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신산업 공존하는 산업생태계 형성 목표”
“친환경 고효율 기자재 등 신산업 국산화 방점”
“내년부터 기자재·에너지 6개 과제 3135억 반영”

[전기신문 김광국 기자] 지난 2019년 7월 촉발된 한-일 무역분쟁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국산화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무역분쟁으로 반도체산업의 핵심 소재 수급이 어려워지자 그간 외면해왔던 해외 의존도 높은 기형적인 산업구조가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다.

전력기자재 분야 또한 예외는 아니다. 본지가 6회에 걸쳐 짚어온 바와 같이, 국내 전력기자재 시장의 해외 의존도는 심각한 수준이다. 일부 시장의 경우 중국산 저가 제품으로 인해 이미 회복하기 어려운 정도로 산업구조가 붕괴됐으며, 다른 품목의 경우에도 속도의 차이만 있을 뿐 시장 잠식은 현재진행형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전라남도는 이 같은 상황을 적극적으로 타개해나가고 있는 모범사례로 1순위에 거론된다. 지난 2014년 에너지밸리 조성사업을 시작해 국산화 과제 추진의 기반을 다진 전남도는 ‘전력기자재 국산화 클러스터 구축’에 시동을 걸면서 산업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

윤병태 전라남도 정무부지사는 “전력기자재 또한 산업환경 변화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며 “언제든지 수출규제의 타깃이 될 수 있는 만큼 수입 전력기자재의 국산화가 시급하다”고 사업 추진의 배경을 설명했다.

전남도가 그리는 ‘전력기자재 국산화’의 청사진은 무엇일까. 윤 정무부지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전남도의 국산화 전략, 더 나아가 우리 전력기자재 산업계가 중장기적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해봤다. <편집자 주>

▶전남도는 에너지밸리 조성사업에 이어 ‘전력기자재 국산화 클러스터 구축’에도 착수했다. 추진 배경은.

“미-중 무역전쟁과 역사상 유례없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통적인 전력기자재(변압기, 차단기 등)의 주력시장인 중동, 미국, 중국, 동남아 시장으로의 수출감소로 전체 무역수지가 악화되고 있다. 특히 수소 및 직류 등 에너지신산업분야 기자재는 미국, 유럽 등 전력분야 선진국이 주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력기자재 국산화 클러스터 구축’ 사업은 수입 전력기자재의 국산화로 대외무역수지를 개선하고 에너지밸리를 전통과 신산업분야가 공존하는 클러스터로 확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전남도는 2014년 한전의 나주 이전을 계기로 차세대 전력산업에 특화된 산업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에너지밸리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를 활용해 전통적인 전력기자재 기업의 클러스터화를 구축하고, 이와 동시에 성장잠재력이 풍부하나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직류 및 수소 기자재, 전력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에너지신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하고자 한다.”

▶국내 전력기자재 산업의 국산화 현황 및 문제점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나.

“변압기, 차단기, 전선, 배전반 등 송배전용 전력기자재는 우리 기업들이 수십 년간 한전에 공급한 실적을 통해 국산화가 이뤄졌으며, 이를 바탕으로 해외에서도 다국적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하고 있다. 선진국 대비 기술력이 변압기 90%, 개폐장치 90%, 계전기 75%, 전력량계 75%, 애자 90%, 피뢰기 70% 에 달하는 게 그 증거다.

문제는 소형전동기, 저압케이블, 태양광 모듈 등의 저압 제품과 범용 제품이 규모의 경제를 앞세운 중국의 가격 경쟁력을 따를 수 없어 국산화에 의미가 없는 상황까지 왔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전남도는 선진국 주도의 친환경 고효율 전력기자재와 전력반도체, 지능형 전자장치, 제어기, 전력변환기기 등 에너지신산업 전력기자재 분야에 주목, 향후 탄소제로 시대의 디지털화 된 에너지 신산업의 기술 선점을 위한 국산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전남도가 전력기자재 국산화 클러스터 구축의 거점이 되는 이유는.

“나주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밸리는 전력기자재 국산화 클러스터 구축은 위한 좋은 여건을 가지고 있다. 2019년 11월 전국 최초로 ‘에너지산업융복합단지’로 지정됐고 이후 ‘에너지신산업 규제자유특구’와 ‘강소연구개발특구’로 지정되는 등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기반이 마련됐다.

또한, 나주 혁신산단내 50여 개의 변압기, 개폐기 등 전력기자재 제조기업과 에너지밸리 산학융합원, 에너지밸리 기업개발원, 고효율 전력설비 시험센터, 한전 에너지신기술연구소 등이 지원기관이 자리 잡고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전남도는 이에 기반해 구축된 배전기자재 클러스터를 고도화하고, 에너지신산업 클러스터는 ‘에너지밸리 시즌2’와 연계한 ▲신재생발전단지 설계·운영 ▲친환경 전력기기 및 소재 ▲직류송배전 ▲에너지저장 및 활용▲저탄소 발전 및 CO2 저감 ▲수소·연료전지 등 6대 특화산업 앵커기업 유치, 연구 인프라 확대 등을 통해 산업생태계를 조성 할 계획이다.”

▶계획 이행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있다면.

