제성, 유연성 측면에서 기존 대형원전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혁신적인 설계 개념이 집약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같이 노심 용융 사고 가능성을 1/100 이하로 낮추고, 건설비나 운영비도 절반 이하로 줄인다는 구상이다.

김 단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성은 기본”이라며 “그간 대형원전 건설 및 운영 경험을 통해 확보한 기술을 총결집해 해외 경쟁사의 SMR은 물론 타 발전원보다 저렴한 수준의 경제성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또 전력요구량에 따라 출력을 조절하는 능력을 갖춰 태양광이나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와의 연계, 수소 생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하도록 설계된다.

김 단장은 “잠재 수요국마다 전력 외에 난방열, 공정열, 담수, 수소 생산 등 부가적인 활용 방안이 각기 다를 수 있다”며 “이러한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출력 변동 능력과 고온 증기 공급 설계 등을 적용했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시장조사를 통해 추가 니즈를 설계에 반영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혁신 기술은 인허가 심사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선 노형으로 평가받는 미국의 뉴스케일(NuScale)도 인허가를 신청하기 전부터 규제기관인 미 원자력규제위원회(NRC)와 오랜 기간 사전 협의를 거쳐 미리 준비했기 때문에 정해진 기간 내에 심사를 완료할 수 있었다.

특히 국내 규제체계는 현재 가동 중인 대형원전을 기준으로 정립돼 있다. 예를 들어 한 개의 제어실에서는 하나의 원자로만 운영하는 것을 전제로 심사기준이 마련돼 있기 때문에, SMR처럼 하나의 제어실에서 여러 개의 원자로 모듈을 운영한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김 단장은 “i-SMR 기술개발 사업의 성패는 목표로 한 2028년까지 인허가 심사를 완료하는 데 있다”며 “인허가 획득을 위해 원자력안전위원회와 논의를 시작했고, 국회 차원에서도 ‘혁신형 SMR 국회 포럼’을 통해 인허가 제도개선을 위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단장은 “국내에서 실증 없이 곧바로 해외에 수출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그간 여러 원전 도입 예상 국가와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해오는 데 노력해온 만큼 이들 국가와 함께 i-SMR 실증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김 단장은 “조금 늦게 시작했지만, 국내 산학연의 단결된 힘으로 세계 최고의 품질을 갖춘 i-SMR을 적기에 개발해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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