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기관 고리1호기 심사 연말 재개 관측
업계, 해외사례 등 참조해 부분해체 요청

지난 10일 엄재식 원자력안전위원장이 원자력안전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147회 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위원들과 안건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제공: 연합뉴스
지난 10일 엄재식 원자력안전위원장이 원자력안전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147회 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위원들과 안건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제공: 연합뉴스

[전기신문 정세영 기자] 정부가 지난 2019년 발표한 원전해체 산업 육성전략이 규제에 가로막혀 제자리걸음하고 있다. 당시 정부는 고리1호기 해체 조기발주를 원전해체 육성의 마중물로 삼겠다고 밝혔지만, 규제기관과 엇박자 속에 초기일감 확보에 사활인 원전업계의 고충이 커져만 가고 있다.

지난 10일 원자력안전기술원(원장 손재영, 이하 KINS)은 한수원이 제출한 고리1호기 해체승인 신청에 대한 서류적합성 검토 결과 및 심사계획을 원안위에 보고했다.

이날 KINS는 “한수원이 제출한 최종해체계획서 중 방사성폐기물 관리 항목에 사용후핵연료 종합관리계획이 미비하다”며 “한수원이 보완된 최종해체계획서를 제출하면 심사를 재개하되, 보완된 최종해체계획서가 심사를 진행하기 곤란한 수준이라고 판단될 경우 신청서류를 반려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한수원이 보완된 계획서를 제출하려면 정부의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이 먼저 수립돼야 한다는 점이다. 앞서 한수원은 지난 5월 고리1호기 해체승인을 신청하면서 “사용후핵연료는 정부정책 확정 시 관리계획을 별도 수립해 관리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연내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수립을 목표로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며 “이에 따라 고리1호기 해체승인 심사 재개는 연말까지 늦춰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원전업계는 이 같은 상황을 놓고 애초에 정부 정책과 규제기관이 원전해체 산업 육성과 관련해 엇박자를 낸 결과라는 반응을 보였다. 원전해체를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겠다는 정부 의지와 안전성을 중시하는 규제기관의 입장 차이가 컸다는 전언이다.

당초 정부가 추진 중인 원전해체 산업 육성전략에 규제기관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서 정책과 규제가 따로 놀게 돼 전체 일정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사용후핵연료 관리계획이 조속히 마련돼야 규제기관의 고리1호기 해체 승인 심사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규제기관을 아우른 원전해체 육성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원전해체 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기관의 선도적인 역할이 아쉽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고리1호기 해체 조기발주가 지연되면서 초기시장 창출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행 규정대로라면 고리1호기의 비방사선 시설이 원자로 등과 함께 묶여 규제기관의 해체 승인 이전까지 아무런 작업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미국이나 프랑스 등의 사례와 같이 영구정지 후 해체 승인까지의 과도기 기간에 비방사선 시설에 대한 부분 해체를 승인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원안위 관계자는 “원전해체 관련 규정이나 선례 등이 부재한 상황에서 과연 누가 원전 부지의 오염 상황을 개런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안전 측면을 고려할 때 전체해체 승인이 날 때까지는 부분 해체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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