“우선 전통적인 배전기자재 클러스터의 고도화를 위해서는 혁신산단의 전력기자재 제조기업의 기업부설연구소 설립 지원과 기업중심의 R&D사업을 발굴·지원하는 등 기업R&D 역량을 키우고 전력기자재 제조기업을 뒷받침 할 수 있는 부품기업과 앵커기업을 유치해 연구개발부터 부품 제조, 완성품 제작까지 선순환 구조를 갖춘 전력기자재 생태계를 만들고자 한다.

에너지신산업 클러스터 구축은 지역 에너지 특화분야인 이차전지(ESS), 직류(DC), 해상풍력, 수소 등을 중심으로 기 구축된 인프라와 에너지신기술연구소, 한국에너지공대 등과 연계한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최근 진행한 용역사업에서 발굴한 ‘전력기자재 디지털 전환 기반구축’, ‘연료전지 막전극접합체 국산화 및 실증’ 등 중대형 6개 사업(전력기자재, ESS, 수소 등 3135억원)을 내년부터 국가정책에 반영해 전통과 에너지신산업이 공존하는 산업생태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클러스터 구축에 따른 기대효과는 어떻게 전망하고 있나.

“전통적인 전력기자재와 에너지신산업분야가 공존하는 클러스터를 통해 지역 기업들에는 성장 가능성이 큰 이차전지, 직류, 수소 등 에너지신산업분야로의 사업 다각화와 신성장동력 확보의 기회를 제공하고 궁극적으로는 국가균형발전과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2030년까지 에너지 연관 기업 1000개사를 유치하고 한전 에너지신기술연구소 등 연구 인프라를 통해 기업 R&D를 지원하는 에너지생태계가 조성될 전망이며, 앞으로 세계 최고수준의 한국에너지공대가 설립되면 에너지분야 대·중견기업과 우수인력들이 모여드는 에너지산업 글로벌 허브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클러스터 구축 외에도 전남도는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에 부응해 적극적으로 전력기자재 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현재 추진 중인 주요 사업은 무엇이 있나.

“전남도는 전력기자재 산업 육성을 위해 ▲혁신거점 확대 ▲인프라 구축 ▲기업유치 등 3대 중점 분야를 추진하고 있다.

먼저 2027년까지 국가혁신클러스터 지정을 연장하고 분산에너지특구 지정을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등 혁신거점 확대할 계획이다.

에너지밸리를 중심으로 한 전력기자재 산업 육성을 위해 이차전지 및 직류산업에 대한 기술개발과 연구 인프라 구축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한국에너지공대 및 한전 신기술연구소와 함께 에너지신산업(수소․이차전지․중압직류)에 대한 핵심기술 개발전략을 마련하고 있으며, 올해는 고효율 전력설비 시험센터(9월)와 에너지신기술 연구개발 및 실증을 수행할 한전 에너지신기술연구소(11월)가 개소할 예정이다.

이밖에 배터리 리사이클링센터(2019~2023년), 전력기자재 재제조 기반조성(2020~2023년), 저압직류 핵심기기 인증지원센터(2021~2025년), 수전해시스템 신뢰성센터(2021~2024년) 구축도 올해 시작한다.

특히 내년에는 2022년 정부 예산안에 반영된 에너지신소재 산업화 플랫폼 구축(2021~2024년)과 전력기자재 디지털 전환기반 구축(2021~2024년) 등을 추진해 미래 에너지신산업 핵심소재 선점 및 디지털화 지원한다는 목표다. 또한,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맞춰 저압직류(LVDC) 핵심기술 개발과 실증을 위한 인프라 구축, 대용량 분산전원을 활용한 중압직류(MVDC) 실증 사업도 착실히 진행하고 있으며, 한국에너지공대와 전력반도체 국산화를 위한 전략을 마련 중이다.

기업 유치도 보다 확대할 계획이다. 올해는 ‘에너지밸리 시즌2 로드맵’에 따라 특화산업 육성을 통해 2030년까지 에너지기업 1000개사 유치 목표를 세우고 클러스터 확대에 파급력이 큰 선도기업(앵커기업)을 유치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한전 등과 협력하고 있다.”

▶사업 규모가 큰 만큼 적지 않은 부담이 따를 듯하다. 앞으로의 각오 및 산업계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앞으로 에너지밸리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산업은 단순히 지역 거점이 아닌 국가 차원의 에너지산업 허브로서 자리 잡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 같은 사업을 통해 그린뉴딜과 탄소중립 이행은 물론 에너지신산업을 선도할 수 있는 에너지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또한,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등 에너지산업 국책기관을 유치하고, ‘초강력레이저센터’와 같은 대규모 에너지 설비를 유치하는 것도 부족함 없이 준비해 나가겠다. 유관기관 및 산업계 종사자들 모두의 뜨거운 관심과 지원을 요청드린다.”

◆He is……

▲미국 미주리주립대학교 경제학 박사(2006년)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국 재정제도과장(2013년) ▲대통령비서실 선임행정관(2015년) ▲기획재정부 국고보조금통합관리시스템구축추진단장(2017년) ▲기획재정부 예산실 행정안전예산심의관(2018년) ▲전라남도 정무부지사(201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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