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신문 강수진 기자]전국에 몰아닥친 북극한파로 겨울철로는 사상 처음으로 최대전력수요가 9000만KW를 넘어섰던 지난 1월, 필자의 집은 정전이 됐다.

퇴근 후에 세탁기와 인덕션, 에어프라이어, TV, 냉장고, 전등까지 작동할 때는 별문제가 없어 보였는데, 헤어드라이어 전원을 켜는 순간 집 전체가 암흑천지가 됐다.

하필 전국적으로 사상 최대 추위가 몰려오고 있던 날 밤, 전기사용을 풀가동한 것이다.

한전에 연락해보니 추운 날 전력을 피크치로 쓰면 계량기가 민감하게 반응해 차단기가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한동안 이 일을 잊고 있다가 얼마 전 원격검침인프라(AMI) 전력서비스를 취재하는 와중에 불현듯 이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여러 기능은 차치하고 AMI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력사용량 정보를 확인하는 기본적인 서비스만이라도 필자가 이용할 수 있었다면 정전 참사(?)는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들어서다.

물론 전력서비스는 기업별로 종종 선보여지고 있다. 한전에도 ‘파워플래너’라는 전력사용량 정보 제공 앱 서비스가 있다. 그러나 필자는 이용이 불가했다. AMI 설치 가구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한전이 현재 2250만호 규모로 AMI 사업을 진행 중이지만, 구글 앱스토어 기준으로 파워플래너 다운로드는 10만여명에 그치고 있다. 전체 사업 규모의 1%도 안 되는 수치다.

민수 시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으로 아파트 500만호 AMI 시장의 문이 열렸지만, 아직 AMI를 설치하기 바쁜 상황에서 전력서비스를 만나보기는 어렵다. 게다가 나머지 500만호의 민간 시장도 남아있다. 그만큼 필자와 같은 서비스 빈곤층이 많다고 볼 수 있다.

미래형 新전력서비스는 정전 대비와 정확한 전력 소비 패턴을 확인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정책 이행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탄소중립의 핵심이 신재생에너지와 탈원전에 있는 만큼 전력서비스를 통한 똑똑한 전기사용도 필수 불가결하기 때문이다.

현재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전력재판매가 가능한 전기요금 서비스가 광주광역시와 서울시에서 선보여지고 있다. 이달부터 제주지역에는 주택용 계시별 요금제도 도입됐다.

모두 AMI가 있어야 가능한 서비스들이다. 이 같은 사업들이 잘 추진돼 AMI에도 보다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지고 많은 소비자가 하루빨리 다양한 전력서비스를 경험해 볼 수 있는, 또한 이를 통해 탄소중립을 앞당기는 선순환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