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전쟁이 시작된 것은 2001년 10월이었다. 9.11테러가 일어나고 아프간 탈레반 정부가 보호하고 있던 오사마 빈 라덴의 신병 인도를 끝내 거부하자, 미국 부시 정부는 10월 7일 탈레반 주요 거점에 50기의 토마호크 미사일을 발사했고 이를 계기로 전쟁이 시작되었다. 당시에는 전쟁이 무려 20년 동안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미군은 한때 파병 규모를 10만 명까지 늘리면서 탈레반을 압박하고 민주 정부를 내세웠지만, 결과는 오늘의 현실이다. 미국의 아프간 철수 배경은 결국, 명분도 부족한 상황에서 더 이상의 인적·물적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아프간에서의 철수는 미국을 위해 올바른 결정이라고 했다.

미국 브라운 대학 부설 왓슨 연구소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20년 동안 미국이 아프간 전쟁에 쓴 예산은 전투 비용과 참전군인 치료 비용, 채권 이자 등을 모두 포함해 2조2610억달러에 달한다. 한국의 1년 국내총생산이 1조5500억달러다. 우리나라의 1년 국방비는 500억달러를넘지 못한다. 지출한 돈은 대부분 반군 제압 작전과 음식, 의복, 의료, 특별 급여 등 미군 운영 비용에 사용됐다. 아프간 재건사업에는 1430억달러를 쏟아부었다. 최소 190억달러 이상은 행방이 묘연하다고 한다. 부패한 정부가 있는 나라에서는 흔한 일이다. 특히 미국은 2003년부터 2011년까지는 아프간과 이라크에서 동시에 전쟁을 치러야 했다. 이라크전의 직접 비용만 8150억달러였다. 평지가 대부분인 이라크와는 달리, 아프간은 산악 지형이라 작전 수행이 어려워 1인당 비용에서 아프가니스탄이 이라크보다 2배 많이 들었다고 한다. 미국이 아프간과 이라크 전쟁비용을 위해 발행한 채권의 이자는 앞으로도 계속 갚아야 한다. 이로 인한 이자 비용은 2050년까지 6조5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전쟁의 가장 큰 대가는 돈이 아니라 인명의 피해다. 비무장 시민과 어린이 등 아프간 현지 민간인들도 많이 희생됐다. 지난 20년 동안 7만 명 넘는 비무장 민간인들을 포함해 모두 24만 명쯤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통계에 잡히지 않은 죽음도 많았을 것이다. 작전 중에 희생된 미군은 2400명이 조금 넘는다. 후유증을 앓고 있는 참전군인까지 포함하면 인적 피해는 더 크다. 오늘의 현실에 미국은 다른 누구도 탓할 수 없다. 미국보다 앞서 아프간의 수렁에 빠졌던 나라가 있다. 1979년 아직 해체 전인 소련이 친소정권 수립을 위해 아프간을 침공했다. 이에 맞서 미국은 무장 게릴라 조직인 무자헤딘을 도왔다. 결국, 소련은 뜻한 바를 이루지 못한 채 1만5000명의 생명만 잃고 1989년 철군해야만 했다. 친소정권은 얼마 버티지 못했다. 이후 미국은 아프간에서 손을 뗐고 그러자 혼란의 와중에서 탈레반이 정권을 잡았다. 1996년 아프리카 수단을 떠난 오사마 빈 라덴이 탈레반의 보호 아래 아프간에 근거지를 마련할 수 있었던 것도 따지고 보면 미국 덕분이었다.

오늘날 아프간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의 하나다. 세계은행 통계를 보면, 아프간 국민의 절반이 빈곤선상에 놓여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은 5백 달러를 넘지 못해 통계에 잡힌 228개국 가운데 213번째다. 탈레반 정부에서 경제는 앞으로도 나아지기 어렵다. 아프간을 탈출하는 난민은 계속 늘어날 것이다.

김상철 경제칼럼니스트 한국경제언론인포럼 회장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