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밸리 일부 변압기·개폐기 업체 직생 위반 적발

일부 전력기기 제조업체가 한국전력 직접생산규정을 위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사진은 기사의 특정사실과 관련없음).
일부 전력기기 제조업체가 한국전력 직접생산규정을 위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사진은 기사의 특정사실과 관련없음).

[전기신문 송세준 기자] 변압기와 개폐기 등 전력기자재 시장에서 직접생산규정을 위반하는 소위 ‘생산지 세탁’이 빈번하게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과 파장이 예상된다.

업계에 따르면, 나주 에너지밸리에 공장을 두고 있는 일부 기업들이 다른 지역에서 만든 제품을 직접 생산한 것처럼 꾸며 한국전력에 납품하고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는 엄연히 계약조건 위반이다.

한전은 이와 관련, 7월말까지 에너지밸리 입주 기업을 대상으로 긴급 실태 점검을 실시해 직생 위반 기업을 적발할 방침이다.

한전 관계자는 “현재까지 변압기와 개폐기 제조기업 2~3개 정도가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실태점검이 끝나면 규정에 따라 직생취소와 계약해지 등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에너지밸리 입주 업체들은 ‘지방중소기업 특별지원지역 입주기업 직접생산 확인 기준’에 따라 원칙적으로 모든 제품을 나주 현지에서 생산하고 시험해야 한다.

예컨대, 변압기의 경우 설계→가공→권선→조립→시험 과정에서 외함 제작에 한해서만 외주가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제품 설계 후 원자재인 규소강판, 외함, 붓싱, 동 제품 등을 구입, 자체 생산시설과 인력으로 가공, 권선, 조립, 시험 등 생산공정을 거쳐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번에 적발된 것처럼 필수 공정이자 변압기 품질의 핵심으로 꼽히는 권선을 외부에서 제작하는 등 꼼수가 적지 않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에너지밸리 일부 업체들이 권선 외주팀을 두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직생을 위반한 꼼수 생산, 실제와 달리 나주에서 생산한 것으로 둔갑하는 생산지 세탁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과반수 이상이 직생 허점을 틈타 꼼수를 쓰고 있고 스스로 설계나 제조를 온전히 할 수 있는 곳은 단 한 곳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제품 개발단계부터 대리 개발을 해주거나 중신(변압기 본체)외부 조달 등이 오래전부터 업계에 관습화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개폐기는 변압기보다 직생 규정이 더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변압기는 권선 공정을 나주에서 해야 하지만, 개폐기류는 공정도 제출 외에는 특별한 규정이 없다”면서 “실제로 외부에서 제조해 나주에서 만든 것처럼 서류만 잘 꾸며 속이면 걸릴 확률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직접생산 위반 사례를 적발하기는 쉽지 않다. 24시간 현장을 감시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사후관리가 어려운 점을 틈타 꼼수업체들이 생겨나도 색출하기가 만만치 않은 셈이다. 일부에선 한전 물량 감소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하소연도 있지만, 엄연한 계약위반이기 때문에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이와 관련, 한전 관계자는 “직접생산 확인은 품목별로 규정이 조금씩 다르고 2년마다 갱신한다”며 “설비와 인원현황 서류 일체를 받고 현장 실사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위반 사례가 확인되면, 관련 법규에 따라 공급 유자격 정지 등 제재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7월말까지 직생 확인기준을 수정·보완해 개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 규정된 직접생산확인제도는 공공기관이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에 대해 중소기업자간 경쟁의 방법 또는 1천만원 이상의 수의계약의 방법으로 제품 조달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해당 중소기업자의 직접생산 여부를 확인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다. ​위반시 직생이 취소되고 최소 6개월 동안 발급받지 못한다.

이와 별도로 나주 에너지밸리 기업은 한전이 운영하는 ‘지방중소기업 특별지원지역 입주기업 직접생산 확인 기준’에 따라 위반할 경우 1년간 직생 신청을 할 수 없다. 또 계약 해지 및 부정당업자 제재(입찰 참가제한)를 받을 수 있다.

[용어설명]

*중신(中伸: Active Part): 변압기 본체를 의미한다. 철심(Core, 자기회로)과 권선(winding, 전기회로)의 조립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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