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2021년 세법개정안 의견서’ 기재부 전달

한국경제연구원이 조사한 ‘2021년 세법개정안 의견서’ 주요 건의 과제
한국경제연구원이 조사한 ‘2021년 세법개정안 의견서’ 주요 건의 과제

[전기신문 김광국 기자] 한경연이 세법개정안 개선을 통한 기업 세부담 합리화를 주장하고 나섰다.

한국경제연구원(원장 권태신)은 국내 주요기업 의견 수렴을 통해 6개 법령별 총 14개 건의과제가 포함된 ‘2021년 세법개정안 의견서’를 지난 12일 기획재정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한경연은 최근 코로나19 4차 대유행 등으로 위축된 기업 활력 제고와 세부담 합리화를 위한 세법개정안 개선을 주문했다. 주요 건의내용은 ▲코로나19 피해업종 법인세 이월결손금 공제 한도 확대 ▲영상콘텐츠 제작비용 세액공제율 상향 ▲투자·상생협력 촉진세제 합리화 ▲공사부담금 투자세액공제 적용 유지 ▲특정외국법인 유보소득 배당간주제도 적용 국가 기준(법인세부담률 15%) 유지 등이었다.

한경연은 항공, 외식·숙박 등 코로나19 피해 업종에 대해서는 법인세 이월결손금 공제한도를 한시적으로 확대해 기업들의 세부담을 완화해야한다고 밝혔다. 결손금 이월공제는 기업에 손실이 발생(결손금)한 경우, 해당 결손금을 다음 사업연도로 이월하여 일정 한도로 소득에서 공제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우리나라는 최대 15년간 각 사업연도 소득의 60%(중소기업은 100%) 한도 내에서 결손금의 이월공제를 허용하고 있는데, 이는 주요 선진국에 비하면 크게 저조한 수준이다. 미국은 소득의 최대 80%까지 기간의 제한 없이 이월공제를 허용하며, 캐나다와 호주의 경우 공제한도를 두지 않고 있다.

한경연은 코로나19로 경영에 심각한 피해를 입은 기업은 차입 등으로 확보한 유동성의 상당 부분을 투자가 아닌 세금 납부에 사용해야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하며, 해당 기업에 대해서는 2024년까지 이월결손금 공제한도를 중소기업 등과 동일하게 각 사업연도 소득의 100%로 확대해줄 것을 건의했다.

또 현행법에서는 영화, 드라마 등 영상콘텐츠 제작비용의 일정액을 법인세에서 공제해주고 있는데, 개정안은 세액공제 대상에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콘텐츠 제작비용을 포함하는 방안을 규정했다. 이에 한경연은 넷플릭스 등 글로벌 미디어콘텐츠 기업의 국내 시장 잠식에 대응하고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주요 선진국 대비 저조한 세액공제율의 상향이 동반돼야한다고 주장했다. 미국(25~35%), 영국(10%), 프랑스(30%), 호주(16~40%) 등 주요 선진국은 영상콘텐츠 제작비용의 10% 이상 세액공제를 허용하고 있으나 한국의 세액공제율은 대기업 기준 3%에 불과하다.

한경연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미래 먹거리로 떠오른 영상콘텐츠 산업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영상콘텐츠 제작비용 세액공제율을 대기업 기준 3%에서 7%(중견기업 7%→10%, 중소기업 10%→13%)로 인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기업이 투자·임금 증가 및 상생협력으로 지출(환류)한 금액이 기업소득의 일정액에 미달하는 경우 그 미달하는 금액(이하 미환류소득)에 법인세를 추가 과세(미환류소득의 20%)하는 제도인 투자·상생협력 촉진세제는 기업소득의 사회 환원을 통한 소득 선순환 유도를 목적으로 지난 2017년에 도입됐다.

해당 제도는 현재 대기업집단에 속하는 개별기업별로 과세기준을 적용하고 있는데 한경연은 이와 같은 과세방식이 제도의 취지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기업집단이 기준 이상으로 소득을 환류하여(이하 초과환류) 사회적 책임을 충분히 이행했음에도, 소속된 중소규모 기업에 추가적인 세부담을 지우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현행 투자·상생협력 촉진세제가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투자·임금 증가 여력이 대기업에 비해 부족하다는 점을 고려해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으므로 대기업 집단에 속한다는 이유만으로 중소규모 기업의 미환류소득에 추가 과세하는 것은 과세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경연은 대기업집단이 초과환류를 달성한 경우, 소속 중소규모 기업은 투자·상생협력 촉진세제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건의했다.

아울러 개정안은 중복지원 배제를 위해 기존 정부지원금에 더해 기업이 공사부담금을 제공받아 투자한 시설을 통합투자세액공제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한경연은 공사부담금은 정부지원금과는 성격과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중복지원을 이유로 투자세액공제 적용을 배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제공받는 금액으로 주로 에너지 기업들이 지역난방시스템 구축 등의 집단에너지 사업을 진행할 때 해당 지역 이용자들한테 공사부담금을 수령한다. 한경연은 이러한 공사부담금은 초기 투자비용이 큰 집단에너지 사업 특성상, 투자비용 중 일부를 이용자로부터 조기 회수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지원금이 아닌 정상적인 영업활동 수익으로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서 공사부담금으로 투자한 자산 또한 지원금이 아닌 기업 수익에서 지출한 일반적인 투자여서 세액공제를 적용해도 중복지원에 해당되지 않으므로, 투자세액공제 배제를 규정한 정부 개정안을 철회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밖에 현행법에서는 국내기업이 보유한 지분이 50% 이상인 외국기업이 사내에 유보한 소득 중 일부는 해당 국내기업이 배당받은 것으로 간주하여 법인세를 과세하고 있다. 이는 기업의 법인세부담률(납부세액/실제발생소득)이 15% 이하인 국가에 적용되는데, 개정안은 이 비율을 17.5%로 인상하여 적용 국가 범위를 확대했다.

한경연은 해당 제도가 법인세율이 낮은 국가에 소득을 유보하여 조세를 회피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됐으나 정상적인 사업 진출을 목적으로 해외에 투자한 우리 기업의 세부담을 늘리는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개정으로 인해 법인세 최고세율이 15%~18% 사이인 싱가포르(17%), 홍콩(16.5%) 등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추가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 내다봤다. 이에 한경연은 이전가격 세제 등 다른 제도를 통해 조세회피 제재가 가능하므로, 기업의 불합리한 세부담 증가를 야기하는 개정안을 철회해줄 것을 건의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R&D 및 시설투자 세제지원이 확대됐지만 일부 신산업 분야에 한정됐고, 투자·상생협력 촉진세제 등 기업에 불합리한 세부담을 야기하는 제도들에 대한 개선은 미흡하다”며 “코로나 4차 대유행 장기화 등 불확실성이 심화된 상황인 만큼 불합리한 조세제도 개선과 함께 법인세율 인하, 상속세제 개편 등 보다 근본적인 세제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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